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대사 속에 담긴 뉘앙스와 각본가에 대하여(스포)
※ 이 글에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의 스포일러가 담겨져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안봤거나 스포일러를 피하고싶다면 이 글에서 나가거나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지인의 결혼식에서 키누와 무기가 이별을 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그 뒤에 추억의 가게에 가서 뜸을 들이다가 꺼낸 말이
話(はな)そうか / 얘기할까
일본어로 "話(はな)す"는 "말하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꺼내려고 한 말이죠. 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묘한 분위기 때문인지 이 대사를 듣는 순간 동음이의어가 떠올랐습니다.
放(はな)す : 놓다
그래서 두 사람이 던진 짧은 대사 속에 단순히 이별을 고하는 것에 그치지않고 이제 그만 서로를 놓아주자는 의미로도 다가왔습니다. 글이 아닌 인물이 직접 읊는 대사에는 이런 묘미가 있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뉘앙스로 중의적 의미를 담아낼 수 있죠.
이런 기분이 들게 만드는 것은 감독의 연출력이라고 보지만 각본이 그만큼 탄탄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감독에 대해서는 어제 닭한마리님이 소개를 했으니 오늘은 각본가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해볼까합니다.
이 영화는 각본가인 사카모토 유지가 기획을 한 작품입니다. 심지어 주연 배우인 스다 마사키와 아리무라 카스미를 염두에 두고 집필해서 그런지 영화에서 두 사람은 잘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빛이 났습니다.
일본 영화에 비해 일본 드라마가 국내에서 덜 알려지다보니 국내관객들에게 사카모토 유지의 대표작하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유명할겁니다. 일본에서 사카모토 유지는 TV드라마 각본가로 유명한데 90년대 일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도쿄 러브스토리>로 이름을 알리고 그 후에는 <서유기>를 비롯해서 국내에서 리메이크된 <마더>, <최고의 이혼>으로 꾸준히 활동해왔습니다.
초창기에는 트렌디 드라마 전문이자 시청률을 보장하는 각본가로 알려졌지만 근래에는 사회문제를 주제로 괜찮은 드라마를 집필하는 각본가로 유명합니다. 최근에는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아 그가 집필한 몇몇 작품들이 해외에서 리메이크되었습니다.(국내에서는 현재 <Woman>을 리메이크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소설, 만화 원작이 넘치는 일본 영화에서 얼마 안되게 오리지널 각본으로 평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만듦새가 심상치않다는 것을 느낀데는 이런 베테랑들의 손길이 녹아있어서 그런게 아닌가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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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늘 (이제 그만) 놓을까?
일본어 동음이의어였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연출도 좋았고 배우 연기도 좋았고 줄거리도 현실적이라 만족한 영화였습니다😊
각본가에게 질문할 기회가 있다면 저 대사에 저런 중의적 의미를 담았는지 물어보고싶어요.
국내도 드라마를 잘 만드니 어떻겐가 잘 현지화하지않을까요?
우린 왜 이런 섬세한 멜로물이 요즘 안나오지? 급 부럽더란...
최근 일본 영화가 한국보다 별로라고 하지만 몇몇 작품들에 한해서는 부러움이 느껴질 정도로 감탄하게 되더군요.
고양이 때문에 가위 바위 보 할때
"난 어른이라 보를 냈지~" 에서
"~오또~" 들은거 같은데 숫자 5(고)와 관련 드립이었나요?
오토나라고 읽어요.
거기는 제가 신경을 안써서 잘 모르겠어요.
N차할 때 한번 확인해볼게요.
묵직한 작품이긴 한데, 기회가 되시면 다들 꼭 한번쯤 감상해보시라고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분위기가 너무 매력적인 영화였어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