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보다가 소화불량 걸릴 밀도
영화는 참 임팩트 있게 잘 나왔는데... 가볍게 즐길 작품이 전혀 아닌 작품이 왜 외국에선 대박 히트하는 걸까요? 참 아리송하네요.
영화는 똑똑한 과학자인 만큼 보통 사람보다 몇배는 더 모순적인 내면을 가진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을, 최소 3가지 다른 시간대에서 다루면서 다각도로 접근해 갑니다. 3시간이란 상영시간이 길긴 하지만, 어마어마한 밀도의 정보량과 다양한 주변 인물들, 자막이 길어져서 읽는 게 빡셀 정도의 대사들로 펼쳐내기 때문에 오히려 부족할 지경이네요. 전문적인 과학 지식 이야기는 물론이고 인류의 사상, 역사에 관한 지적인 이야기들이 내내 오고가기 때문에 계속해서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어떤 면에선 놀란의 영화 <테넷>보다도 길을 잃기 쉬워요.
그토록 모순된 오펜하이머 개인을 통해 그가 만든 핵시대 인류의 모순을 보여주려는 야심이 느껴지는 작품이고요. 박력 넘치는 편집과 사운드, 불꽃 튀는 배우들의 연기를 무기로, 어리둥절한 관객의 멱살을 잡아 역사의 한가운데로 집어던집니다. 놀란의 장기인 아이맥스 영상은 롱샷으로 풍경을 잡을 땐 화면 속에 빨려들어갈 것처럼 웅장하고,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할 땐 눈앞에서 직접 보고 있는 듯 생생함으로 압도적인 사실감을 주네요. <오펜하이머>라는 영화를 제대로 보려면 우리나라에선 용산 아이맥스 외엔 다른 대안은 없겠네요.
아무튼 영화가 감정적으로나,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 측면으로나 핵폭풍처럼 순식간에 밀어닥치는지라 한번 봐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부도 꽤 필요할 것 같고요. 원작이 되는 논픽션 책을 한번 보고 감상했다면 더 잘 이해했을지 몰라서 뒤늦게 후회되네요.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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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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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볼 이유가 더 생겼군요. 빡센 밀도. 놀란답습니다.
어리둥절한채 역사한복판에 패대기쳐지지 않으려면 공부해야겠습니다. 감사.
전문적인 과학 지식 이야기는 물론이고 인류의 사상, 역사에 관한 지적인 이야기들이 내내 오고가기 때문에 계속해서 머리를 써야합니다. 어떤 면에선 놀란의 영화 <테넷>보다도 길을 잃기 쉬워요.
오펜하이머는 사람들이 테넷보다 쉬울거라고 했는데 그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보는게 맞을까요?
솔직히 그건 좀 CG 쓰지 그랬나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