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이탈리아 역대 최고 걸작 영화 10

1위. 정사(1959) -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최고 걸작이자 현대 영화의 이정표와도 같은 작품. 이 작품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증오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 부었다. 인과관계의 부재, 모호한 결말 등이 당시 관객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무엇보다 실종된 애인을 끝끝내 찾지 못 하고 종결되는 결말이 결정타였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이 작품은 그 해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당시 칸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님이 드러났다. 고도로 발달하는 문명에 의한 풍요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의 삶은 점점 고독, 불안에 의한 공허함으로 채워진다. 그리고 작품은 그런 현대인의 실존적 한계를 애인의 실종이라는 애매모함을 통해 너무도 탁월하게 묘사한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작품은 그것을 수행하는 동시에 영화도 명확한 인과관계에 의한 깔끔한 세계에서 모든 것이 모호한 혼돈의 세계로 이동시켰다. 그렇게 이 작품은 현대 영화의 하이젠베르크가 되었다. 영화계의 불확정성의 원리!

2위. 달콤한 인생(1960) - 페데리코 펠리니: 페데리코 펠리니의 3대 걸작 중 하나로 개인적으로 가장 높게 평가하는 작품. ‘달콤한 인생’은 펠리니의 작품 중 가장 현대적이면서 또한 가장 퇴폐적인 작품이다. 연예계 전문 기자인 마르첼로는 약혼자가 있음에도 끊임없이 바람을 피우는 몹쓸 인간이다. 그러나 그런 것에 아랑곳없이 그는 계속 쾌락에 집착한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그의 삶은 피폐해져만 간다. 이렇게 작품은 공허한 쾌락에 빠진 주인공을 통해 모든 중심이 파괴되어 단자 화 되어 버린 현대인의 비극을 다룬다. 쾌락이란 쾌락을 모두 즐길 수 있지만 그 대가로 인간성을 담보로 잡혀야 하는 현대인의 비극을 말이다.

3위. 무방비 도시(1945) - 로베르토 로셀리니: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의 아버지라 불리는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대표작. 이 작품은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걸작으로서 2차 세계 대전 당시 로마를 점령한 독일 나치에 맞서 대항한 이탈리아 레지스탕스의 활약상을 굉장히 역동적으로 담아내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스튜디오에서 벗어나 실제 거리 촬영을 통해서 얻은 현실성 때문이다. 당대 이탈리아 영화가 정권에 아부하는 안이한 영화를 만들 때 로셀리니는 과감하게 그것을 거부하고 거리로 나왔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던 것이다. 보기 흉한 야생초가 보기 좋은 온실 속의 화초를 멋지게 이긴 것이다.

4위. 자전거 도둑(1948) - 비토리오 데 시카: 비토리오 데 시카의 대표작이자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 영화의 영원한 걸작. 만약 누군가에게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 영화를 추천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작품을 고를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작품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 영화의 입문작으로 너무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을 단순히 대중적이라는 말로 오해는 하지 말기를 바란다. 분명 이 작품은 누구나 볼 수 있는 대중적인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체를 꿰뚫는 사실적인 연출력, 연기력, 그리고 그로인한 가슴 깊이 파고드는 서글픈 감정은 진짜이기 때문이다.

5위. 베니스에서 죽다(1971) - 루키노 비스콘티: 루키노 비스콘티의 대표작이자 영화 역사상 가장 탐미적인 작품. 한 예술가가 있다. 그는 지금 죽어가고 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년이 등장한다. 너무도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미소년의 미모에 홀린 예술가는 자신에게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다 담아 그를 찬미한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미소년은 그런 그의 마음을 저버린다. 아니 알지 못 한다. 그리고 예술가는 홀로 쓸쓸히 죽어간다. 예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하지만 죽음은 그것을 무위로 돌린다. 그리고 예술가는 그 죽음의 포로가 됐다. 그 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움이 예술가 앞에 등장한다. 축복일까, 비극일까.

