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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의 비극 간단한 후기. (스포) 추천합니다.

Parkta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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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영화를 추천하다니 참 민망하네요. 저의 하찮은 추천은 필요없는 대가한테 말이죠. 
동생인 에단이 아닌 형 조엔만의 단독작품입니다. 그런 면서 독특하죠.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와 카우보이의 노래서 협업한 촬영감독 브루노 델보넬, 댄젤 워싱턴, 프랜시스 맥도먼드 와의 꿈의 조합도 눈에 띄네요.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수많은 걸작들 중에서도 찬란한 빛을 발하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리어와과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고요. 또 누군가 저한테 영화로 만들고 싶은 작품이 뭐냐 묻는다면 대답할 연극이기도 하죠. ㅋㅋ

 이런 사람이 저만은 아니여서 오슨 웰즈, 구로사와 아키라 등이 영화화하기도 했죠. 최근에는 저스틴 커젤 버전이 성공했었습니다.

 

 

맥베스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허무에 관한 비극이라고 할 것 같습니다. 이 허무는 결국 모순에서 옵니다.

먼저 마녀들의 대사를 볼까요?

 

'전투에서 패하고 승리했을 때'

선한 것이 악한 것, 악한 것이 선한 것"

 

첫대사는 아마도 승리자와 패배자가 나뉜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둘이 구별될 수 없다는 뜻일 가능성도 있죠. 그렇게 본다면 '선한 것이 악한 것, 악한 것이 선한 것' 이 구절도 심상치 않습니다. 이 역시 상반되는 요소들이 동일하다는 이상한 역설을 드러냅니다. 후에 나오듯이 마녀는 남자처럼 수염을 가지고 있죠. 

 이런 것들이 총체적으로 암시하는 바는 모호함과 역설입니다. 마녀는 신비로운 존재이지만 그들이 하는 말은 알 수 없죠.

그들이 말하지 않았어도 맥베스는 왕이 되었을까요?

아니면 그 말을 듣고 행동했기에 왕이 되었을까요?

 

이런 모호함은 맥베스의 여정을 이끌며 넓게 보면 삶에 대한 감각입니다. 

 결국 맥베스는 마지막에 그 모호함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허무를 느끼죠. 선한 것이 악한 것이고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의 모호함에 허무를 얻는 것이죠.

맥베스가 살해하고나서 바다와 피를 두고하는 대사는 강렬하죠. 피가 바다를 적신다라는 말은 결국 피와 바다를 구별할 수 없다는 거니까요.

 

다음은 맥베스 부인을 잃고 나서 맥베스가 하는 독백입니다.

 

내일, 그리고 내일, 그리고 내일도

기록된 시간의 마지막 음절까지

하루하루 더딘 걸음으로 기어가는 거지.

우리의 어제는 어리석은 자들에게 보여주지

우리 모두가 죽어 먼지로 돌아감을.

꺼져라, 꺼져라, 덧없는 촛불이여!

인생은 걸어다니는 그림자일 뿐.

무대에서 잠시 거들먹거리고 종종거리며 돌아다니지만

얼마 안 가 잊히고 마는 불행한 배우일 뿐.

인생은 백치가 떠드는 이야기와 같아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결국엔 아무 의미도 없도다.

 

이 독백은 워낙에 유명하고 윌리엄 포크너가 그의 걸작 음향과 분노의 제목을 따오기도 했습니다.

맥베스는 상술한대로 애매함과 역설로 가득차 있습니다.

전반부에서 악랄하던 레이디 맥베스는 후반부에 죄책감과 고통에 시달리죠.

 반면 전반부에서 고뇌하던 맥베스는 더 잔인해지고 과격하게변합니다.

이런 아이러니한 변화 역시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여자가 낳은 자 라는 예언을 뒤트는 방식 역시 의미심장하죠. 

결국 끝에서 맥더프와 대면한 맥베스도 그걸 깨닫습니다.

이중의 의미로 속인다 라고 마녀들을 저주하죠.

맥베스의 인물들과 대사들, 여정은 모두 모호함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 모호함은 어쩌면 인간성의 핵심일 수도 있겠지요. 

 

이번 작에서 주요한 특징은 화면비와 흑백입니다. 

1:1.19 비율의 화면비라는데(잘 모르겠네요.ㅎㅎ) 정사각형에 가까운 이 프레임은 인물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동시에 상대적으로 간결하고 제한된 화면을 만들죠. 이는 미니멀리즘하고 가구가 거의 없는 세트디자인과 맞물려 기묘한 감각을 재현합니다. 폭발적이였고 강렬했던 커젤버전과는 다릅니다. 우아하고 간명하달까요? 

 그러면서도 아름답죠.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훌륭합니다. 특히 측사광의 사용은 인사이드 르윈의 그것 못지 않습니다. 연극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흑백은 빛과 어둠의 대비를 강조하고 그림자를 부각시킵니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면은 자연스레 수직감을 강조하고 코엔은 기둥과 숲의 나무들을 훌륭히 활용해서 화면을 구성합니다.

안개와 비의 사용, 창과 문을 이용한 프레이밍은 흠잡을 데가 없고요.

 

후에 자세하게 쓰겠지만 오프닝서 하늘이 땅과 연결되는 편집은 그 자체로도 주제적으로도(선한 것이 악한 것, 악한 것이 선한 것") 탁월합니다.

 

 

보실 수 있으면 무조건 보셔야 합니다. 굉장한 영화인 것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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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7

  • 록산
    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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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이를위한나라도없다
  • golgo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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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마침 TV 통해 애플 + 공짜 이용도 몇달 가능하고

꼭 보겠습니다.

21:03
22.01.14.
profile image 2등
연극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놓은거 같은 특이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더라구요. 덴젤 워싱턴의 연기는 비교불가급…
21:07
22.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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