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강렬했던 영화 결말들
1. 다크나이트
"진실만으론 부족한 순간"
무엇이 히어로를 정의하는지 묻는다면 가장 알맞은 대답은 '희생정신'이 될 겁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결말에서 보여주는 희생정신은 가장 완벽한 히어로의 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여담으로 결말의 편집도 굉장히 예술인게 고든의 목소리를 배경에 깔고 여러 상황들을 교차해서 보여주는데 이것들 하나하나가 마치 영화속에서 벌어진 모든 일들을 매듭짓는 것 같은 느낌을 주거든요
너무도 완벽한 엔딩이라서 놀란 감독도 편집 끝내고 그날 저녁식사를 하면서 히히덕 웃었을 것 같습니다
아내가 뭐 좋은 일 있냐고 영화 편집 끝내서 그렇게 좋냐고 물어봤겠죠
2. 바스터즈 거친녀석들
"같은 언어라 할지라도 대화가 안 되는 상대가 있기 마련이다"
언어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하는 영화에서 알도 레인 캐릭터는 그야말로 영화속 모든 것의 안티테제로 작용합니다
한스 란다의 캐릭터가 워낙 강렬하고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라서 관객은 잠시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알도 레인을 잊고 있었죠
모두가 한스 란다와 같이 엄청나게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겠지만 알도 레인은 겨우 능글맞은 말 한마디로 그 모든 것을 일축시키죠
"아냐 그냥 한소리 좀 듣겠지.. 전에도 그랬거든~"
3. 시계태엽오렌지
"아이러니하게도 악해질 수 있는 선택지를 지워버린 인간들 덕분에 악당은 최후에 웃을 수 있었다"
지금 봐도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의 영화이면서 정말 한 장면도 빼놓지 못할 정도로 흥미진진한 영화이지만 결말에서 주는 이 불편한 분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적어도 스테이크 좀 짭짭거리면서 먹지나 말지...
4. 플라이(1958년작)
"밖에 좀 나가서 찾지 그랬어..."
크로넨버그 감독님의 작품이 걸작으로 칭송받지만 결말의 강렬함은 이 1958년작의 이 작품이 더 강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시대가 시대라서 분장이 꼭 아침 어린이방송에 쓰던 인형탈을 가져다가 쓴 것 같지만 두건을 벗기는 장면의 연출력 덕분에 기괴함이 정말 말이 안 나옵니다
곤충눈으로 본 것처럼 분할된 아내의 비명을 지르는 얼굴이란...
5. 복수는 나의 것
"복수의 악순환은 한 번 더 돈다"
복수 삼부작 중 가장 늦게 봤는데 시기상 가장 먼저 개봉한 영화더군요
그리고 삼부작 중 제일 잔인한 고어영화였습니다 ㄷㄷ
어떻게 보면 '복수'라는 주제에 가장 걸맞게 이 영화는 모든 행위가 보복에 맞춰져 있고 심지어 결말마저도 보복으로 끝납니다
아이러니의 극한입니다
6. 바시르와 왈츠를
"잊고 있을까봐 말해주는데 이건 현실이다"
가장 참혹한 엔딩을 고르라면 당연 이 작품을 먼저 거론할 겁니다
레바논 내전 당시 벌어진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사건을 묵인 방조했던 이스라엘 군의 시각으로 본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입니다
실제 전쟁에 참여했던 이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전장 한복판에서 춤을 추는 기관총을 난사하는 장면, 겨우 승용차 한대에 탄 반군을 잡으려고 지나칠 정도로 군사력을 소비하는 정규군, 불꽃놀이를 보는 듯 연출된 백린탄 등 여러가지 웃지 못할 매운맛 블랙 유머로 가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의 엔딩컷은 그 모든 유머를 잠식 시키고 참혹하고 끔찍한 역사를 마주보게 만듭니다
너무 끔찍해서 비위가 강한 저도 한동안 후유증을 가졌는데 만약 보실 용의가 있으시다면 꼭 각오를 먼저 하고 보시길 바랍니다
7. 구타 유발자들
"모든 악인이 업보를 받았으니 남은 건 피해자뿐"
