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포) 1, 2탄보단 3탄에 가까웠던 범죄도시 4탄.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많이 아쉬웠고 현실 속 주변 지인들에게도 비추할 것 같습니다.

저는 범죄도시 1, 2탄을 꽤 재밌게 봤고 3탄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4탄을 연출한다고 진작부터 알려진 허명행 감독의 넷플릭스 연출작 '황야'의 나사빠진 전개와 연출을 보고 이번 4탄을 향한 기대를 내려놓고 봤습니다. 그런데 그 낮춘 기대치를 밑도는 영화였네요. 팝콘무비로서 전개가 빠르다는 미덕 정도는 갖추었던 것 같지만요.

감독이 액션감독 출신인 만큼 가장 큰 기대요소였던 액션도 3탄에서 마동석이 보여준 복싱 위주의 액션 스타일을 거의 그대로 답습하니 물리는 감이 컸습니다. 주요 빌런인 김무열의 칼질 액션도 1탄의 윤계상이나 2탄의 손석구에 비해 궁지에 몰려 오갈데 없는 인물의 처절함이 없어서인지 악과 깡이 느껴지지 않아 시종일관 심드렁하게 봤어요. 이전작인 3탄의 빌런들처럼요. 각종 홍보물에서 이번 편의 빌런이 마석도를 극한으로 몰아부칠 거라던 홍보를 떠올리면 그냥 우습게만 느껴지네요. 액션 전반에 창의력도 변주하려는 노력도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중반부에 빌런들 간의 뻔하디뻔한 2:다수 밀실 액션씬을 보면서 '밀수'의 조인성 나오는 2:다수 복도+밀실 액션이 얼마나 잘빠진 액션씬인지 새삼 깨달았던.)

3탄에서 문제시된 것처럼 광수대 경찰동료들의 활약이나 그들간의 끈끈함도 1, 2탄의 금천서 강력반 동료들에 비해 없다시피 해서 사건 현장마다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있으나마나한 존재들로 보였네요. 사이드킥으로서의 장이수도 1, 2탄에서 구축한(죽였다 살려놓은) 캐릭터가 아쉬울 정도로 남용됐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꾸 c8 c8 욕만 해대니 왜저러나 싶더군요. 또 다른 빌런인 이동휘 캐릭터는 뭐...굳이 나왔어야 했나 싶었습니다. 주요빌런 탄생의 동기이자 사건의 촉매제 역할에 걸맞은 소위 '깜'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뭐랄까요, 각본가와 연출가가 캐릭터 구축엔 관심 없고 캐릭터 소비와 소모만 할 줄 아는 것 같아 이 정도 사이즈의 프랜차이즈를 맡기엔 역량 부족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 모든 인물이 별다른 목적 없이 머릿수 채우려고 등장했다가 아무렇지 않게 사라진(그리고 그게 당연시된) 느낌. 혹시 이번 작품이 괜찮을까 해서 미리 모레 날짜로 4DX 예매해두었는데, 오늘 영화 보고 상영관 빠져나오면서 취소했어요. 오늘은 아이맥스 환경에서 봤습니다.

추가로, 경찰청에서 카메오로 나온 그 분의 등장씬은 그야말로 끔찍했습니다. 아무리 흥미거리로 활용됐다지만 돈 받고 표 파는 영화에서 OK 싸인이 나면 안 되는 괴이한 등장과 이상한 연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개콘에서도 그렇게 하면 NG날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