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chance, Harvey (2009) 더스틴 호프만 멜로드라마 수작. 스포일러 있음.
더스틴 호프만은 꽤 잘 나가는 광고음악 작곡가다.
젊었을 때는 막 살았다. 이제 나이가 들어 신진작곡가들이 치고 올라온다. 커리어도 저물기 시작한다.
나이 들고 보니 주변에 아무도 없다. 이혼한 아내는 영국에서 재혼하여 딸과 함께 영국에서 살고 있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딸도 만난 적 없었는데, 이제 딸이 결혼을 한다고 한다.
더스틴 호프만은 이제 와서 아버지라고 나설 염치가 없다. 그 결혼식에 찾아갈 용기조차 없다.
광고음악 계약도 끊기고 그는 영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우울하고 고독하다. 자업자득이니 할 말도 없다.
오스카 주연상 수상자들인 더스틴 호프만과 엠마 톰슨이 주연을 맡은 멜로드라마다.
둘이 서로 호흡이 잘 맞아서 영화 하나 하자고 했는데, 그래서 출연한 영화가 이것이라고 한다.
영화는 그냥 아주 작다. 하지만 두 주연배우들이 대배우들이라서 영화는 아주 감동적이다.
하지만 모든이들을 위한 멜로드라마는 아니다. 삶이 이제 막 피어오르려는 파릇파릇한 순간의 사람들 사랑이 아니다. 그들은 삶을 정리하려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사랑에는 가슴 뛰는 것이 아니라, 간절함이 있다.
원숙한 사람들이지만, 동시에 상처를 입고 고통받는 사람들이다.
건축학개론과 다른 맥락에서 로맨틱하다.
하지만, 누구나 다 이런 종류 멜로드라마를 보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리라.
더스틴 호프만은 자기를 이해해주고 사랑해주고 곁에 있으며 행복해하는 여자 엠마 톰슨을 만난다.
이런 여자를 어떻게 놓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 여자는 늘 사랑에 상처를 받은 사람이다.
남자와 소개팅했는데, 남자는 말도 없이 친구에게 가더니 그냥 친구와 대화를 한다. 여자를 무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엠마 톰슨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상처 받는 데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여배우가 못생기기는 커녕 미인이니 이런 설정이 잘 맞지 않는 것 아닐까.
어쩌면 얼굴이 문제가 아니라, 너무 소극적이고 자의식 강한 것이 문제였을 수도 있겠다.
엠마 톰슨은 자기 만의 구석을 찾아 숨어들어간다.
스튜어디스인 엠마 톰슨은 겉보기에는 당차고 똑똑한 사람이다. 하지만, 속마음은 여리고 외롭다.
둘 간 러브스토리는 그 어느 러브스토리 못지 않게 설레이고 로맨틱하다.
더스틴 호프만은 평소 그답지 않게 딸과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어하면서도 주저한다.
면목이 없고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다. 엠마 톰슨은 더스틴 호프만더러 자기가 함께 가줄 테니
결혼식에 가라고 한다. 막상 그가 결혼식에 가니, 딸도 전처도 그를 환영한다. 그는 파티에서 다른 사람들 틈에 섞여
행복하게 춤을 춘다. 엠메 톰슨은 쓸쓸한 표정으로 슬그머니 파티장을 떠난다.
그녀에게 익숙한, 아무 눈에도 띄지 않는 곳으로 사라지려는 것이다. 더스틴 호프만은 황급히 그녀를 따라나선다.
그리고 아주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이 이어진다.
사실 이 영화에는 아주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다.
두 대배우들이 연기력으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장면들이다.
둘이 함께 아무도 없는 방에서 피아노를 치며 대화하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 펼쳐지는
둘 간 갈등과 화해 그리고 사랑이 맺어지는 장면은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파티가 끝나고 새벽이 되어서 단둘만이 남아 런던의 새벽거리로 나선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더스틴 호프만은 다음날 엠마 톰슨을 만나기로 약속하고 호텔에 돌아가지만, 부정맥으로 인해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간다. 혼자,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던 엠마 톰슨은 씁쓸하게 웃으며 집으로 돌아간다. 이번에는 다를 줄 알았는데......
더스틴 호프만은 병원에서 나오자 마자 그녀를 찾아나선다.
둘이 템스강변에서 만나 대화하는 장면은 이것이 명연기구나 하고 말하게 할 정도로 훌륭하다. 이런 클라이맥스는
보기 힘들다. 대배우들이 연기력만으로 엄청 감동을 주는 그런 클라이맥스 말이다.
더스틴 호프만이 엠마 톰슨에게 "모든 것이 다 잘될 거예요. 내가 약속하지요."하는 대사는 정말 뭉클하다.
상처 받은 엠마 톰슨이 원해 오던 말은 이것이었으니까. 그 말을 들은 엠마 톰슨은 빙긋 웃는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미의 미소다. 아마, 이것이 그녀의 진짜 미소이리라. 그녀가 지금까지 자기를 둘러싸왔던 방어기제를 다
벗어버리고 보여주는 진짜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둘은 템스강변을 함께 산책한다. 엠마 톰슨은 자기 키가 더스틴 호프만보다 큰 것을 알고 신발을 벗어
가슴에 품는다. 이제 키가 비슷해졌다. "이것이 한결 낫군요." 엠마 톰슨은 이렇게 말하며 웃는다. 더스틴 호프만도 웃는다. 그리고 둘은 사라져간다. 그들 위로 싱싱하게 피어오르는 나뭇잎들이 드리워져 있다.
더스틴 호프만의 일생에 찾아온 마지막 사랑을 그린 영화다.
엄청난 사건도 없고 엄청난 로맨스도 없다. 하지만, 간절하고 진정성 있다. 둘 다 초로의 인생들이라서,
삶도 알고 고통도 알고 행복도 안다. 사랑이라고 해서, 젊은이들처럼 거기 직진하며 다이빙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의 온기 따스함은 이미 알고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같이 키를 맞추고 함께 걸어가는 것 -
그것만으로 충분한 사람들이다.
이것을 보고 싶은 분들은 이 잘 만든 초수작 영화를 보면 만족할 것이다.
추천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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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던 작품입니다.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