이문식 배우님의 악역 연기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폭력의 대물림을 가장 인상적이고 현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새사람이 되었다며 이 모든 폭력을 끝내고 싶으나 과거의 업보가 끝내지 못하게 붙잡는 전개는 이 영화가 단순한 코미디 영화가 아님을 시사합니다
결국 영화는 모든 악인이 업보를 제대로 받으며 끝이 나고, 남은 건 오직 피해자들뿐입니다
아니 생각해보면 피해자들도 더이상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8. 큐어
"진정으로 치료된 사람은 주인공이었다"
몇년 전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개봉했을때 극장에 보러 갔었는데 옛날 영화라고 해도 너무 강렬해서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 영화는 공포영화의 모범답안으로 남겨도 된다 생각합니다
영화 내용 자체도 무시무시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 새로운 공포가 시작되거든요
그건 둘째치고 옛날이라서 그런건지 일본이라서 그런건지 식당에서 담배를 피니 좀 불편하네요
9. 로우
"이런 미친 외과대학에 안 들어간게 다행이네"
개인적으로 감탄했었던 결말입니다
복선이라고 할만한 요소를 극도로 배제한 채로 반전이 개연성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리고 이 영화는 그것을 해냈습니다
영화를 다 보신 뒤에 아버지한테 가서 사랑한다 말 한마디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가족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니까 적극 추천합니다
10. 서스페리아
"그 엄마가 나다 이 어린놈의 샠기야"
반전이라고 해야할지 여러모로 사회비판극을 띄는 공포영화 <서스페리아>의 후반부 시퀀스와 결말은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악한 일을 자행했던 구세대에게 통렬한 업보를, 피해 입은 신세대에겐 평온한 안식을 주는 듯한 결말은 어떻게 보면 엄숙하기도 합니다
그와는 별개로 분장도 꽤나 인상적이고 무엇보다 피가 엄청 튀어서 자극적이기도 합니다
영화에 소품으로 쓰인 피들을 전부 모으면 작은 산불 하나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스누P
추천인 8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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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신 글과는 좀 다른 느낌으로 강렬했던 영화는 혹성탈출2편입니다. 각본쓴 인간이 미치지 않고서는 이런 결말이 나올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타노스늬 핑거스냅 이전에 이 영화의 결말이 있던게 아닌가 싶어요
2편이 그렇게 나와서 3편부터 이야기가 과거의 지구로 간 덕분에 시저가 나와서 그 스토리 기반으로 진화의 시작이 나온것 보면서 이게 또 이렇게 써먹히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시르와 왈츠를..최고였습니다
그리고 시계태엽 오렌지에서도 강렬했지만 전 큐브릭의 작품들중에서 닥터스트레인지러브가 가장 강렬했습니다
핵폭탄이 터지는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나오는 것이 정말..소름끼쳤습니다
개인적으로 아톰 에고이안의 엑조티카(1994)의 엔딩을 정말 좋아합니다.
세븐,원티드 그리고 이영화를 빼놓을수가 없죠
유주얼 서스펙트
해피 엔딩인가요? 새드 엔딩인가요?(새드쪽에 한표)
아래 장면도 영화 역사상 유명한 엔딩 씬입니다. 이른 바 반전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죠
영화 Inception보다 무려 40년 먼저 나온 대단한 걸작입니다
이 영화가 TV에서 방영하길래 보다가 아버지한테 스포를 당해서 그 충격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일본은 지금도 실내 담배 허용 같더라고요.
묘하게 한국과 정서 차이가 큰 부분들이 있어요.
<구타유발자들> 감독은 데뷔작에서 그렇게나 세게 나갔는데.. 이후 작품들은 계속 마일드한 게 늘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