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양] 인테리어/소품에 담긴 의미 (해석-2, 강스포)
애프터양 세번째 글입니다.
앞서 주요 대사들을 쭉 적어둔 첫번째 해석리뷰,
서정적인 SF 영화 속 4가지 주제의 기억 (스포)
요걸 읽으신 담에 보셔야, 좀더 수월하게 이해하실 수 있을듯요. (두번째글은 댄스배틀 익히기! ㅋ)
비인간적인 양의 속성(해석3,스포)도 있어요.😉
렌티큘러 티켓에 혹해 3차를 하다보니 또 새로운게 보이더군요.
진득하게 시간을 들여 우려내면 깊은 향이 나는 차(茶)처럼... 보면볼수록 매력적인 영화네요.
3차땐 1,2차때 놓쳤던 화면비율 변화랑...
인테리어/소품, 음악에 신경써서 감상했는데요.
눈에 띄는 특징은 식물이 참 많고 트렌디하게 플랜테리어로 디자인했단 것과,
물고기/어항/물속과 나비/풍경/바람의 이미지/소리를 묘하게 중첩시킨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서정시에 담긴 이미지/심상을 읽어보는 기분으로다가 뻘해석을 해봤습니다. 😉
(*당연히 스포가 한가득!*)
1. 식물의 생존환경
공중에 떠있는 식물 / 물속에 들어있는 식물 / 찻잎 / 정체성(뿌리)
전공(건축)덕에 주변에 비슷한 분야인 정원설계나 인테리어하는 지인들이 꽤 있어서 금방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양네 집의 실내 인테리어를 보면, 식물들이 땅바닥/흙에 심겨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거실밖 정원(대문 왼쪽)에는 요런식으로 다채로운 컬러의 식물이 담벼락에 붙어있는데요.
요건 최근에 많이 쓰는 버티컬 가든(vertical garden), 혹은 월가든(wall garden)이라고 합니다.
(예고편엔 잘안보이는데, 요기 오른쪽 창밖에 살짝 보이네요.ㅋ)
창문앞 장식장에는 유리볼이나 실린더 안에 식물을 수경재배(water culture)하여 진열하고 있었고,
까페나 큐레이터 사무실에도 공중에 매다는 틸란드시아류처럼 행잉플랜트(Hanging Plants)가 많이 있더라구요.
영화의 주제랑 엮어서 생각해보면 이런 플랜테리어 방식은 굉장히 의미있는 선택인 거 같습니다.
양이 서로 다른 나무의 접목을 이야기했던 것과,
또 릴리슈슈에 나온 Glide란 노래 가사처럼 훨훨~ 날아가 어디 멀리에 닿고 싶다던 것처럼...,
그리고 3가족을 돌며 살아온 양이 아시아인의 뿌리에 대해 고민했던 걸 떠올려보면,
식물이지만 땅에 뿌리내리지 않으면서도 식물이란 특성을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점에서...
버티컬(월)가든/워터컬쳐/행잉플랜츠의 속성은 이 영화의 주제와 깊이 맞닿아있는 듯 합니다.
참고로 미래형 무인자동차에도 식물이 있는게 눈에 띄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유리창에 자꾸 일렁거리는 터널?의 모습 때문에 차량 안이 마치 어항속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인가 뒷좌석의 식물들이 묘하게 어항에 깔아두는 수초나 이끼류 같이 보이더라구요.
(미카가 물고기를 사와서 더 그런거 같기도..., 혹시 저만 그렇게 느낀걸까요? ㅎㅎ)
이렇게 수경재배나 수초같은 소품들은 잎을 물속에 담궈서 우려내는 차(茶) 문화와도 연관된 이미지라고 생각되는 군요.
2. 동물의 생존환경
물고기 vs 나비 / 물과 공기 / 기억(무와 유, 죽음과 탄생)
물과 바람에서 훨훨(둥둥) 헤엄쳐다니는/날아다니는 존재가 바로 이들인데요.
나비는 양이 표본을 만들어 박제한 죽은 존재이고,
물고기는 미카가 양이 고장났을 때 사오는 살아있는 존재죠.
이 두 존재는 왠지 양이 엄마 키라에게 말했던 노자의 이야기,
애벌레의 삶이 끝난 이후에 나비의 삶이 이어진다는 걸 한번더 비튼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가족에게 있어 양의 존재는 가족들과 에이다 사이를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의 삶을 살아간 뒤,
남은이들의 기억이란 물 속을 둥둥 떠다니는 물고기의 삶이 시작되는 걸 의미하는 거 같기도 하고,
어쩌면 양 스스로도 바깥의 자유로운 삶이 끝난뒤,
어항(전시관)에 갇히는 삶을 뜻하는 것도 같네요.
