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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 속 한국 가요에 대한 일본 기사 번역

golgo golgo
8101 4 6

<밀수>가 내일 일본에서 개봉하는데... 그에 맞춰 공개된...

일본 마이니치 신문 스즈키 타쿠마 기자의 글입니다.

프로필에 한국가요 팬이라고 적혀 있을 정도로, 한국 문화에 대해 잘 아는 분이네요.

 

원문은 아래

https://hitocinema.mainichi.jp/article/oshigoto-smugglers1970-suzukitakuma

 

10.webp.jpg

 

눈물, 소름, 선곡 센스가 탁월한 <밀수>의 들을거리, 그리운 한국 대중가요


아, 못 참겠다. 이런 영화를 보게 되면 노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7080(칠공팔공). 한국에서 500만 명을 동원한 해양 범죄 액션 <밀수>가 특히나 근사한 이유는 잔뜩 삽입된 노래 덕분이다. 노래. 그것도 대중가요. 이번 여름에도 또 서울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지만, 내가 사랑하는 노래들을 스크린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준 보답? 으로 내 심정을 토로해 보기로 하겠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소동극, 노래에 싣고


7080은 1970~80년대 (한국의) 유행가를 뜻한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건 학창 시절 여행했던 서울 곳곳에서 흘러나왔던 70년대 노래들이다. 한국의 국산차 포니 택시를 타고 도착한 러브호텔 같은 수상쩍은 호텔에서, 밤마다 소주잔이 기울어지던 뒷골목 포장마차에서. 박정희가 이끌었던 악명 높은 군사 독재 정권 때문에 어두운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먼지투성이의 수도 서울은 아찔할 정도로 활기가 넘쳤다. 하지만 명동에도 껌을 파는 소년들이 잔뜩 있었다. 그 시절엔 아직 가난했다. 그런 시대에 노래는 미래였다. 희망이었다. 분명 한국 가요의 전성기였던 것이다.


해녀들을 태운 배가 어장으로 향하는 오프닝 장면에서 최헌의 ‘앵두’가 템포 좋게 깔린다. “믿어도 되나요. 당신의 마음을. 흘러가는 구름은 아니겠지요. 믿어도 되나요. 당신의 눈동자. 구름속의 태양은 아니겠지요....” 경쾌한 고고 비트에 트로트(엔카)를 얹었다. 일확천금을 노린 속고 속이는 우당탕탕 희비극의 서곡으로 잘 어울린다. 항구에선 박정희 작사, 작곡의 ‘새마을노래’도 들린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멀리서 뭉게뭉게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공장 굴뚝이 ‘한강의 기적’의 그림자를 상징하고 있다. 내년은 한일수교 60주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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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독 장기하가 명곡들로 꽉 채웠다.


박경희의 ‘머무는 곳 그 어딜지 몰라도’가 나왔을 때는 소름이 돋았다. 1978년 동경국제가요제에서 동상 수상. 한국 최고의 디바 패티 김도 커버한 명곡인데, 일본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갈 곳도 없이 떠나야 하는가.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는데 꿈길을 가듯 나 홀로 떠나네. 미련 없이 떠나가네. 머무는 곳 그 어딜지 몰라도 나 외롭지 않다네. 언젠가는 떠나야 할 그 날이 빨리 왔을 뿐이네.” 이 곡은 영화에서 두 번 나온다. 해녀들을 밀수판에 끌어들이는 전직 해녀 춘자가 카리스마적인 밀수왕과 한판 승부를 벌이려는 장면, 그리고 엔드 크레딧에도 쓰였다.


이 영화의 개봉에 맞춰서 공영방송 KBS의 인기 가요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서 70년대 명곡 특집을 편성했다. ‘머무는 곳 그 어딜지 몰라도’는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 열창하여 함께 출연한 가수들과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밑바닥에서부터 기어 올라와서 파란만장했던 현대사를 살아온 세대 중 많은 이들은 춘자처럼 큰 승부를 하진 않았더라도 모 아니면 도 식의 아찔했던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엔드 크레딧에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그 여운에 잠긴 채 해질녘 술집으로 달려갔을 게 분명하다.


그밖에도 영화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명곡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김트리오의 ‘연안부두’, 펄 시스터즈의 ‘님아’, 송대관의 ‘해뜰날’, 이은하의 ‘밤차’,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김추자의 ‘무인도’... 선곡은 류승완 감독이 맡았지만, 음악 감독을 담당한 천재 싱어송라이터 장기하가 독보적인 7080의 팬이 아니었다면, 그 시절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테마곡 등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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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7080’에 대한 장송곡인가


이런 장면도 있다. 항구에서 해녀들이 지루한 작업을 하고 있을 때 한대수의 ‘하루아침’이 나른하게 울려 퍼진다. “하루아침 눈뜨니 기분이 이상해서. 시간은 11시 반, 아, 피곤하구나. 소주나 한 잔 마시고, 소주나 두 잔 마시고, 소주나 석 잔...” ‘빨리 빨리’라는 말로 재촉하는 사회에 이의를 제기하는 가사다. 한대수는 미국으로 돌아간 포크 록의 대부다. 장기하는 그를 동경하며 유튜브에서 빈둥빈둥 낮술 기행을 벌이기도 한다. 서울을 떠나 시골 마을의 백반집에서... 케이팝이 세계를 석권하는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진짜 한국 음악을 계속 찾고 있구나, 라고 나는 생각했다.


서울은 지금 여기저기서 대규모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번화가인 종로를 걸어보길 바란다. 바로 얼마 전에 오픈했던 아기자기한 카페가 벌써 폐점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1970년대에 세워진 낡은 건물에 외관만 화장으로 떡칠한 것 같은 위태로운 모습이다. 명동에서 춘자가 모피옷을 뽐내던 무렵의 건물이다. 머지않아 서울은 군천의 ‘종로다방’이 ‘뉴 종로다방’으로 변신하듯이, 뉴 서울이 될 것이다. 진짜 7080은 사라질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영화 <밀수>는 그런 한국에 대한 장송곡일지도 모른다. 
 

golgo golgo
90 Lv. 4153394/4500000P


익스트림무비 스탭
영화, 영상물 번역 / 블루레이, DVD 제작
영화 관련 보도자료 환영합니다 email: cbt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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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go 작성자
카란
가요 가사들도 일본 독자들을 위해 일본어로 정성껏 다 번역했더라고요.^^
00:24
24.07.12.
profile image 2등
정성이 가득한 기사군요 ^^

이은아의 ‘밤차’ -> 이은하
19:50
24.07.12.
3등
이야 진짜 그 시대를 살던 한국인도 이 정도 수준 기사 쓰기 쉽지않을듯
22:41
2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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