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을 보고
솔직담백한 화법으로 현실적인 성인남녀의 연애담을 거침없이 보여준 <가장 보통의 연애>를 연출한 <파일럿>을 보고 왔습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 등 자연스레 연상되는 영화가 많은 ‘여장 남자’ 콘셉트를 가지고 온 영화인데, <콕핏>이라는 원작이 있기도 합니다.
(원작은 따로 보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조정석 배우의 개인기로 이끌어가는 원톱 영화인데 초반까지만 해도 영화의 콘셉트에 대한 우려애 반신반의하더군요. 무리수에 가까운 설정과 설득력은 최소화해둔 상태라 쉽사리 극에 몰입하기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분장팀의 노고와 출연진의 열연에도 극의 전개는 종종 황당한 순간을 자아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이 영화의 공략점은 명확합니다. 최대한 노력은 했겠지만 완전한 여장 남자 연기에만 집중하기 보다 오히려 그 허술함을 성차별에 대한 풍자나 희화화의 도구로 적극적으로 사용해 메시지를 피력합니다. 실제로 ‘빠더너스’를 활용한 에피소드부터 유머의 양과 질 모두 타율이 굉장히 좋은 코미디니까요. 이 유머 타율은 조정석 배우의 개인기의 지분이 굉장히 큰데 <건축학개론>,<관상>에서의 그것보다 더 본격적으로 오버액션을 하기도 하고요. 출연진 중 유독 한선화 배우의 코미디 연기가 눈에 띄는데 극의 톤앤매너나 조정석 배우와 합이 잘 맞아떨어집니다.
<바비>가 연상될 정도로 전달하는 메시지를 굉장히 직접적이고 노골적이기까지 말하는데 전형적인 성장영화 플롯을 가져서 카타르시스는 크지 않고 지나치게 반복적이기도하고 영화적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적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 같습니다. 영화가 가진 메시지 자체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어떤 메시지든지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론 측면에서 말씀드린 겁니다. 이건 어떤 강연이나 프레젠테이션이 아니라 영화라는 매체니까요.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는 과정도 작위적이고 현대 사회의 풍속도에 발 맞춘다지만 예능 프로그램 등 직접적인 시각자료의 빈번한 활용은 창작자의 고뇌가 그리 되지 않은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결국 남장 여자 코미디의 탈을 쓴 사회 풍자극인 겁니다. 그 컨셉트 자체에 처음에는 의문이 들수도 있겠지만 김한솔 감독의 전작까지 연상했을 때, 연출 의도나 이 프로젝트를 맡은 동기는 충분히 공감되기는 합니다. 이 영화가 제공하는 코미디의 상당 부분에 웃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고요.
-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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