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 스포일러 간략리뷰
다른 걸 떠나서
진심으로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절주절 싫으신 분은
아예 맨 뒤에 짧게 간략하게 적어 놓았습니다.
[매스] 스포일러 간략리뷰
[매스]는 분명 비단 ‘학교 폭력’에 관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해당 소재를 다룸에 있어 이 정도로 진중한 영화가 있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하며 보게 된 작품인 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한국에서 나온 [니 부모의 얼굴이 보고 싶다]와 공교롭게도 짧은 시간 사이에 비슷한 듯 상당히 다른 결의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매스]의 울림, 그리고 이 과정에서의 함의들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을 정도로 묵직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애초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부모가 한 방에서 90분에 가까운 대화를 직접 나누는 것을 관객이 체험하는 것 자체에도 이미 큰 성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작품이에요.
하지만 본격적인 이야기 전에 앞서 개인적으로 [매스]의 진짜 특이한 지점이라고 뽑고 싶은 부분은 서사의 주인공이 되어주는 4명의 인물 피해자 측의 부모인 ‘게일’과 ‘제이’, 그리고 가해자 측의 부모가 되는 ‘리처드와 ‘린다’의 이야기로 영화가 시작하지 않는다는 지점이에요. 여느 교회의 외부 전경을 넓게 비추고, 이를 관리하는 관리인의 이야기와 상기의 4명이 오기 전에 이 자리를 주선한 가해자 측의 변호사로 보이는 켄드라의 이야기로 이 영화는 시작하죠. 이들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20분이라는 시간까지 들여가며 이 4명이 보일 공간을 미리 세팅해놓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이 대화가 일어날 공간이 가지고 있는 특성, 특히 많은 창과 십자가, 테이블의 모습, 극의 초반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스테인드 글라스 장면까지 ‘교회’라는 공간, 동시에 얼마나 외적이고 고립되어 있는 ‘공간’인지 제대로 조명이 가능합니다. 동시에 뜻 모름 신비함이나 영적임(?)을 부여하기도 하구요.
더욱이 이 4명의 사연은 영화가 시작하고 1시간 즈음이 되서야 확정이 되지만, 그 사이의 이야기들에서 ‘알고 있으면 좋은’ 최소한의 정보를 짚어 주기 위한 역할도 수행합니다. 예를 들면 현재의 사건이 ‘6년’이나 지속될 정도로 큰 사건이고 이 사건은 아직도 진행중이라는 점, 이들의 사연을 얘기하는 데 조심하는 것으로 보아 만나면 분명 얼굴을 붉힐 사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아이들의 스태인드 글라스의 아름다움을 오히려 걱정하는 모습은 앞으로 이 공간을 점유하게 될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불편한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함으로써 이들의 사연이 뭔지는 몰라도 그들의 아이와 관련이 있겠구나…..짐작할 수 있게 하죠.
즉, 알게 모르게 감독은 관객이 이제 모든 상황이 뚜렷해지고, 격한 대화로 넘어가기 이전까지의 초반부 그들의 인사말에서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에 대한 실마리들을 초반부 20분 공간의 설정과 함께 그들의 관계에 대한 복선도 세심하게 설정해 놓은 것입니다. 그리고 딱 영화 러닝타임 상 50분 즈음에 나오는 ‘당신의 아이가 나의 아이를 죽였다…!”라는 대사가 나오기 전까지의 이들의 관계를 짐작하고, 또 그 대화마저도 흥미를 잃지 않고 이 60여분간의 오로지 대화로만 구성되어 있는 순간들을 관객이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초반부 20분의 세심함이 영화를 볼수록 참 두드러졌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러한 초반부의 완성도는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중~후반부의 모든 것을 차지하는 대화들의 완성도가 높습니다. 대화는 크게 보면 4개의 국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처음은 당연히 소개와 근황에 대한 이야기들이고, 두번째 국면은 이제 사건의 원인을 묻고 부모로서 왜 그것을 몰랐냐고 추궁을 하는 단계, 세번째 국면이 이제 사건의 자세한 디테일과 부모로서의 상실감을 공유하는 단계, 네번째 마지막 국면이 이를 통해서 이제 이들 사이의 연대가 생기고 감정적인 방향의 용서를 나누고 회개하는 단계….로 구성되어 있어요. 즉 영화 전체가 기승전결이라는 표현이 결과적으로는 이 4명의 캐릭터가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 것의 기승전결과 같은 표현으로 치환이 가능한 것이죠. 이 외적으로 이제 이 장소를 준비하는 과정이 프롤로그, 대화가 끝나고 이 방에 나와….마지막까지 용서를 구하는 린다의 모습은 에필로그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그와중에 세번째에서 네번째 국면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화면비까지 변환시키며....결국 결말에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하죠.
그리고 이를 명확하게 구분시키는 것이 바로 공간, 더 국한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들이 이야기 하는 교회의 방의 ‘문’이 되겠습니다. 이 공간에 들어오기 전까지, 즉 이 방 밖의 외부 세계에서 이들은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분법적인 개념으로 나뉘는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이 방으로 들어와서 문을 닫는, 즉 외부의 개념이나 시각이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않고 테이블 뒤의 십자가만이 그들을 내려다 보고 있는 이 공간 안에서는 그들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 점차, 그저 자신의 혈육을 잃어버린 부모로 동화되어 갑니다. 그리고 이러한 그들의 유대감 또는 동질감의 형성은 끝내 자신들의 앞에 있던 테이블이라는 물리적인 최소한의 구분 마저 없는 구석의 공간에서 하얀 빛을 받는 그들의 모습으로 비유되죠. 끝끝내 서로의 상실을 공유하고, 이해하며, 감정적으로 용서했다는 그 짧은 찰나의 순간, 침묵이 지나고 문이 열리면, 결국 그들은 다시 ‘피해자’와 ‘가해자’로 구분되지만요.
