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간단평 (노스포)
개인적인 감상이니 여러분과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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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영화에서 액션 없는 서사는 지루하다. 하지만 서사 없는 액션은 공허하다. 당연하다.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는 단순히 사람을 쏴죽이거나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걸 보기 위함이 아니다. 그 사람을 쏴죽이는 이유가 폭탄의 트리거를 누르려는 상황이라거나(ex-핸콕), 비행기가 추락하는 상황이라는 식의 서사 부여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도미니언)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매우 할 게 많기 때문이다. 전작들에서 나온 유전자 공룡 이야기도 해야 하고, 복제 인간 이야기도 해야 하고, 또 야생으로 풀려난 공룡 이야기도 해야 하고 그들과의 공존도 다루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액션까지 잡아야 한다. 이 얼마나 어려운 난이도인가? 그럼 도미니언은 이걸 해냈을까? 솔직히 말하겠다. 이 영화는 쥬라기 시리즈를 사랑해온 사람을 모독하는 수준의 영화라고 감히 평가한다. 왜인지 지금부터 스포일러 없이 간단히 말해보겠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모든 장면에서 장면을 뒷받침해줄 서사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자, '쥬라기 공원 1'을 생각해보자. 티라노 사우루스가 처음부터 등장하나? 아니다. 먼저 티라노 사우루스 우리 앞에서 차가 멈춘다. 이것도 사실 공원 내부의 산업스파이가 행한 공작이라는 빌드업이 있지만 그건 논외로 치고, 아무튼 주인공 일행은 오도가도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염소가 나온다. 티라노를 유인하려는 술책. 하지만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밤이 된다. 비가 쏟아진다. 염소가 사라졌다. 쿵쿵 소리가 물잔을 울린다. 두개의 발가락이 전기가 끊긴 울타리를 쓸어내린다. 울타리 줄이 티딩티딩 하면서 끊긴다. 드디어 포효하며 등장한다.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거장이 바보 멍청이라서 티라노를 등장시키는 데 돈을 쏟아부으며 연출을 넣은 걸까? 염소로 티라노를 유인한다는 서사를 부여한 걸까? 당연히 아니다. 이게 관람객을 이야기에 몰입시키는 방법이요, 긴장감을 형성하는 연출 기법이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쥬라기 월드'에서도 인도미누스 렉스가 울타리에 낸 손톱 자국이 있었다. 풀숲 사이로 유리를 노려보는 인도미누스 렉스의 눈이 있었다. 반면에 도미니언엔 이런 게 거의 없다. 공룡은 그냥 등장한다. 왜냐하면 공룡이니까. 야생에 풀렸으니까 막 등장한다. 서사도 빌드업도 없거나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빈약하다. 자연히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 또 왜 이럴까? 이 영화에서 서사의 중심이 '공룡'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공룡은 시종일관 이야기의 겉을 맴도는 유튜브 액션 클립의 배경 요소로 등장할 뿐, 그 어디에서도 이야기의 중심이 되지 못한다. 이건 진짜다. 가장 기대했던 벨로시랩터 블루는 등장한다. 등장'만' 한다. 결말을 맞이할 것 같았던 티라노 사우루스 렉시는 등장 비중이 폴른 킹덤보다도 형편 없다. 그리고 정말 정말 보는 내내 나오는 장면들의 수준이 허접해서 한숨만 푹푹 나온다. 애초에 공룡이 중심이 아닌 서사인 만큼, 이 투 탑 주인공의 비중은 눈물이 날 정도다. 아예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나마 있는 서사는 어떨까? 이마저도 형편 없다. 모든 것에서 우연을 남발한다. 등장인물들이 원하면 원하는 대로 되고, 메인 악역은 이름도 기억 안 난다. 그나마 우연이 아닌 부분의 서사도 보통 사람이라면 쉽게 남득하기 어려운 편의주의적 설정으로 가득하다.(ex-흑인 조종사, 헨리 우 박사) 등장인물들도 말이 안되는 역할을 떠맡고 그저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유전자 조작 공룡 서사나 복제인간 서사는 감당하지 못하고 나레이션으로 대충 떼운다. 이걸 이렇게 안 느끼게 하는 게 각본의 힘이요, 서사를 짜는 능력이다.
연출은 그럼 어떤가? 자, 이 영화를 보고 나온 분들은 기억에 남는 장면이 얼마나 있을까? 정말 영화에 나오는 모든 장면이 헐리우드 액션 클리셰로 나올 법한 것들 뿐. 그 어디에도 공룡과 연계한 액션, 고심한 듯한 창작이 없다. 공룡은 그냥 흔해빠진 B급 괴수물의 괴수처럼 쫓아올 뿐이고, 주인공들은 계속 도망치다가 겨우 어딘가로 들어가 도망치는 연출만 끝없이 반복된다. 잘 만들어진 영화라면 어디에나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쥬라기 공원'은 티라노의 등장 장면, 문을 여는 랩터, 브라키오 사우루스 등등. '쥬라기 월드'는 전 세계적인 밈이 된 랩터 손으로 막기, 월드 첫 등장, 보호색을 쓴다! 등등. 반면에 도미니언은 이런 장면이 하나도 없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정말정말 없다. 겨우 생각나는 건 렉스가 등장하는 장면 딱 하나인데, 이것도 딱히 인상적이진 않다.
이런 점들이 섞여서 도미니언은 최악의 시리즈 최종장 탑에 들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정말 쥬라기 월드와 같은 감독이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인데, 이 정도면 그냥 공룡 좀 넣고 오마쥬 구겨 넣으면 관객들이 좋아할 거라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 감독이 그랬든, 감독에게 제작사가 압박을 넣은 거든간에, 이게 내가 이 영화가 팬들을 모독하는 영화라고 느끼는 이유다. 니들 대충 오마쥬 좀 넣고 공룡한테 쫓기는 장면 넣으면 좋지?
결국 이 영화를 본 감상평은 결국 이거다. 2시간 반 동안 함께 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추천인 5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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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 욕까지....
조금 강하게 불호평을 남기셨지만 제가 느낀점이랑 거의 비슷하네요ㅠㅠ 진짜 지루하고 영화 언제 끝나나 기다린 영화였어요ㅠㅠ
중간에 졸려서 혼났어요. 예고편이 전부인 영화는 오랜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