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이 말하는 일본 영상업계의 과제
일본에선 찾아보기 힘든 정치 사회 문제를 다룬 영화 [신문기자]...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로도 제작되서 현재 서비스 중에 있는데요. 영화판과 드라마판 모두 연출을 맡은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이 일본 영상업계의 과제와 해외 평가를 염두하고 만든 점을 설명하는 기사 전문을 한번 번역해봤습니다.(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이번에도 역시 한국을 언급하는데 생각 이상으로 자국 영화, 드라마 산업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는 듯 하네요. 앞으로 좋은 결과 있길...
2019년 일본에서 개봉해 제43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작품상은 물론 주요 3개 부문에서 수상을 거머쥔 영화 [신문기자]. 이 영화의 제작진이 다시 뭉쳐 넷플릭스 작품으로 같은 제목의 드라마 시리즈를 제작해 2022년 1월 13일부터 공개되었다. 핵심 스토리는 영화와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의 공문서 조작 사건의 진상을 신문기자가 파헤치는 것. 하지만 드라마판에선 언론과 정권뿐만 아닌 서민들의 시점도 추가되었다.
이런 변화는 러닝타임 113분의 영화판에선 다 표현할 수 없었던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의 구상이 포함된 결과다. 분량이 한 화당 약 45분에 총 6부작으로 늘어났으니까라는 단순한 얘기가 아니다. '자신의 시선을 명확하게 넣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후지이 감독은 그 심경을 밝힌다.
"영화판에선 관료의 가족이나 집단에 대한 개인의 감정을 주축으로 삼았습니다. 한편 드라마판에선 신문기자의 일 그 자체나 집단의 압력에 굴하지 않는 정의감을 향한 존경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나 사회에 흥미가 없었던 사람들의 시선을 가장 중요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넷플릭스에서 시리즈로 제작하는 것이 결정됐을 때 연출을 다시 맡기로 한 것을 후지이 감독 본인은 상정하고 있지 않았다. 그래도 제의가 들어왔을 때, '나 자신이 하고 싶은 [신문기자]를 찍을 수 있다면 한번 더 도전해보고 싶다.' 라고 받아들인 경위가 있다. 그 시점에서 후지이 감독은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 즉, 정치 스캔들을 다루는 작품에 있어 치우지지 않고 다양한 시점을 넣자는 생각인 것이다.
후지이 감독은 넷플릭스에서 시리즈로 제작할 기획 단계부터 한가지 더 의식한 것이 있었다. 그것이 해외의 평가이다.
정치 스캔들을 다룬 드라마(시리즈)라고 한다면 넷플릭스의 대표작으론 [하우스 오브 카드]가 알려져 있다. 거기서 [신문기자]는 '일본판 하우스 오브 카드' 라 불릴만한 것인가 물으니 감독은 확실히 부정했지만, 일본발 작품으로서는 처음으로 정치 스캔들을 다룬 드라마가 넷플릭스로 서비스 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넷플릭스에는 정치 서스펜스를 다룬 킬러 콘텐츠가 많이는 없습니다. 이런 와중에 일본을 배경으로 한 [신문기자]가 일본에서도, 그리고 해외에서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래도 해외에서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가에 대한 점은 기획 단계부터 신경을 썼습니다."
후지이 감독은 넷플릭스가 2015년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당초부터 드라마 시리즈 [방랑의 미식가]나 [100만 엔의 여인들]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에 참여해왔다. 근래 5~6년은 매달처럼 넷플릭스와 미팅을 가져왔지만, 그 중에서 '해외 시장을 어떻게 치고 나갈 것인지'를 중시하게 되었다고 한다. 넷플릭스는 190개국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서 동시 공개를 전제로 하고 있으니, 해외에서도 평가 받는 것이 당연하고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후지이 감독에 의하면 넷플릭스에선 작품을 제작할 때 우선순위의 순서가 일본의 TV 드라마와는 다르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일본에선 일반적으로 주연 배우가 확정된 후에 각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독이 정해진다. 모든 드라마가 이렇게 제작되는건 아니지만, 넷플릭스의 경우엔 다른 절차를 밟는다. 창작자들을 모아 각본을 만들고, 그 후에 배우가 정해지는 것이다. 이런 창작자를 중시하는 절차에서도 넷플릭스가 창의성에 높은 우선순위를 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영상업계도 창작자를 존중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도 넷플릭스의 경우엔 스토리의 플롯을 만들기 위한 것만에도 장소를 준비해주는 등 보다 충실합니다. 이런게 축적되어 '자신은 존중받고 있다'라고 실감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차이는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콘텐츠 제작에 있어 창의성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후지이 감독은 지적한다. 이러한 창의성을 중시하는 자세를 철저히 하는 것이 국내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의 콘텐츠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20대부터 40대를 주요 타겟층으로 삼고 있어, 30대인 후지이 감독은 그야말로 넷플릭스 세대이다. 당사자로서 차세대를 담당할 창작자가 국내에 그치지 않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사실은 앞으로의 일본 영상업계의 발전에 중요한 의미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본의 영상업계의 눈은 결코 해외를 향해 있지 않다. 이 문제에 대해 후지이 감독은 한국과 비교하면서 설명한다.
"한국과 일본은 창의성 면에서 대단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한국의 엔터테인먼트가 최근 20년동안 무브먼트를 만들어왔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BTS도 그렇고, 봉준호 감독도 그렇고, 해외에서 기른 창작자를 한국으로 가져옴으로써 [기생충]이나 [오징어 게임]같은 세계적인 히트작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즉, 이런 (국내외 시장의) 연속성을 가지면서 또한 더욱 향상심을 계속 가지고 있는 점은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국내와 해외를 따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후지이 감독은 지적한다. "일본은 흥행한 콘텐츠가 국내에 그쳐 일과성인 붐으로 끝나는 경향이 강합니다. 어느 정도 쇄국적인 생각을 가지고 국내만으로도 사업이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국내 시장도 중요시하면서 어떻게 하면 해외에 진출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시도하는 것이 30대 창작자로서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제작에 몰두하는 것도 있고, 후지이 감독은 넷플릭스의 일본 창작팀으로부터 신뢰가 두텁다. 넷플릭스 재팬에서 창의성을 총괄하는 프로듀서 사카모토 카즈타카는 "후지이 감독은 우수한 창의성과 비전을 갖고 계신 분입니다. 틀림 없이 일본에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이 가능한 창작자 중 한면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높게 평가한다.
사카모토 프로듀서와 후지이 감독은 중장기적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창작인생의 고비에 해야 할 일을 함께 생각해 가는 관계성을 지속시킴으로써, 실적 하나 하나를 국내만의 점과 점으로 그치지 않고, 국내와 해외시장이 점에서 선으로 이어지게 하자는 것이다. "지금 시대는 해외에도 사업의 기회가 열려있습니다. 넷플릭스의 드라마판 [신문기자]를 계기로 같은 가치관을 가진 배우나 창작자가 늘어나는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출처 - https://news.yahoo.co.jp/articles/669bd4b16b8e62ffddba35acdb2737ea7ac06c49?page=1
추천인 10
댓글 2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일본 창작자들이 일단 한국 컨텐츠에 자극을 많이 받은 건 분명한 것 같네요.
좋은 발전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방랑의 미식가 시즌 2는 안 만드는 건지 좀 아쉽네요. 재밌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