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홍련> 공포라기보다는 세련된. (스포!!)
지금까지 한국영화를 많이 보지 않은데다가 특히 김지운 감독의 작품은 본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옛날에 공포영화는 친구들이 꼬셔서 영화관에서 몇번 본적은 있지만 저는 워낙 공포나 고어는 😐 이러고 보는 편이라... 굳이 영화관에서 보지않는 장르였었어요. 장르적 쾌감이 없으니 굳이 티켓값을 쓰지 않는달까...😅
그런데 요즘 랑종이라던지 익무에 공포 영화 얘기가 돌아서 갑자기 분위기를 타고 싶어진 거 있죠 ㅋㅋㅋ큐ㅠㅠ 해서 명작이라던 장화, 홍련을 개봉하자마자 바로 예매했네요 ㅎㅎㅎ 어떤 공포영화인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ㅎㅎㅎ
# 길이남을 영화 분위기
영화는 일본식 옛날 가옥이 주는 음산한 분위기와 적절한 조명. 예상보다 감탄스러웠던 건 영화 곳곳 일관되게 빨강, 초록, 일부분의 파랑으로 색을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특히 벽지가 이끼마냥 어두운 초록입니다. 그런데 내내 피와의상의 붉은색이 부조화를 일으켜요. 그래서 긴장감이나 음산함이 더욱 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무서운 분위기를 만드는게 아니라 이상하게 우아합니다.
꽃무늬로 이루어진 패턴이 영화 전반에 등장하는 것인데, 이는 제목인 장화(薔花), 홍련(紅蓮)에서 따온 걸 유추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꽃들이 우아함을 주는데도 공포영화와 어울리는 이유는 꽃 이름인 <장화, 홍련>은 실은 귀신의 원한을 풀어주는 고전문학 내용이기에 동시에 으스스한 작품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후 엄청난 반전까지 줍니다. 영화의 이야기와 참 어울리는 고전의 내용과 제목, 미쟝센까지. 탁월했다는 말 밖에 나오지않네요.
2003년에 개봉되어 그간 볼 기회가 많았을텐데 이런 명작을 지금 보았는지 ㅠㅠㅠㅠ
# 적절하고 이유있는 귀신의 등장
공포영화로써도 과하지 않게 딱 좋습니다.
이 영화에서 귀신은 대표적으로 3번 밖에 안나옵니다. 다른 공포영화와 비교해 적을 수 있겠으나 이후 반전과 엮어 해석해봐도 일리있는 등장이었습니다.
- 엄마 귀신
- 싱크대 밑 아이 귀신
- 원한을 해결하는 장롱 속 아이 귀신
이들은 뜬금없는 장소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었어요. 이후 반전을 통해 밝혀진 사실과 연관지을 수 있는 때에 등장했습니다.
먼저 주인공인 수미의 증상은 해리성 정체성 장애로 추정됩니다. 소위 흔히 불리는 이중인격이라는 거고, 정신적 외상을입고나서 여러 인격이 나타나게됩니다. 여기서는 새엄마와 동생인 수연, 그리고 자신이 있겠습니다.
수미는 동생과 엄마가 죽은 사실에 대해 1. 파국의 원인인 새엄마에 대한 원망, 그리고 2. 도와주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후반부에 그간 일들이 새엄마의 자아로 수미가 벌인 일이라는 게 밝혀지기 전에 귀신은 2번 등장합니다.
수미가 엄마를 죽게 한 새엄마일 때 나타나는(보게되는) 수연의 귀신, 책임이 있는(죄책감을 가진) 자신일 때 나타나는 엄마 귀신. 귀신을 봄으로써(나타남으로써) 죄책감과 원망을 투영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련된 공포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적절하다니! 공포영화와 이후 아련해지는 이야기 모두를 잡을 수 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정신질환 대상자인 수미가 본 것들은 모두 허상이었을까?
아닙니다. 저도 새엄마(수미) 앞에 새엄마가 나타났을 때 의심했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결말에 그걸 확실하게 알려주고 갑니다. 바로 귀신의 원한을 풀어주는 방식으로요. 제가 위에서 그래서 나타난다와 보게 된다를 같이 쓴 이유입니다.
