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보고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는 한 익무인의 후기 (긴글주의/스포O)
6월 23일 익무 시사회를 통해 관람하고 온 <헤어질 결심> 후기입니다. 좋은 기회를 주신 익무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 영화.. 정말 기대이상으로 너무 좋아서 아직도 심장이 벌렁대요.. 감독님 최애작품 탑2 등극입니다 ㅠㅠㅠㅠㅠ
지금도 제목 그대로 헤어질 결심 보고 헤어나오질 못 하고 있어요. 😅
<헤어질 결심>을 보면서 느낀 건 이 영화에는 '3개의 결'이 있다는 거예요. 첫째는 '결심' 둘째는 '미결' 셋째는 '살결'로 봤어요.
우선 '결심'은 서래가 해준을 잊기 위한 헤어질 결심, 그리고 해준이 형사로서의 책임감과 자신감을 가진 것도 일종의 결심이라고 봤어요. 그리고 이러한 결심이 붕괴되어 망가진 해준을 보며 서래는 해준과 더욱 헤어질 결심을 합니다.
둘째로 '미결' 역시 영화의 주제를 관통한다고 생각했어요. 스토리가 해준이 미결된 사건을 수사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서래와 해준이 함께 미결된 사건을 들여다보기도 하며 둘은 더욱 가까워졌죠. 결정적으로 13개월 뒤 해준이 너무나 그리웠던 서래는 "당신에게 미결이 되고싶어서 이포에 왔어요."라는 대사를 하며 돌아와요. 그리고 이 대사가 후에 한 번 더 반복되기도 하죠.
마지막으로 '살결'은 서래와 해준이 가까워진 후 해준은 살결이 거칠어진 서래의 손에 핸드크림을 짜주고 어루만져주며 부드럽게 만들어줘요. 그리고 서래는 이에 화답하여 해준의 립밤을 꺼내고 자신의 입술 그리고 해준의 입술에 발라주며 살결을 부드럽게 해줘요. 이처럼 이 둘은 이전까지 거칠었던 서로의 살결을 부드럽게 해줌으로써 사랑과 치유를 동시에 한다고 생각했어요. 덧붙여 마지막에 해준이 바다에서 하염없이 서래를 찾는 장면에서 입술이 부르트다 못해 껍질이 눈에 띄게 보여요. 이는 더이상 해준의 살결을 부드럽게 해줄 수 있는 서래가 진정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는 중문과 학생으로서 해준의 유일한 중국어 대사 "漂亮(피아오량, 예쁘다)“가 정말 기억에 남았어요. 영화에서 해준은 서래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죠. 그런데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것 자체도 서래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했고, 흔히 아는 "我爱你(워아이니)"보다 중국어를 배워야 알 수 있는 단어인 "漂亮"이라 말을 건낸 거 자체도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외에도 장면의 전환, 초점 그리고 음악까지 모든 연출이 완벽했다고 생각합니다. 장면 장면들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게 많았는데 예를 들어 명함의 얼굴과 해준의 얼굴이 교차되는 등... 이런 연출의 재미가 휘몰아친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사건 사건이 스무스하게 넘어가서 이해하는 데 힘들었던 점이 전혀 없이 집중해서 보게 됐어요.
그리고 감독님께서 번역기를 이용한 연출도 감탄하며 봤어요. 서래는 해준의 '마음'을 갖고싶은 건데 이를 '심장'이라는 재밌고 직접적인 표현을 보여주거나, 번역기의 음성을 남성과 여성 둘 다로 표현하여 대중들에게 미묘한 감정의 차이를 드러낸 것도 정말 박찬욱 감독님의 섬세한 감각 덕에 가능했던 연출이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새드엔딩을 정말 싫어하는 저이지만 이 영화만큼은 새드엔딩이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어요. 해준이 바다에서 서래를 찾을 수 있을줄 알았는데 (그러길 바라기도 했고요..ㅠㅠ) 어쨌든 서래의 죽음때문에 이 영화의 여운이 굉장히 길게 갈 것 같아요..
GV 역시 정말 유익했어요! 특히 스마트 워치를 활용한 해준의 수사법이 정말 신선했는데, 구닥다리에서 벗어나 시대의 흐름에 맞춰 대중들의 공감을 불러내기 위해 연출을 하셨다는 말을 듣고 정말 감탄했어요.. 클리셰를 벗어나는 연출을 하기에 제가 박찬욱 감독님을 정말 사랑하는 것 같아요 ㅎㅎ
시사회로 영화를 먼저 보는 것과 박찬욱 감독님과 함께 하는 GV를 직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는데, 굿즈로 포스터까지 증정해주신 익무와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제 질문을 채택해주시고 채택자에게 엽서 증정해주신 것도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정말 잊지못할 하루가 될 것 같아요.
넵 감독님 🫡
이상으로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톰파
추천인 10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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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제 질문을 채택해주셔서 너무 좋았습니다. 간신히 귀가에 성공하고 씻고 나서 자야하는데, 감정이 너울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네요. 영화가 이야기 전개와 동시에 다양한 방식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경험을 정말 오랜만에 한 것 같습니다. 노스포로 후기를 간략하게 적기는 했는데, (감정이 벅차서) 사실 제가 무슨 말을 적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적은 것 같아요. 그저 이런 영화를 먼저 접하고, 감독님의 말씀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익무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톰파님의 질문도 너무 감사했어요!
"연출의 재미가 휘몰아친 작품"이라는 표현에 정말 공감합니다. 황홀할 정도였어요....... 그래서 재관람을 필히 하고 싶습니다. :)
중국어 아는 한국 사람이 가장 제대로 영화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