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탈리스트> 비스타비전으로 촬영한 이유
영화 <브루탈리스트>는 올해 가장 주목받는 작품 중 하나로, 1960년대 이후 거의 사라졌던 비스타비전 형식을 사용해 촬영되었다. 감독 브레이디 코벳과 편집자 다비드 얀초는 이 형식을 선택한 이유부터 건축, AI 활용까지 작품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의 배경
<브루탈리스트>는 헝가리계 유대인 건축가 라슬로 토트의 삶을 그린다. 그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전쟁 후 미국으로 이민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동유럽에 남겨진 아내와 조카의 도착을 기다린다.
영화는 라슬로의 30여 년에 걸친 여정을 담아내며, 애드리언 브로디(라슬로), 펠리시티 존스(아내 엘제벳 토트), 가이 피어스(후원자 반 버랜)가 주연을 맡았다. 천만 달러(약 130억~140억 원대)의 예산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대부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촬영되었으며, 러닝타임은 215분에 달한다.
브루탈리즘과 편집 스타일의 접목
편집자 다비드 얀초는 영화의 구조를 브루탈리즘 건축의 특징과 연결지었다.
“건축의 간결함과 기하학적 정밀함이 편집에도 영향을 주었어요. 길고 끊기지 않는 숏에 날카로운 컷을 섞어 라슬로의 삶 속 긴장을 표현했어요”
브루탈리즘은 전후 재건 시기인 1950년대에 유행했으며, 이민자들에 의해 발전한 스타일이다. 노출 콘크리트나 벽돌 같은 재료 본연의 질감을 강조하며 장식 요소를 배제한 것이 특징이다.
감독 브레이디 코벳은 “브루탈리즘 건축물은 그 자체로 강렬하게 주목받길 원하면서도, 그 건축가들은 존재 자체를 위해 투쟁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비스타비전으로 담은 풍경과 건축
<브루탈리스트>는 주로 35mm 비스타비전으로 촬영됐다. 이 형식은 1954년 파라마운트 픽처스에서 처음 개발되어,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등에 사용되었다. 비스타비전은 1960년대 이후 잘 쓰이지 않았지만, 감독 코벳은 이 형식의 넓은 시야와 디테일 표현력에 매료되었다.
“50mm 렌즈를 사용해 가까운 거리에서 건물을 촬영하면 콘크리트의 질감부터 하늘까지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어요” 코벳은 이 형식이 건축물의 웅장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담기에 이상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비스타비전 카메라는 무겁고, 남아 있는 기기가 적어 작업이 까다로웠다. 헝가리의 필름 문화와 숙련된 기술자 덕분에 촬영이 가능했음을 강조하며, 코벳은 “헝가리에서 촬영한 건 대단한 행운이었어요”라고 말했다.
AI와 전통 기법의 조화
영화는 헝가리어 대사를 포함해 디테일을 살리는 데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헝가리어는 배우들에게 매우 어려운 언어였어요. ADR과 AI 기술을 조합해 원어민에게조차 티가 안나게끔 완성도를 높였죠”
특히, 건축가 라슬로의 설계도를 구현하는 데 AI가 사용되었다. 베니스 비엔날레 장면에서 등장하는 건축 드로잉은 AI 기술로 만들어져, 실제 건축가의 작품처럼 느껴지게 했다. 코벳은 “AI는 디테일 작업을 빠르게 만들어줬고, 창작 과정에 큰 도움이 됐어요”라며 AI에 대한 열린 논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라슬로의 이야기와 영화적 여정
영화의 중심은 반 버랜과 라슬로의 만찬 후 대화다. 약 10분간 이어지는 이 장면은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며, 두 캐릭터의 동기를 심도 있게 다룬다.
영화는 또한 두 개의 시기로 나뉘며, 극장 상영 시 15분의 휴식 시간이 제공된다. 이는 1950~60년대 극장 상영의 감각을 살리기 위해 기획된 장치다.
건축과 영화의 공통점
코벳은 “건축과 영화는 많은 점에서 닮아 있어요. 수많은 사람이 모여 하나의 걸작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요”라고 말했다.
<브루탈리스트>는 단순한 미국 이민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 세계 이민자들이 겪는 보편적 경험을 그린 작품이다. 제작진은 이 영화가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