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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것들 - 리뷰(19금. 소수의견일지도. 스포)

소설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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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것들>을 보며 떠오른 영화는 프랑켄슈타인의 신부도, 또 프랑켄슈타인도 아니었습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마더!>였습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이야기를 길게 썼다가, 불필요해 보여 지웠습니다. 대런의 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어쨌든 냉정한 할리우드에서 블럭버스터급 감독이 되는 것도 로또에 걸릴 만큼 어려운 일이겠지만, 한 번 실패한 감독이 다시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감독이 되는 것은 벼락 맞을 확률 만큼 또 어려운 일일 겁니다. 

 

왜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떠올랐는지는, 간단하게나마 써보도록 할게요. 

 

 

이 영화는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우선은 넓고 확장성이 큰 드라마, 라는 카테고리에 둘 것인가! 아니라면 조금은 진취적이며 느끼기에 따라 편향적이지만 드라마에 비해 약간은 하위 개념이라 할 수 있는 여성영화로 볼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여성 영화, 라고 지칭하고 이 영화를 살핀다면!

이 영화는 매우 뛰어난 여성 영화의 드라마트루기를 지녔습니다. 타의에 의해 창조된 "존재"가 여성으로써 자각하고 발전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다루었습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통과의례 이후 독립적이며 주도적인 지점을 넘어서 벨라는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기에 다다릅니다. 이 과정을 그야말로 낱낱이 141분이라는 러닝타임에 짜넣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존재"가 여성이 되고, 그 곁에서 부유하는 대조적인 남성과 여성을 통해 스스로를 자각해 가는 과정은 설득력을 얻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엠마 스톤이 분한 벨라 백스터가 온몸을 던져 욕망에 대해 알아가고, 세상을 알기 위해 창녀를 연기하는 모습에서 많은 이들이 찬탄하고 찬사를 보낼 거라 믿습니다. 이건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조금 더 넓은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아마도 저처럼 다른 의견을 개진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드라마, 라고 써놓고 보면! 영화 <가여운 것들>은 마치 무협에서 정파와 사파가 전쟁을 벌이고, 이런 가운데 사파에서 온갖 악행과 비기를 일삼아 정파가 궁극에 내몰렸을 때!! 절세 영웅이 나타나 세상을 평정하는 그 뻔한 이야기 구도와 같았습니다.

 

벨라 백스터가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단 하나도 특이하거나 예외는 없이 도덕 교과서를 읽어가는 듯했습니다. 사회나 윤리 교과서에 기록되었던 (소위 철학과 인문학에서 말하는)욕망의 단계를 있는 그대로 영상화하기에 그쳐버린 벨라의 캐릭터는 언뜻 보기에는 입체적일지 몰라도 그저 한 명의 인간이 성장해가는 그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주변의 조력자 역시 특징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식이라고 여기기에 모든 것을 내어주던 굿윈 박사나 맥스는 그저 부차적일 뿐이었습니다. 영화 전체가 "플롯"을 전제하고 해체, 분석하려 해 보면 <가여운 것들>은 너무나도 뻔합니다.

 

 

반면 "섹스" 즉 성을 다루는 데에서 여성 영화를 가장한 남성 영화라는 게 확연히 드러납니다. (벨라에게 자위 또는 섹스는)그저 기분좋아지는 것에서, 탐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가, 제일 쉽게 돈을 버는 수단으로 변질합니다. 가장 아쉽고 심각한 관점의 붕괴는, 창녀와 손님을 통해 여성과 남성의 이미지를 구축해 간다는 데에 있습니다.

 

선과 악으로! 

 

매우 위험하고 섣부르며 치기 어린 결론 도출입니다. 이를 오로지 엠마 스톤의 살신성인이랄 수 있는, 나체 연기로 대신하며 가립니다.

"창조"의 과정이 아닌 타락이나 나락의 단계로 내려놓고 마는 데에서, 깊이 있는 탐구보다는 벨라 백스터의 "지식화"를 위한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섹스는 치부되고 말지요. 

 

결과적으로! 영화는 벨라가 획득해 가는 지식의 과정과 이를 보여주는 에피소드의 나열을 통해 인간의 성장을 이루어 낸 것처럼 유도합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직관이나 철학보다는 혐오와 기피, 대조를 통해 단순하게 부각하고 특정의 것을 추하하는 상반이 기능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를 착시하면 즉 "혐오와 기피, 대조를 통한 부각과 추하의 기능"을 영화를 통해 불식간에 인정하고 나면, 정말 괜찮은 영화처럼 감상하고 만다는 것입니다. 

 

벨라 백스터를 통해 존재와 창조, 발전과 철학의 확장, 세계관 구축까지 다룬 141분의 축약 과정이 여성성과 세상의 발전을 대변하는 것처럼 과대 포장되어서는 안 될 겁니다. 그렇게 받아들여 좋은 영화라는 착시를 줄 수 있을지언정, 이게 세상의 발전을 설명하는 특히 여성의 성장을 설명하는 정답이 되어서는 안 되니까요.  

 

 

불조차 다룰 줄 모르던 인간이 모계 사회에서 부족, 국가로 발전하고 오늘 이 시간 지구에서 "인간사"로 발전하는 과정은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아니 정의 할 수 없다는 게 맞을지도요. 그런 까닭에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마더!>를 통해 세상의 창조와 파괴를 신을 낳은 엄마라는 은유로 정의하려 들었던 것처럼, <가여운 것들>을 통해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죽었다 부활한 벨라로 여성을 정의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더랍니다. 

무엇보다! 세상을 반짝이게 하는 건 벨라나 굿윈 같은 몇 명의 천재일 순 있겠으나 결국 세상을 떠받치고 움직이는 건 성실하고 착한 대다수, 즉 보통의 "사람"이 아닐까요.  

 

 

 

 

덧. 저의 한줄평은 "지식의 나열을 지혜라고 주장하는 반짝이는 비닐 속 과대 포장 질소 과자! 물론 과자는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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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코미디 판타지 분위기로 감쌌기 망정이지 리얼한 풍으로 만들었다면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이야기였을 것 같아요. 리뷰 잘봤습니다. 성장 무협물 느낌 드는 것도 맞는 것 같고..^^

08:10
24.03.07.
profile image
갠적으로 해외에서 걸작이다 어쩌다 하는 것보다는 저역시 별로 였는데
그래도 볼만했다에 한표이긴 합니다 초중반까지는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ㅎㅎ
란티모스 감독영화중에서는 '더 랍스터','송곳니'가 더 좋았습니다
11:23
24.03.07.

너무 좋은 글입니다.

감사히 잘 봤습니다.
자주 찾아보기 쉽게 말머리를 영화리뷰로 수정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11:55
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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