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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재킹 1971 (2024) 암울하다.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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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이니 뭐니 필요 없다. 

1971년은 안 나온다. 영화 내내 비행기 안이다. 비행기 안에서 시대가 1970년대이든 2020년대이든 무엇이 다른가? 

왜 1971년이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1971년은 사상적 공간이라는 말인가? 그런데, 이 심리적 사상적 공간이라는 것조차 안 나온다. 과거를 무대로 하면서, 그 과거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신경을 안 쓰는 영화는 처음이다. 

 

어설프게 1970년대 사람인 척하는 배우들이 있다. 뭐, 그 당시 사람인 척 보이려는 노력조차 안 한다. 그래서, 영화에 생생함이나 사실성같은 것이 없다. 

 

대형비행기도 아닌, 중소형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다. 아주 좁은 공간이다. 

이 좁은 공간에서 여기 있는 승객들과 승무원들만으로 스릴을 계속적으로 창출해나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이것을 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두리뭉실 뜨뜻미지근 설렁설렁 - 이런 분위기 영화가 이 영화다.

매일 하던 대로 하는 하정우는, 이미 영화를 보기도 전에 이미 기시감을 준다. 

 

아무리 대충 해도 그렇지 10년 전 혹은 그 이전의 CG수준을 보여준다. 실소가 나올 정도의 CG 퀄리티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상당히 흥미롭다. 

이 작은 비행기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타고 있다. 돈이라면 벌벌 떠는 부자, 그 부자에게 붙어 벌벌 떠는 비서, 딸에게 가져다준다고 닭 한마리를 타고 비행기에 앉아서 사람들이 아무리 닭을 못 태운다고 해도 귀를 막고 듣지 않는 할머니, 정의롭지만 좀 경망스러운 경찰, 그런 그를 걱정하는 아내, 장애인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가 부끄러운(동시에 고마운) 아들, 장애인을 수근거리는 사람들 - 이들이 모여 비행기(사회)를 이룬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과 폐가 되는 사람이 섞여 있다. 그런데, 그것이 사회다. 이들이 다양하게 모여 이루는 것이 사회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하지만, 비행기 자체를 제로로 돌리려는 사람이 딱 하나 있다. 바로 다 같이 망하자 정신으로 무장한 여진구다. 

그는 비행기를 북한으로 몰고 가려는 사람이다. 비행기 자체를 제로로 돌리려는 것이다. 

북한에서 남침선전으로 비행기를 북한으로 몰고 가면 200만달러를 준다고 했다. 딱히 그것을 믿지는 않겠지만,

북한이 200만달러를 안 준다고 해도 사회 전체를 제로로 돌리는 것이니 손해 볼 것 없다. 

비행기 안의 많은 사람들이 덩달아 북한으로 가서 자기 모든 것들을 부정당하고 노예가 되는 것 - 상관없다.

부기장 하정우가, 이 많은 승객들을 북한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냐 하고 항의해도 듣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하면 난 인민영웅이 될 수 있어" 소리만 계속 한다.

그런 존재가 등장하자, 민주주의는 몸을 못 움직이는 반신불수가 된다. 우왕좌왕하고 울기나 하지, 광산용 폭탄을 든 여진구 한사람에게 끌려간다. 헌신적인 독재자 하정우가 나타나서 승객들을 안심시키고 조직하고 지시하여 움직이게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대중들이 하정우의 지시로 집단린치를 하자, 여진구는 싑게 제압당한다. 

이 영화의 주제는 무력한 대중과 영웅주의 예찬같다. 

여진구는 승무원이 든 총에 맞자 죽어가면서, 자신이 든 폭탄을 사람들 속으로 던져놓고 죽는 투혼(?)을 발휘한다. 

죽기 전까지 다 같이 죽자 하는 정신을 버리지 않는다. 하정우는 그 폭탄 위에 몸을 던져서 자기 몸으로 

폭탄을 막는다. 그리고 팔이 하나 잘려서 죽는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생생하고 자세하게 묘사된 사람은 여진구다. 하정우는 하던 대로 포로토타입의 캐릭터를 연기해서 별 흥미가 없다. 또 하나 이 영화의 주제는, 여진구라는 존재의 공포다.

 

물론 여진구라는 존재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그가 공산주의자의 친척이라서 억울한 탄압을 받았다 하는 식으로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에피소드라는 것이 5분 정도다. 관객이 감정이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여진구가 탄압 받았다고, 비행기 안에 탄 그 많은 사람들을 자기처럼 만들 권리가 있는가? 여진구는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역으로 생각해 보면, 여진구같은 사람의 존재가 사회로 하여금 포텐셜 여진구를 탄압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사회가 "너같은 사람이 또 나올까 봐 싹을 자르기 위해 탄압하는 거다. 다 네가 이렇게 하도록 만들었다."라고 비난하면 뭐라 할까? 여진구의 하이재킹 이후에 여진구 비슷한 사람에 대한 탄압은 더 심해졌을 것이다. 여진구도 결국 자기 비슷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고 가는 것이다.

 

영화가 결코 여진구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흐리멍텅하고 뜨뜻미지근한 영화가 여진구만 나오면 생기를 띤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영화에 힘과 긴장 공포를 부여하는 것이 여진구라는 사실은, 이 영화가 (본의이든 아니든 간에) 시대를 정확히 반영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전혀 의외의 부분에서 흥미를 주었던 뜨뜻미지근하게 만든 영화였다. 과연 극장용 영화를 의도하고 만든 것인지 의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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