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 더 그레이> 원작자가 인정하는 새로운 실사판이 탄생하기까지, 연상호 감독 인터뷰
Q: 《기생수》은 감독님에게 ‘만화의 교과서 같은 존재’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처음 원작 만화를 읽었을 때 어떤 점이 가장 끌렸나요?
《기생수》는 제 주변에서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었어요. 그 친구들이 《기생수》는 꼭 읽어야 한다고 해서 그런 경로로 처음 작품을 접하게 되었죠. 원작 만화는 ‘바디 스내처’(인간의 몸이 다른 생물에게 점령당하는) 장르의 만화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장르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 액션도 있고, 메시지성도 있었어요. 이 세 박자가 딱 맞는, 그런 명작이라고 생각했어요.
Q: 감독님은 최근 영화보다 드라마 시리즈에 더 많이 참여하시는 것 같은데요, 드라마 시리즈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드라마 시리즈는 작품의 세계관을 구축하기에 아주 좋은 매체라고 생각해요. 특히 넷플릭스라는 매체는 글로벌 파급력이 있고, 전 세계 시청자들이 동시에 시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가 지금까지 지향해 온 방향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최근에는 넷플릭스 시리즈를 중심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Q: 원작을 존중하면서도 독창성을 가미해 드라마화하셨는데요, 원작 만화에서는 기생생물인 미기가 주인공인 이즈미 신이치의 오른손에 기생하는 반면,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는 하이디가 수인의 얼굴 오른쪽에 기생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 설정은 어떻게 생각하게 되셨나요?
원작 《기생수》의 거대한 메시지는 인간과 다른 생명체의 공존이라고 생각해요. <기생수: 더 그레이>의 주제 역시 공존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고요. 수인과 하이디가 한 몸 안에서 공생하는 것, 그리고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이 어떻게 한 몸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설정의 시작은 ‘수인과 하이디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라는 것에서 출발했죠. 신이치와 미기의 경우, 미기가 신이치의 오른손에 기생하는 함으로써 두 사람은 직접 대화를 할 수 있지만,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는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이 직접 대화할 수 없음으로써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더 극적인 효과로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지킬 앤 하이드’처럼 이중인격으로 설정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죠. 원작에서는 미기가 신이치의 심장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일정 기간 잠을 자야 한다는 설정이 있는데,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도 그 설정을 차용하여 하이디가 수인의 의식을 지배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중 15분밖에 되지 않는다는 설정을 했어요. 그렇게 함으로써 두 사람의 의사소통이 더 어려워지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도 더 어려워지죠. 그리고 보다 효과적일 거라는 생각에 얼굴 오른쪽에 기생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Q: 원작 만화는 코믹한 대화를 많이 그렸는데, 반면 <기생수: 더 그레이>는 상당히 진지한 톤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요, 이 각색의 목적과 의도가 궁금합니다.
원작은 ‘바디 스내처’라는 장르, 더 나아가 ‘소년만화’라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기생수: 더 그레이>를 만들 때 원작의 장르, 메시지를 이어받으면서도 이 작품만의 장르는 무엇일까를 고민했어요. 그 때 제 안에서 중심을 잡은 것이 진지한 분위기의 스릴러였어요. 기본 틀은 수사극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원작 만화에서 소년만화라는 어떤 틀이 있었던 것처럼,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는 어두운 스릴러나 수사극의 형식을 빌려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원작에 비해 무거운 스릴러 작품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Q: 주요 출연진 중 과거 감독님과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는 얼굴들이 많은데, 캐스팅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요?
함께 작업해본 적이 있는 배우들이라면 그 배우가 가진 장점이나 강점이 더 선명하게 보일 때가 있어요. 각본을 쓰거나 캐릭터를 만들 때 특정 인물, 제가 잘 아는 인물로 대입해서 쓸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전에 함께 작업한 적이 있는 배우와 다시 함께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요.