그 와중에 4명의 대화 스타일이 모두 다른 것 역시 이 영화의 색다른 매력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우선 가장 차갑고 관객에게 가장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했을 ‘리처드’는 회피하는 발언들을 쏟아냅니다. 끝까지 자신의 부모로서의 책임이 더 있었음을 인지는 알지언정 표현을 할 수는 없죠. 이에 반해 ‘제이’은 부모로서의 책임이 더 있었음을 인지하기 바라고 얘기하라고 추궁하지 않는다면서….끊임없이 이 모든 상황의 원인과 징조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탐구하고 싶어 합니다. 원인이 더 중요하죠. 이 것을 아는 것 역시 중요하구요. 어떻게 보면 ‘리처드’와 ‘제이’은 정보를 바탕으로 이 사건을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공통점 역시 찾아볼 수 있겠습니다. 다른 점은 결국 인간적인 감정의 표현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에 반해 ‘린다’와 ‘제이’는 감정이 우선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떠나 이 사건으로 자신의 혈육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감정적인 상실감에 대한 위안을 얻고 싶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여기서는 오히려 앞선 제이와 리처드의 상황과는 묘하게 반대되는 것도 매력입니다. 가해자 측의 부모인 ‘린다’는 자신의 상실감에 토로하고, 표현하고, 상대방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에 집중합니다. 이에 반해 ‘제이’는 자신의 상실감을 누가 알아봐주기를 바라지만,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꺼려해요. 이 차이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대화의 국면들을 보는 재미가 정말 대단한 작품이었다고 하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이 모든 장점들은 ‘학교 폭력’, 더 엄밀히 얘기해서 ‘총기 난사 사고’라는 이 극악무도한 사건에 대해 색다른 시선을 보내준 이 영화의 주제상의 장점을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피해자 부모의 입장에서 영화를 본다면 정말 이렇게라도 그들이 안도감을 얻고 휴식을 취할 수 있기를 바라는 애절함, 그리고 가해자 부모의 입장에서 본다면 내 자식이 왜 그런 일을 벌였을 까라는 생각 때문에 벌어지는 혼란감과 고통, 그리고 이 모든 감정을 상회하는 상실감 이 모든 감정들이 약 110여분 동안 관객의 마음을 정말 휘젓고 다니는 명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끝으로 마지막에 제일 인상 깊었던 ‘가치’에 대한 이야기로 리뷰를 마쳐보고자 합니다. 영화에서는 결국 이 아이들이, 가해자건, 피해자건, 태어나지는 말았어야 하는 건가….어떤 가치를 위해 태어났던 것인가에 대한 상당이 원초적인 질문까지 흘러갑니다. 여기서 결국 예나 아니오라는 이분법적인 답변보다….그저 그들이 이 부모들과 함께 보냈던 작은 순간들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었다는 그 사실이 너무나도 가슴아프고 슬펐습니다. 그들이 삶의 가치가 무엇이 중요하겠습니까. 그저 가족의 일원이 되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신이 내려주었다고 생각해도 부족하지 않을 너무나 소중했던 ‘삶’ 그 자체였을 텐데요. 참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많은 분이 관심가져주셨으면 좋겠다는 영화이네요.
[요약] 포인트
1. 정말 재밌습니다. 동시에 생각할 것이 많습니다.
2.실제 총기사건의 모티브를 받아 제작한
영화라고 합니다. 중간의 말로만 묘사되지만,
상상만으로도 좀 힘든 부분이 있었네요.
3. 가해자의 부모의 입장은 저렇겠다....
처음으로 고민해봤습니다.
4. 90분의 대화장면의 밀도가 왠만한
원테이크 저리가라 수준의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5. 다른 그 어떤 입장보다도 제이의 입장이
제일 가슴 절절했습니다.
6. 지금 바로 극장에서 그냥 보세요....와...
추천인 18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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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눈매가 맵습니다....
저도 정말 4명 중 누가 좋다 싫다가 아니라
그저 그들의 대화에 작은 참견인으로 참여하고 나온
기분이네요. 참 묘하고, 그렇기에 더 슬펐던
순간들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번째에서 세번째 국면으로 전환될 쯤 철조망의 리본을 보여주면서 대사도 음악도 없이 조용한 구간이 있는데 어떻게 거기서 정확히 전화벨이 울렸을까요? 다시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그 전에는 몰랐었는데 그 장면 뒤로 핸드헬드로 촬영를 한건지 화면이 흔들리는 걸 느꼈는데 앞부분에도 그랬을까요?
화면 흔들림이 좀 쎈 것 같은데.....라고 느꼈어요.
아무래도 화면이 줄어들면서
흔들림도 느나...???라고 생각하기에는
실제로 의도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감사합니당 마저 좋은 주말 보내세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간략리뷰가 이정도시면 정식으로 쓰시면 얼마나 대단할지 기대가 됩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느낌 좋습니다! 당첨 축하드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어제 관람했는데 여운이 남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