그렇게 진짜 새엄마가 옷장을 열었을 때 그곳에는 진짜 귀신이 있었습니다. 미처 풀지 못한 한을 가진 아이 귀신이 죽음의원인인 새엄마를 처벌합니다. 고전인 장화, 홍련에서 그랬던 것처럼 원한을 해결하며 이야기가 완성되었습니다.
# 귀신이 적다고 방심하지 말 것
어찌보면 공포영화를 잘 보시는 분께는 귀신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명성에 비해 난이도 어렵지않게 너무 좋게 보고 왔는데요
그런데 저는 기괴한 귀신을 보여주는 것보다 이런 긴장감을 유발하는 영화가 더 좋다고 느끼는데, 이 작품은 그런 긴장감을 정말 잘 끌어냅니다. 또 공포영화를 극장에서 봐야하는 이유 중 하나인데 오랫만에 극장에서 보니 서라운드가 주는 쿵쿵거림, 그리고 긁는 소리 등 긴장감을 정말 잘 끌어내더라고요!
#너무나도 인상적인 반전
진짜 마지막... 잔뜩 들었던 긴장감이 서정적으로 승화하면서 울뻔했습니다 ㅠㅠ 음악까지 좋아 크레딧 때까지도 절대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았어요. 아련함때문에 나중에 또 봤다가 귀신 보고 울듯합니다 ㅠㅠ 그전까지 본 영화, 뭐 에나벨을 예로 든다면 그냥 인간괴롭히는 인형일 뿐인데 이 귀신들은 이유가 있고 사연이 있어요. 정말 세련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담으로 2003년작인데 공포영화 클리셰인 꼭 아버지는 귀신 못봄이 옛날부터 있었군요...?!)
올 여름 무더위가 엄청난데 공포영화가 끌리신다면 난이도 낮은 영화로 딱 추천할만한 좋은 영화입니다 ㅠㅠ
+ 아 생각해보니 새엄마 자아인 상태로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고 했는데 떡밥을 진작에 뿌리고 있었군요 내내 긴장탔는데 재밌게 보고 왔습니다 우와...
추천인 9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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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또 끝내주죠.^^
근데 전 혼자 새벽에 아무생각없이 보다가 까무러치도록 무서운 적이 몇번 있었네요. 적게 나오면서도 파워풀한 영화죠. ㅎㅎ.
아직 감독님의 다른 작품을 챙겨보지 못한 터라 장화홍련을 보고나니 밀정같은 것도 궁금해지더라구요!! 주로 요즘엔 인랑같은 스케일 있는 작품을 주로 하시긴 하셨죠 ㅠㅠ 긴장감을 영화에서도 짜낼때 서라운드로 발소리라던지 쓰기에 귀신이 적더라도 소름돋는 영화였어요!! 귀신은 생각이 크게 안나는데 어후 긴장감을 너무 잘 뽑아내 저녁의 층간 소음 발소리만으로도 그때 긴장감에 소름입니다!ㅠㅠ
조용한 가족, 반칙왕,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은 감독님의 1분기라고 해야할까요. 이때만의 느낌이 있어요.
놈놈놈 부터 시작하는 장편영화들은 상당한 스펙타클을 갖고 있습니다.
참고로 악마를 보았다 또한 비주얼적으로나 심의 관련,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는 상당한 맛이 있지만, 잔인한 걸 보기 힘들어하시면 안 보시는게 낫습니다.
매우 스펙트럼이 다양한 분이셔서 장르적으로 같은 것을 기대하긴 어려운 감독님이지만, 모두 일정 이상은 하는 분이시니 ㅎㅎ.
오오 그렇군요!! 제가 애들 건드리는 건 절대 기피라 악마를 보았다는 ㅠㅠㅠ 자극적인건 너무 싫어서 생각조차 안들더라고요 ㅠㅠ 연기는 못봐 아쉽지만 그래도 장르의 마법사 같은 분이시니 일단 초기 호평인 것부터 찾아봐야겠네요!! 추천 감사드립니다! :)
반전이 인상깊었어요. 너무 오래전에 봐서 오랜만에 한번 더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