<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의 문제점
많은 분들이 2021년 스트리밍으로 공개된 '잭저리'를 호평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에 반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건 그냥저냥인 영화입니다. 조금 길어진 조스 웨던의 저스티스 리그라고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저는 조스 웨던의 저스티스 리그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스나이더 컷이 저에겐 별로였어도 이상하게 만든 그 버전보다는 나았지만, 이미 허들 자체는 낮았습니다. 스나이더 컷이 비교하는 것으로는 괜찮은 영화일 수가 있으나, 다른 슈퍼히어로물들과 비교해서는 그다지 뛰어난 영화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한번 그 이유들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이상한 화면 비율
어떤 말씀이 나올 지 압니다. 이렇게 봐야 조금 더 넓은 비율로, 더 크게 볼 수 있다는 얘기를 하시려 하겠지만, 이건 극장 기준입니다. 모든 사람이 극장급의 큰 스크린을 갖고 있지 않은 데다가, 잭저리는 스트리밍용 영화로 그 당시 HBO MAX에서만 공개되고 각종 OTT로 판권을 빌려주어서 많은 사람들이 좁은 화면으로 봐야 했습니다.
잭 스나이더 본인도 와이드하게 봐야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죠. 그런데, 당시는 2021년,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상황 아닌가요? 그런데 굳이 아이맥스 비율로 이렇게 해 봐야, 개봉도 제대로 못했을 거란 말이죠. 물론 아주 극소수 극장에서는 개봉을 했다만, 그것도 코시국이라 제대로 관객이 집계되지도 않았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냥 저 구겨진 화면을 봐야만 했죠.
이 좁은 화면이 통하는 작품은 <라이트하우스>같은 폐소공포증 같은 영화에는 잘 먹혔겠죠. 그런데 슈퍼히어로물 영화에서 저 비율을 고집한다? 잭 스나이더의 아집입니다. 코로나 시절에 방역수칙을 무시하고 자택에서 영화촬영한 행위를 보면 이해가 가기도 하고요.
2. 의미없는 슬로우 모션 범벅
대체 아쿠아맨이 술 마시는 장면이나, 원더우먼이 폭탄을 던지는 장면, 사이보그의 미식축구 시합에 왜 슬로우모션을 집어넣는 건가요. 플래시나 슈퍼맨 같이 초고속으로 이동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슬로우모션이 그 특성을 나타내기에 적절하겠죠. 그런데 눈 아프게 굳이 의미도 없는 장면들을 이렇게 집어넣는다는 건, 잭 스나이더의 슬로우모션 중독이라고밖에 설명이 불가합니다. 그것도 한두번이 아니라 심심하면 그 효과를 집어넣으니 이런 소리도 나옵니다. '이 영화에서 슬로우모션을 빼면 러닝타임이 4시간이 아니라 2시간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슬로우모션에 대한 관객들의 비토는 '레벨 문' 시리즈에 가서 드디어 폭발했습니다. 전혀 의미없는데도 집어넣는 슬로우모션신을 신격화하는 사람들은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3. 무채색에 가까운 화면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색이 구분도 안가게 의도적으로 무채색으로 만들어버렸어요. 이것이랑 슬로우모션이 합쳐져서 더 눈만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미국 만화를 봐도 이렇게 무채색으로 해 놓은 책은 없고, 배트맨 카툰도 어두울 뿐이지 색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스나이더컷은 이게 대체 빌런인지 히어로인지도 구분 불가할 정도로 색을 덜어냈어요. 그 의도를 생각하려 해봐도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다크한 세계관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요? 변명입니다. 그거 없이도 다크하게 만들 수 있었고요, 색만 이렇게 해서 다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는 너무나 단순하고, 얄팍한 행위죠.
4. 사람들을 구하는 장면이 거의 없다
스나이더컷에서는 히어로들이, 나쁜놈들만 때려잡는 모습만 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서, 위에 보이는 사진처럼 원더우먼이 시민들을 구하는 장면이 나오나,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살상들을 저지릅니다. 양 팔의 건틀릿으로 테러범 하나를 아예 잿더미로 만들어버리는 것으로 화룡점정을 찍죠. 이렇게 되면 이전작인 <배트맨 대 슈퍼맨>에 나왔던 '렉스 루터'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줄 뿐입니다. 슈퍼히어로물인데, 오히려 빌런의 주장이 옳았다고 증명해주는 모순적인 장면들이 여럿 나온다 이거죠. 웨던 컷에서 나왔던 플래시와 슈퍼맨의 구출신들을 조금 더 보강했으면 했는데, 잭 스나이더는 거기까진 생각을 할 사람이 아닌가 봅니다.
