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 후기...아쉬운 리메이크
며칠 전에 이 영화의 원작인 홍콩 영화 <엑시던트>를 봤습니다. <설계자>가 캐릭터와 시추에이션 면에서 변화를 주긴 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은 같아서 비교하면서 보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이 영화만 가지고 객관적인 평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 점 미리 양해 바랍니다.
<엑시던트>는 90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에 깔끔하게 전개되고 마무리되는 누아르 스릴러였습니다. 정교한 계획을 세워 사고사로 위장해 사람을 죽이는 청부살인업자 집단의 리더가 자신과 동료들을 노리는, 그들과 비슷한 라이벌 조직이 있다고 여기고 역추적하는데요. 주인공들이 하는 일의 특성상 불가피하게 생긴 끊임없는 의심과 불신, 그로 인한 아이러니와 비극을 강렬하게 보여주죠
원작은 한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했는데, 리메이크된 <설계자>는 판을 키워서 정치인의 스캔들, 재벌 등이 엮인 커다란 사회적 이슈, 사이버 렉카들이 부추기는 음모론으로까지 확장시켰습니다. 그 때문에 원작과 기본 흐름은 거의 같음에도 중구난방의 장황한 이야기가 됐어요.
그리고 원작에선 대사를 꽤 절제하며 주인공의 이상심리, 고뇌를 잘 표현했는데, <설계자>에서 강동원의 고민은 잘 안 보이고 어색하게 퀭한 눈 분장과 어떻게든 이야기를 헷갈리게 꼬으기 위한 독백과 주변 인물들의 어색한 설명 대사들이 끊임없이 나옵니다. 결말에 가선 원작엔 없던 나름의 반전도 넣긴 했는데 사족이란 생각밖엔 안 들더군요.
깔끔하면서 인상적이었던 원작을 부풀려서 리메이크하려다가 오히려 원작의 장점을 놓친 게 많은 영화가 된 것 같습니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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