수인 역의 전소니 씨와는 이번에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되었는데, 수인과 하이디라는 역할을 누가 연기하면 좋을까 고민할 때 원래부터 제가 알던 배우가 아닌 낯선 배우와 이 인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 전소니 씨가 출연한 인디 영화를 굉장히 재밌게 봤거든요. 또 몇 편을 봤을 때 기회가 된다면 꼭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굉장히 궁금한 배우였어요.
Q: <기생수>는 과거 야마자키 타카시 감독님이 실사 영화로 만든 적이 있는데요,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야마자키 감독이 연출한 <기생수>에서 어떤 힌트를 얻었나요?
일본의 실사판 2부는 두 작품 모두 상당히 훌륭한 작품이죠. 야마자키 감독님이 만든 실사판은 야마자키 감독님 본인이 VFX를 하셨던 분이라 CG를 구현하는 부분에서 CG를 무한화 시키는 부분이 정말 훌륭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기생수: 더 그레이>의 CG팀이 실사판 블루레이에 수록된 메이킹 영상을 꼼꼼히 보면서 참고할 정도였다고 하더라고요. 만화를 실사화하는데 있어서의 노하우가 많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더 재미있는 것은 작년에 토호 스튜디오를 방문했을 때 마침 <고질라 마이너스 원> 후반 작업을 하고 있던 야마자키 감독님을 만났어요. 야마자키 감독님에게 <기생수: 더 그레이>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CGI를 많이 사용하는 점이 힘든 작업이기도 해서 “우리, 촬영하고 나면 할 얘기가 많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나요.
Q: 감독님은 과거에도 만화를 영화화한 경험이 있으신데, 원작이 있는 작품의 경우 주의하는 점이나 원작의 ‘이 점은 꼭 반영해야지’라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나요?
처음에 제가 <기생수: 더 그레이>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코단샤의 《기생수》 담당자 분들을 만나서 제 구상, 아이디어의 대략적인 내용을 설명했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신 이와아키 선생님이 의외로 이 아이디어를 굉장히 좋아해 주셨어요. 그 후 담당자 분으로부터 “연상호 감독님이 《기생수》의 팬이라서 자유롭게 찍어도 좋다고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감동했어요.
또한 <기생수: 더 그레이>를 만들면서 원작 만화가 가진 매력이나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중심에 가져올 수 있을까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원작 만화에서는 스토리의 핵심적인 주제가 무엇인지,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인지,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장기간 고민하며 구축해 나갔어요. 또 하나는 제가 왜 이 만화를 좋아하는지, 왜 이 만화에 매료되었는지를 오래, 깊게 생각하면서 구상해나갔고요.
Q: ‘공생’이 주제라고 하셨는데요, 또 하나의 주제는 감독님이 일관되게 작품에 담고 있는 ‘가족’을 꼽을 수 있는데...가까운 존재인 가족에게 기생하거나, 친 가족에게 냉대 받던 수인이 하이디와 기묘한 가족 같은 유대를 맺는다는 점도 특징적이었어요.
스토리를 구성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서로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해가는 이야기였어요. 또 한 가지 스토리 라인을 만들면서 생각한 것은 인간이 공존을 위해 만들어내는 것, 바로 무언가가 모여서 하나의 형태를 이루는 조직이라고 생각해요. 가족도 그 형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기생수: 더 그레이> 속에는 다양한 조직이 등장해요. 가족이기도 하고, 혹은 설강우(구교환)가 속해있던 폭력조직, 경찰, 종교단체, 후반부에는 기념관도 등장하죠. 하지만 이 인간이 만들어낸 집단과 조직이라는 것은 이 영화에서 긍정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어요. 수인의 가족도 그렇고, 경찰 내부도 그렇죠. 과연 인간은 혼자서 살아야 하는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 그렇지 않다면 인간이 공존하는 데 있어 어떤 형태가 있어야 하는가. 공존하는 데 있어 인간은 연대할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 나갔어요.
(출처: 일본 Cinema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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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가 상당히 좋게 봤나 보네요. 전 좀 부족했습니다.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원작자도 인정했군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