5. 변하지 않는 배트맨의 불필요성
웨던컷과 마찬가지로, 배트맨은 저스티스 리그를 소집한 뒤에 눈에 띄는 장면들이 거의 없습니다. 어설픈 발차기씬, 웃긴 착지씬, 토템이 되어버린 배트맨은 결국 잭 스나이더가 만들어낸 것임이 드러났습니다. 이래놓고 '다크 나이트 리턴즈'를 참고했다는 게 웃깁니다. 거기 나오는 배트맨은 정신력과 의지력으로 슈퍼맨도 이기고, 세상 전부를 속여넘기는 먼치킨적 행보를 보이거든요? 그런데 웨던컷이나 스나이더컷이나 배트맨은 멤버 규합을 제외하고는 무능한 모습을 보입니다. 마지막 전투에 배트맨을 뺀다 해도 별 차이 없었을걸요?
6. 무가치한 카메오들
처음으로, 고대 지구 장면에 나왔던 이 그린 랜턴을 예시로 들겠습니다. 이 친구의 이름은 설정상 '얄란 구르'입니다. 얄란 구르는 지구의 1대 그린 랜턴 '앨런 스콧'과 관련이 있는 캐릭터인데, 이 친구가 과거 지구의 그린 랜턴으로 등장함으로 인해 족보를 꼬이게 만들었습니다. 아마 잭스나는 얄란이 죽은 후 날아가버리는 반지를 통해 앨런 스콧을 데뷔시키려고 했었으나, 불발된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다행입니다. 앨런은 단순한 캐릭터도 아니거니와, 이런식으로 무의미하게 반지를 전수받는 캐릭터가 아닙니다. 얄란의 영혼과 랜턴의 무한한 의지가 합쳐져 만들어진 '스타하트'를 받아 1대 그린 랜턴이 되는 것이 앨런 스콧이거든요. 잭스나가 이대로 했으면 또 의미없는 스토리가 나왔을 게 뻔한지라 더 이상 후속작이 나오지 않는 게 다행입니다.
두번째로, 조커의 등장입니다. 이것도 과하게 칭송받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레드 레토는 뛰어난 배우고, 조커 연기를 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장면은 조커의 비주얼이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비해 나아진 것 빼고는 좋은 장면이 아니라고 봅니다. 말을 할 때 너무 히스 레저를 의식한 말투를 쓰는데다가, 대사들도 너무 중2병스럽습니다. 차라리 마크 해밀의 조커처럼 음흉하고 간교한 말투를 썼으면 좋았겠지만, 너무 오글거려요.
문제없다고 하시는 분들은 이러실 겁니다. '인저스티스'에 나온 장면을 각색한 거 같은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 그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평가가 나날이 가면 갈수록 바닥으로 쳐박고 있는 인저스티스 유니버스에서 무언가를 따오는 건, 감독의 역량이 심히 의심될 뿐입니다. 한 유니버스를 구축하려면 오래된 유니버스를 가져와서 만들어야 하는데, 인저스티스는 진짜 최악입니다. 결말도 안 났고, 작가는 직무유기하고, 스토리는 막장이라 한국 아침드라마는 저리가라할 정도니까요. 그런데 아직도 인저스티스를 지지하신다면 진짜 한권이라도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읽어보시면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실 겁니다.
7. 끝까지 빌런인지 히어로인지 의심가는 슈퍼맨의 비주얼
헨리 카빌의 슈퍼맨은 엣지하고, 다크하고, 잘생겼습니다. 그런데 어딜 가서 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선인같냐고 묻는 질문에, 과연 몇이나 '그렇다'라고 대답할까요? 새하얗게 순수한 유치원생들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고 나쁜사람 같냐, 착한사람 같냐 묻는 질문에 과연 몇이 착한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답을 할까요? 슈퍼맨은 희망의 상징인데, 이 버전의 슈퍼맨은 그냥 마른 헐크 아닌가요? 저는 이 슈퍼맨을 보고 항상 두렵다는 생각부터 듭니다. 저를 구해주지 않고 수틀리면 히트비전으로 저를 구워 버릴 것 같거든요.
뭐 간단하게 스나이더컷이 불호였던 이유를 7개 정도로 압축시켜서 글을 써 봤습니다. 스나이더 컷은 잭 스나이더 팬들에게는 감동적인 영화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나, DC 코믹스의 팬들에게는 물음표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작품이었죠. 이걸 가지고 후속편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타락한 슈퍼맨 스토리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입니다. 다시 밝고 희망찬 슈퍼맨으로 돌아갈 때입니다. 홈랜더, 옴니맨, 인저스티스는 제발 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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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 개봉해도 됐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