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딸에 대하여> 시사 후기

영화가 참 좋더라고요. 연이은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이유를 비로소 알겠더군요!

인정 보단 이해가 먼저다. <딸에 대하여>는 너무나 가까워서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딸을 새롭게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것도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말을 뱉기보다 삼키는 엄마의 침묵은 생각의 여지를 만들고, 그녀의 시선은 이해라는 물꼬를 띄운다. 일인칭 화자 시점으로 엄마의 생각을 손쉽게 읽을 수 있었던 원작과 다르게, 영화는 관객으로서 저 입장이 되어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든다. 이는 딸이 아닌 요양원의 할머니, 딸의 동성 애인 등 어느새 사회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이들에게까지 확장된다. 이런 이유에서 영화는 조금 특별한 모녀간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혼자가 되는 게 무섭고 벌써 그런 상황에 놓인 이들, 힘도 능력도 없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들에게 놓인 작금의 현실을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가족, 혈연 지간에서 벗어나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 간의 연대 중요성을 설파한다. 어찌 보면 영화는 한 개인의 고민으로 시작해 사회적 고민의 영역까지 생각하게 만들고 관객을 그 건강한 고민에 빠뜨린다. 그것도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텍스트를 영상으로 멋지게 탈바꿈한 이미랑 감독의 연출력은 물론, 오민애, 허진, 임세미, 하윤경을 비롯해 조단역으로 나온 배우들의 디테일한 연기가 살아있다. 특히 오민애 배우의 마지막 엷은 미소는 내년 따뜻한 봄이 올 때까지 잊히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