한편, 집 벽면에 연(kite) 같은 커~다란 전통 소품이 붙어있는게 묘하게 눈길이 가더군요.
(예고편에도 안나오고 스샷도 찾을수가 없...ㅠㅠ 대충 비슷한 넘으로다가...ㅋ 눈알은 저리 튀지 않았음! ^^;)
금붕어 같이 생겼는데, 묘하게 새같은 느낌도 들었지요.
참고로 연날리기 또한 접목(꺽꽂이), 나비표본 수집처럼 중국에서 유래된 전통풍습이랍니다.
근데 그걸 밖에서 날리는게 아니라 집안 벽면에다 나비표본마냥 딱 붙여놓으니 기분이 묘하더라는...
게다가 전 영화속 내내 물과 공기의 이미지가 계속 중첩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차타고 갈때도 마치 공기를 가르는 게 아니라 물속을 헤엄치는 느낌이었거든요.
심지어 사운드에서도 의외로 제가 지렸던 부분은,
바로 미카가 정수기 물 뜰 때 물이 빠져나가자 꿀렁~이며 공기가 차오르는 ASMR 수준의 생활잡음이었습니다. ㅎㅎㅎ
또한 밖에서 자랐을 싱그러운 잎이 물 속에 잠기는 찻잎이 된다는 점에서,
공기 속의 존재와 물 속 존재를 영화속에서 묘하게 연결짓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3. 바람 : 풍경소리와 빨래
영화는 중간중간 양의 기억 속에 담긴 하늘이랑 나무같은 풍경(風景)들을 보여주는데요.
전 그게 바람(그날의 날씨, 온도, 습도 등의 환경)을 보여주려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귀를 잡아끄는 전자음 만큼이나 영화 속에서 계속 들려오는 게 풍경(風磬) 소리였거든요.
또한 영화에선 중간중간 빨래를 널어놓은 컷을 계속 집어 넣었더군요.
영화 밖으로 온도와 습도, 바람 등을 직접 전할 수는 없겠지만, (4dx로 걸어줄리가 없;; ㅜㅜ)
최대한 감독이 시각적으로라도 그걸 전달해주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제이크가 양이랑 대화하면서 이야기한 다큐멘터리의 그 대사들 처럼요.
숲속의 나무들, 흙, 비오는날의 그 꿉꿉한 습기들의 느낌을 왠지 떠올려보라고 이야기하는듯한...
(참고로 미카/엄마?의 공간엔 빨래가 툭툭 두어개 걸려있는데,
아빠 제이크 공간에는 셔츠가 가지런히 쪼로록 위에 걸려있어서 성격이 좀 보였습니다. ㅋㅋㅋ)
4. 조명1 : 달, 토끼, 빛 > 신비한 존재
이건 미카의 침대맡에 놓여있던 토끼모양 스탠드가 넘 이뻐서 눈에 띄길래 걍 엮어본 썰입니다. ㅎㅎ
제이크는 에이다를 찾다가 책상 위 Luna(달) Cafe라고 적힌 머그컵을 발견하면서 그녀의 직장을 알게되었지요.
(요것도 예고편에 안나와서 대충 비슷한 제품으로다가...ㅋ)
왠지 달에 사는 옥토끼는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이랑 인도에 퍼져있는 전설이란 얘기가 떠오르더군요.
양에게 에이다와 미카는 왠지 닿을수 없으면서도..,(닿을 생각이 딱히 없으면서도?)
그 알록달록한 문양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아름답게 보이는 존재인건가...란 뻘생각이...
에이다의 말대로 인간중심적 사고를 잠깐 내려놓고 생각해 보면,
오히려 양 기준에선 인간이 신비로운 느낌이 아닐까란 상상을 잠시 해봤습니다.ㅎㅎㅎ
5. 조명2 : 기억공간과 차 > 조명하다!
기억공간 씬은 정말 우오와아~ 현대미술 전시 온거 같다! 란 생각이 들정도로 멋들어졌는데요.
아주 짧은 단편적인 짤방이 우주/ 혹은 뇌속 뉴런 / 컴퓨터 폴더 마냥 촥~ 펼쳐진다는...!!!
(이것때문에라도 꼭 극장에서 보셔야!! ㅎ)
참고로 전 제이크가 찻잎 우려내는 장면을 클로즈업할 때,
양의 기억공간을 펼쳐내는 모습이랑 상당히 유사하다고 느꼈어요.
