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박열] 우리는 아나키스트로소이다!
'우리는 아나키스트로소이다!'
- 뮤지컬 '박열' 관극 후기 -
- 공연일시 : 2021년 7월 15일 목요일
- 공연장 :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4관
- 출연 : 김순택(박열), 허혜진(가네코 후미코)
통쾌하고 통렬하다!
이미 이준익 감독의 동명영화로 알려진 바, 박열-후미코 커플의 매력은 마성에 가깝다. 인간(의 자유)을 억압하는 모든 권력, 크고 작은 시스템에 저항하는 이 커플의 퍼포먼스를 보고 있자면 숨이 막힐 정도로 아찔하다.
올 시즌 대학로 무대 위 그 어떤 주인공도 박열-후미코 커플만큼 뜨거울 수 없다.
뮤지컬 <박열>은 캐릭터가 가진 힘, 그 박력으로 돌진하는 무대다.
동명 영화를 근간으로 한 서사를 거의 그대로 (소극장) 무대로 옮겨 오면서 주변 인물들을 전부 정리했다. 박열과 후미코의 전설(!)을 이야기 해 줄 화자로 일제의 검사 류지만을 남겨 두었다. 소극장이라는 공연 환경에 맞춘 구조조정이기도 하지만 박열과 후미코의 서사에 굳이 다른 인물들이 함께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본질적 이유일 것이다. 영리한 선택이다.박열과 후미코 두 사람만으로도 무대는 꽉 찬다. 두 사람의 굴종없는 신념만으로 무대는 뜨겁게 달아 오른다.
'붉은 정원'에서 고뇌하는 문학가의 모습을 확실하게 지워 버리는 김순택 배우의 퍼포먼스가 인상적이다. 같은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멋진 변신을 보여 준다.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펄펄 뛰는 자신의 모습을 즐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 점은 후미코 역의 허혜진 배우도 마찬가지다. 자신에 대한 통제를 깨고 자유롭게 감정을 폭발시켜도 좋은 무대는 흔하지 않다. 이러한 무대의 초연에서 자유롭게 날뛰는 배우들의 흥분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락에 기반을 둔 넘버들도 좋다. 박열이 다른 시대 다른 세상에 태어났다면 펑크락으로 혁명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관념에 가까운 대사와 노랫말은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 우회없이 직진하겠다는 일관된 태도다.
자신들의 죽음까지도 혁명의 방법 중 하나로 선택했던 박열과 후미코의 삶과 사랑이 던지는 강렬한 메시지는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하다.
박열과 후미코는 우리의 구태의연한 일상을 날려 버릴, 여전히 무시무시한 파괴력의 폭탄이다.
락 뮤지컬이라니. 의외이면서 잘 어울릴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