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슈퍼배드 4> 비판 위주 리뷰
<슈퍼배드 4>를 봤습니다.
시리즈를 모두 재밌게 봤고 이번 편도 기대를 했으나 실망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미니언즈 시리즈를 제외하고 슈퍼배드 시리즈 중에서는 제일 별로였습니다.
그래서 좋았던 점보다는 아쉬웠던 점들 위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생각 없이 쓴 것 같은 스토리
AVL(악당 퇴치 연맹)의 요원이 된 그루는 악당고등학교 동창회에서 만난 맥심 르말을 체포하고, 맥심은 복수를 예고하고 금방 탈옥합니다. 그러자 AVL에서는 그루 가족의 신분을 위장시켜 메이플라워라는 마을에서 지내게 하고, 정체를 숨긴 그루 가족과 이들을 추적하는 맥심의 대결이 영화의 주 스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무 쓸데없는 내용이 많습니다. 스토리가 큰 틀을 가지고 전개되는 게 아니라 자잘한 사건이 일어나며 정신 산만하게 진행됩니다. 그런데 그 사건들 중 줄거리에 꼭 필요하거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은 별로 없습니다. 새 생활에 적응하려는 그루를 보여주고, 복수를 위해 그루를 쫓는 맥심 르말을 보여주고, 메가 미니언즈, 새 직장에서 사고 치는 루시, 가라테 배우러 가서 깽판 치는 딸들과 그루의 정체를 알고 있는 파피 등 불필요할 정도로 많은 캐릭터들 각자의 모습을 난잡하게 번갈아 보여주니 정신이 없습니다. 그 와중에 뭔가 제대로 완결된 부분은 없다시피 한 게 제일 큰 문제입니다.
매력 없는 빌런
빌런 맥심 르말도 문제가 많습니다. 바퀴벌레의 힘을 이용한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면서 자신을 감옥에 집어넣은 그루에게 복수한다고 하는데, 정작 하는 일이 딱히 없습니다.
일단 능력 묘사가 애매합니다. 벌레의 능력이라는 게 하늘을 날 수 있고 다리가 여러 개라는 것 말고는 유용해 보이는 게 없습니다. 무기를 이용해서 타인을 벌레 인간으로 만들어 부하로 부릴 수 있긴 한데, 영화 내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이를 쓰는 장면도 두 장면밖에 없습니다. 또 바퀴벌레 군단을 이끌며 이들의 도움으로 감옥에서 탈출한 것 같은데, 이 바퀴벌레들은 정말로 사실상 한 장면 등장하고 맙니다.
악행 동기도 어이가 없습니다. 일단 그루를 싫어하는 이유가 학교 장기자랑 같은 행사에서 자신이 부르려던 노래를 먼저 불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증오심을 품는 찌질한 빌런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메가 미니언즈
AVL에서 미니언 다섯 명을 뽑아 만든 생체실험병기로, 판타스틱 4 같은 느낌이라 보면 편합니다. 그러나 막상 제대로 된 활약은 없고 사고만 칩니다. 후반부에 맥심에게 들킨 그루를 돕기 위해 집결하는데, 이때도 그냥 우르르 달려가서 맥심을 깔아뭉개 버리면서 안 그래도 부실했던 최종 전투를 한층 더 허무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외 나머지 미니언들
그럼 메가 미니언즈를 제외한 나머지 미니언들의 활약은 어떨까요? 없습니다. 그냥 그루의 신분 위장을 위해 AVL 본부에서 살게 되고, 늘 그렇듯이 난리를 칩니다.
그게 끝입니다. 정말로 하는 게 없어요. 이 시리즈가 미니언즈의 인기만 믿고 너무 우려먹는 건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이들의 비중은 공기입니다.
<슈퍼배드 3>에서도 미니언즈 비중이 적긴 했는데 이때는 개인적으로 그루 & 드루 콤비가 신선하게 다가왔고 가끔 나오는 미니언즈 장면도 제법 재밌었거든요.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고 낭비되는 캐릭터들
아까 언급했다시피 등장인물들은 꽤 많은데 내용 자체가 산만하다 보니 한 명 한 명의 매력을 보여주는 장면이 좀 부족합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파피 프레스콧이라 생각합니다. 악당이 되는 것이 꿈이고, 그 때문인지 그루의 정체도 바로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그루를 설득해 악당고등학교에 잠입해 교장의 애완 오소리를 훔치는 비범함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뭔가 중요한 캐릭터처럼 느껴져서 저는 후반부에 파피가 큰 활약을 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더군요. 그냥 오소리를 추적한 교장이 그루 집에 찾아오도록 하고 그루 가족을 집 안에 잡아두어 그루가 혼자 맥심을 상대하도록 그런 행동을 했을 뿐인, 말 그대로 스토리 전개를 위해 소모된 캐릭터입니다.
악당고등학교 교장(위벤...슐레흐트? 이름이 복잡해서 기억이 안 나네요;;)도 일종의 중간 보스격 빌런일 줄 알았는데, 갑자기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도 없이 증발합니다. 결말 부분에 재등장하긴 하지만...
팬서비스?
그루가 맥심을 물리친 이후, 사실 그가 학창 시절 맥심의 노래를 훔친 게 사실이 맞다고 고백하면서 갑자기 교도소 내 노래 배틀이 시작되는데요. 이때 전작들의 빌런들이 모두 재등장합니다.
노래도 좋고, 반가운 얼굴들도 보이니 분명 괜찮은 팬서비스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영화의 애매한 완성도를 덮으려는 얕은 수작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좀 슬퍼지기도 하더라고요.
총평
이번에는 단점 위주로만 서술했지만 그렇다고 최악이란 뜻은 아닙니다. 여러 자잘한 장면들이 산만할지언정 여전히 재미는 있고, 팬서비스도 확실하니까요. 기존 시리즈의 캐릭터들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즐겁게 봤고, 새로 등장한 캐릭터들도 나름대로 좋았습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패러디에 피식 웃을 수도 있고요. 반가운 K-팝도 들을 수 있습니다. 잔뜩 기대해놓고 실망하는 것보다는 그냥 머리 비우고 마음 편히 보는 게 좋은 애니메이션입니다.
완성도와 별개로, 미니언즈의 인기와 그 브랜드 파워(?)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어쨌든 프랜차이즈는 계속될 거고, 저도 계속 기다릴 겁니다.
★★★
도삐
추천인 3
댓글 3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아직까지는 미니언즈 팔이가 먹히긴 하지만, 이런 캐릭터 팔이도 언젠간 수명을 다할거라고 봅니다. 그러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안일하게 영화 만들지 말고 슈퍼배드 1처럼 재밌고 기발한 각본과 공감되고 응원하고 싶은 캐릭터를 만드는데 빨리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