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론드>, 세상은 어떤 마릴린 먼로를 원하는가
"스크린 밖에서는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
마릴린 먼로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 중에서, 매거진 <라이프>
인물사진의 대가 필립 할스만은 마릴린 먼로의 미공개 사진을 50년만에 세상밖으로 내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마릴린 먼로는 렌즈를 단순한 유리가 아닌, 수천만 남성의 눈이라 생각하며 렌즈를 향해 추파를 던지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참조: <끝끝내 불행했던 그녀, 마릴린 먼로>
https://www.wikitree.co.kr/articles/159205
샤넬 넘버5 향수를 손가락에 묻혀 가슴 주변에 슬쩍 바르며 두눈을 감고 관능적인 미소를 짓는 마릴린 먼로의 사진을 보면, 그녀가 얼마나 카메라 앞에서 영리한 배우였는지 잘 알 수 있다. 자신의 이미지가 지닌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할 줄 알던 배우. 누군가는 이를 두고 성상품화라고 했을 것이며, 누군가는 또 이를 두고 헤프다며 비난했을 것이다. 그런데 마릴린 먼로에게 그러한 섹슈얼리티 이미지는 생존을 위한 방어막이자 수단이었다.
고아원과 입양 생활, 그리고 입양 가정에서 7살때 겪은 성폭행, 양부모의 강요에 의해 마지못해 했던 첫 결혼, 무능한 첫 남편 대신 생계를 위해 군수공장에서 페인트칠을 비롯해 각종 군수 제품 수리 등 공장 노동자로 근무했던 마릴린 먼로. 그녀는 어느날 운명처럼 카메라 앞에 서게 된다. 카메라 앞에서 더없이 행복해 하는 마릴린 먼로의 모습을 본 사진작가의 소개로 모델 에이전시에 들어가게 되고 전설적인 핀업걸(달력 사진 모델)이 된 그녀.
마릴린 먼로의 사진을 보면 꽤나 놀랍다. 그 어떤 여배우보다 가장 포토제닉하며 눈과 입술과 표정으로 마치 말을 거는 듯한 표정을 짓는 모습에서 그 타고난 재능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헐리우드는 그녀에게 만만한 세상이 아니었다.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당대 톱 여배우였음에도 불구하고 마릴린 먼로는 이렇게 말했다.
"헐리웃은 여배우의 영혼에 단돈 5센트의 가치조차 인정해주지 않는데, 그 속에서도 자신은 늘 이방인이었다"
당대 톱 여배우이자 최고의 티켓 파워를 가졌던 여배우 마릴린 먼로가 정상의 자리에 있을 때 했던 말이라는 점에서 더욱 소름끼친다. 그녀는 절대 행복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수많은 언론과 시청자들은 넷플릭스의 <블론드>가 마릴린 먼로의 불행만 부각시킨다며 비난한다.
스스로 스크린 밖에선 행복한 적 없었다고 밝힌 마릴린 먼로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시청자들과 언론과 비평계는 '행복'을 찾으려 했다고 하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들이 원했던 건 어쩌면 마릴린 먼로의 내면이 아닌, 그저 화려한 이미지의 나열 아닐까?
50년대 당시 사람들이 바라보던 마릴린 먼로의 그 이미지를 여전히 요즘의 시청자들과 언론과 비평계도 원했던 것일까? 저렇게 카메라를 바라보며 관능적 포즈와 미소를 머금은 마릴린 먼로만 보여달라고 외치는 것 같다.
영화 <블론드>는 마릴린 먼로의 삶을 일대기적으로 구성했지만, 사건 나열에 그치지 않고 마릴린 먼로와 노마 진(마릴린 먼로의 본명)의 내면을 그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파고드는 작품이다. 카메라 렌즈 앞에서만 행복했다던 마릴린 먼로의 내면에 카메라를 들이밀어 노마 진의 표정을 담아내려던 의도가 돋보인다.
역대 가장 높은 수위라는 보도에 수많은 사람들은 노출에만 관심을 가졌다가 실망했다고 한다. 사실 넷플릭스가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며 우려를 표했던 장면은 신체 노출 수위가 아닌, 미국인이 여전히 존경한다는 케네디 대통령과 마릴린 먼로의 은밀한 장면과 성폭행 장면이었을 듯하다. 해당 장면이 그대로 공개될 경우 케네디 대통령은 물론이고 미국 영화계의 레전드이자 더 나아가 여전히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인 마릴린 먼로에 대한 모욕이라는 비판 여론을 아마 공개 전부터 우려했기에, 편집에 전혀 관여하지 않던 넷플릭스마저 공개를 1년이나 연기하며 수위 조절을 감독에게 요청했던 것으로 보인다.
두 장면 모두 수십년 동안 루머로만 떠돌던 내용이었기에 과연 그 장면이 꼭 필요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실 확인이 가능한 내용도 아니다. 어쩌면 영원한 비밀일지도 모른다. 앤드류 도미닉 감독은 팩트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해당 장면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의도가 무엇이냐가 중요하다는 답변인 듯하다. 동의한다.
<사진은 케네디 대통령과 마릴린 먼로>
사람들은 어떤 마릴린 먼로를 원할까?
-우리의 마릴린 먼로는 착취 당한 적 없으며 불행하지 않았고 배우로서의 삶을 즐겼으며 정재계 및 헐리웃 권력자로부터 희롱 당하거나 성폭행 당한 적 없다. 우리는 화려한 마릴린 먼로를 원한다. 달력 속 핀업걸로서의 마릴린 먼로
설마 이런 마릴린 먼로만 기억하려고 했던 건 아닐까? 영화 <블론드>가 불편하다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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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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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까말까 좀 망설였는데 봐야겠어요.
혹시나 나와줄까 했던 한국 미군기지 공연 얘기도 없고... 뭐, 소설원작이니 소설을 잘 따라갔겠지만요.
영화 보는 중입니다. 시간없어 중간정도 봤고 마저 봐야 하네요. 글 잘 봤고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불편하다는 시각들 얘기듣고 화난다기보다 너무 말의 깊이가 얕아서 헛웃음만 났습니다.
아니 그럼 저들은 실존인물 소재 영화는 모두 행복하고 긍정적이고 해피엔딩만을 원한다는 건가요?
날카롭고 분석력있는 비평 근처에도 못가기에 그냥 무시할만 합니다. 그런 시선들은.
불편하다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네요.
행복하고 화려하고 뭔가 교훈적이고 볼거리있는 실존인물 영화를 원합니까?
그냥 마릴린 몬로 스커트 올라가는 상징적인 샷만 백번 보고 있으시라고.
아님 서점가서 아동용 전기 만화나 동화책을 읽으시라고요.
마저 봐야겠지만, 아나의 연기는 그녀의 커리어 정점에 오른듯 합니다. 그건 확실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