6위. 알제리 전투(1966) - 질로 폰테코르보: ‘알제리 전투’는 질로 폰테코르보의 최고 걸작으로서 1954년 ~ 1962년 동안 프랑스에 맞서 조국 알제리의 해방을 위해 무장 독립 투쟁을 한 알제리민족해방전선(FNL)의 활약상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감독 질로 폰테코르보는 다큐멘터리 출신 감독답게 그것을 다큐멘터리 화법으로 연출한다. 실제 알제리 장소에서의 촬영, 알제리 출신의 엑스트라들의 사실적인 연기, 인공적인 조명 배제 등 그 덕분에 이 작품은 실시간으로 현장을 목격하는 것 같은 생생함으로 가득 차 있다. 그렇게 이 작품은 굉장히 혁신적인 방식으로 프랑스 제국주의 잔혹함을 고발하는데 성공한다. 물론 프랑스는 그래서 이 작품을 싫어했다.

7위. 순응자(1970)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이탈리아가 배출한 천재 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최고 걸작이자 가장 논쟁적인 작품. 이 작품은 전성기 시절의 베르톨루치의 가공할만한 연출력을 볼 수 있는 걸작으로서 마지막 숲 속에서 벌어지는 암살 씬은 지금 봐도 숨이 멎을 정도로 탐미적이고 아름답다. 하지만 동시에 이 작품은 그 아름다움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정상성에 대한 조롱도 담아낸다. 주인공은 어렸을 적 동성애자에게 강간당할 뻔, 한 기억 때문에 정상성에 집착한다. 결국 그는 당대의 주류였던 파시즘에 투항하여 자신의 은사를 암살하기에 이른다. 정상성에 대한 집착이 역사상 가장 비정상적이었던 파시즘으로의 투항이라니. 도대체 뭐가 정상이고, 뭐가 비정상인가.

8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1968) - 세르지오 레오네: 스파게티 웨스턴의 최고 걸작. 단호하게 말해서 세르지오 레오네에게 전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무법자 3부작(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건맨, 석양의 무법자)는 이 작품을 위한 일종의 연습이었을 뿐이다. 그 정도로 이 작품은 스파게티 웨스턴이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은 진정한 걸작이다. 정상적인 가족 공동체를 위해 사라져야만 하는 창녀가 버젓이 살아남아 중심이 되는 것을 시작으로 선한 주인공 대신 복수에 눈이 먼 위험한 무법자가 주인공인 되고, 결정적으로 항상 선한 인물을 연기하던 헨리 폰다가 가장 악랄한 악당을 연기하는 등 이 작품은 전통 서부극과 완벽하게 정반대로 나아간다.

9위. 완전범죄(1970) - 엘리오 페트리: 엘리오 페트리의 대표작이자 아마도 영화 역사상 가장 부조리한 작품. 주인공은 전도유망한 경찰 간부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권태를 이기지 못 하고 정부를 살해한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이지 그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감추기는커녕 오히려 대놓고 증거를 남겨놓는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동료 경찰들은 오히려 엉뚱한 이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등 이미 만천하에 드러난 주인고의 살인을 애써 외면한다. 이렇게 이 작품은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 동료 경찰의 살인을 감추는 경찰 조직의 부조리한 행태를 통해 당대 이탈리아에 내재된 파시즘을 노골적으로 비판한다. 나 범인이야. 잡아가, 웃기지마 넌 국가 권력에 봉사하니까 범인임에도 범인이 아니야. 그러니 넌 무죄. 이런!!!!!!!

10위. 살로 소돔의 120일(1975) -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영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이탈리아 파시즘을 공격한 과격한 괴작. 아마도 이 작품은 영화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작품일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 때문에 부당하게 오해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사드의 소설을 바탕으로 이탈리아 파시스트 자신들의 변태적인 성적 쾌락을 충족시키기 위해 마을의 소년, 소녀를 납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렇게 소년, 소녀를 성으로 납치한 파시스트들은 온갖 역겨운 방식으로 그들을 성적 착취한다. 그 방법이 너무 역겨워 구역질이 나올 정도이다. 한마디로 파시즘에 대한 너무도 깊은 증오로 점철된 파졸리니가 아니면 절대 만들 수 없는 괴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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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순응자보고 이해했어요.베니스에서 죽다는 의외네요.레오파드같은 감독의 다른 걸작도 많은데..

살로소돔의 120일은 뭘 의미하는지 아직도 궁금합니다.. 단순 역겨운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제 머리로는 이해하기 참 힘든 영화더라고요.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몇편밖에 못 본 게 부끄럽네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 정말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