또한 초반이랑 후반에 순간을 포착하며 가족사진을 찍는 행위를 강조해서 보여줬다면,
영화의 가장 마지막에는 아빠랑 미카가 창문틀 모양의 조명을 쳐다보는 컷을 강조해서 보여주는데요.
(예고편에 요거 정면샷이 없네요. ㅠㅠ 아래 스샷 왼쪽에 흐릿하게 보이는게 그건듯?!)
전통 문창살(나무+한지)을 새롭게 재구성한 듯한 요 조형물/조명에는...
꽃을 비롯한 여러 도형들 모양이 뚫려있는 가운데, 일부 몇개만 찬란하게 빛이 나고 있다는 점에서,
특정한 부분을 반짝이게 입력/추출하는 기억의 속성을 투영한게 아닐까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기억이란 어떠한 의미있는 순간들을 포착해서 엮은것이란 생각을 드러내는 것 같더군요.
여러모로 영화속의 공간 디자인/인테리어/소품들이 주제랑 굉장히 잘 어우러져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운디네 해석리뷰에 이어 나름? 전공덕을 좀 봤던...ㅎㅎㅎㅎ
겸사겸사 제 지인들의 멋진 작품을 띄우면서...
다음번엔 반복되는 질문과 농담 덕에 발견했던,
누구보다 인간적이던 양의 비인간?적인 특성과 화면비율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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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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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이 너무나 맘에 들어서 파칭코도 보고싶어지더군요.
왠지 콜럼버스란 것도 챙겨봐야할거 같고,
감독님의 다음 작품도 엄청나게 기대됩니다. ㅎㅎㅎ
항상 감사드려요
(짬내서 보고픈 영화들도 겨우 보는 상황이라... GV까진 시간을 못내겠더라구요. 흑...ㅠㅠ)
.
곱씹어보면 볼수록 의미들이 여러각도로 다가오는 거 같아요.
저도 2차때부터 인테리어에 의도가 있겠구나... 싶은 느낌이 들더라는...
영화가 워낙 좋으니, 자꾸 생각하게 되고 끄적끄적 거리게 되는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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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뱃지물욕은 없어서 포스터랑 렌티한개로 전 만족스럽지만,
아무래도 많은분들이 이걸 원할텐데...3주차에 포스터 제공해서 N차 관객들 끌어모았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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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네! 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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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감사합니다. ㅎㅎㅎ
영화가 참 보면볼수록 생각하면할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듯요.
자연풍경이랑 식물이 잔뜩 나오는 인테리어로 편안하고 동양적인 분위기를 냈다는 게 참 대단한듯요.
전 코고나다 감독건 이게 첫작품인데... 다른것도 완전 궁금해졌어요. ㅎㅎㅎ
오오... 저 아직 릴리슈슈 안본눈인데, 거기에 연도 나오는군요!!
뭔가 오마주를 계속 하고 있는 듯해서 궁금하긴 하더라구요. ㅎㅎㅎ
아무래도 오래 일을 하다보니 주변에 친한 정원이나 인테리어 전공자들이 꽤 있는 편이지요. ㅎㅎㅎ
전 뼈속까지 이과라 솔직히 보고서 쓰는게 젤 편하고 이런 줄글은 좀 어렵더라는...ㅋㅋㅋㅋ
애프터양 너무 좋아서 이번 주말 패키지도 잡았는데 그때 더 유의해서 봐야겠어요!!
+ 비록 현생때문에 보통 눈팅만 하게되지만..ㄸㄹㄹ 다른영화들도 그렇고 이번 애프터양도 그렇고 이런 양질의글 너무 잘 보고 있어요^^ 패..팬입니닷! (용기내서 팬밍아웃)
아아... 마지막 해석글을 주말패키지 보시기 전에 올려드려야할텐데...ㅋㅋ 😂
이 영화는 신기하게 볼때마다 점점 더 좋아지는 거 같아요.
맞아요!! 저는 한번만 봤더니 계속 생각나더라구요! 영화 속 음악과 영상미가 너무 잘 어우러져서 아스라히(?) 스며드는 느낌이랄까요?ㅎㅎ
요런 해석이나 숨겨진 의미 찾는거 좋아하는 새럼인지라 3년이 걸려도 좋으니 익무님 편하실때 마지막 해석글 올려주세요! (사실 벌써 군만두 50접시 만들어놓은 상태)😂😂
군만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드보이마냥 갇혀서 리뷰쓰는건가요?
지속가능한 발전.. 감독이 그런쪽에 관심 있나 보네요. 풍성한 해설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