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종 2회차 관람 후기(랑종 및 곡성 스포 있음)
1회차는 워낙 정신없게 본지라 2회차 관람후 후기를 쓰기로 결심하고 지난 토요일에 유료시사회로 2회차 관람하였습니다.
1.공포의 수준
언론시사회의 반응보다는 확실히 덜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이건 마케팅이나 기자들의 설레발이라기보단(그런게 없지는 않겠지요 사람사는 세상인데), 거의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이 영화를 접한 이들만이 느낄수있던 반응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나홍진감독의 전작인 곡성이 말초적장면보단 이야기와 분위기 중심으로 몰아가는 영화였고, 반종 감독은 데뷔작이 셔터이고 그뒤에 샴이라는 공포영화를 연이어 연출했지만 10년 넘게 공포영화를 연출하지않고 오히려 코믹영화로 태국에서 천만 관객 찍은 감독이거든요.
그래서 아무런 정보 없이 최초로 관람한 언론시사회 참석자들은 나홍진감독의 곡성과는 달리 중반부 이후 쉴 틈 없이 계속되는 공포장면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반면에 언론시사회의 평들을 보고 공포에 대한 기대감을 대폭 올린 채로 관람한 분들은(저를 포함하여) 기대보다 안 무섭네라고 충분히 생각할만 한 것 같네요.
개인적인 평가는 말초적인 공포감은 곤지암보다도 좀 약하지 않나 싶습니다. 전 곤지암 본후 눈만 감으면 그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쵹 장면이 생각나서 한동안 힘들었거든요. 랑종도 점프스케어가 있긴 하지만 자 이제 점프스케어가 나올거야라고 미리 예고 때린후 나오는거라서 충격이 덜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신 최후반부 좀비장면은 워낙 많이 재탕된 소재고 연출인지라 별로 안 무서웠고 오히려 밍을 찍은 cctv장면들이 훨씬 무서웠습니다.
순수한 공포의 잣대로만 본다면 취향과 성향에 따라 갈릴 수 있으나 대략적으로 컨져링이나 곤지암같은 일반적인 상업공포영화와 비슷한 레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반종의 데뷔작 셔터가 훨씬 더 무섭고 후유증도 심했던 것 같습니다.
2.오히려 랑종의 진면목은 이야기와 디테일에 있지 않을까
나홍진감독의 전작 곡성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2회차 관람을 하고나서 이 영화도 떡밥과 복선, 반전등이 상당히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그에 대한 자세한 리뷰는 개봉날 3회차 관람후 적어볼 생각입니다.(곡성은 4회차까지 했는데 랑종은 3회차에서 마침표 찍을것 같네요)
1회차때는 상당히 단순하게 느껴졌던 플롯이 2회차 관람때는 굉장히 다층적이고 복합적이며 1회차때 생각하던 스토리와 상당히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영화 중반까지 다큐형식의 약간 좀 지루하기도한 내용이 쭉 이어지는데 저는 2회차 관람때 오히려 그 전반부에 수많은 복선과 암시, 떡밥들이 포진되어있으며 이 부분에 강조를 둬서 본다면 오히려 공포 일변도인 후반부보다 전반부가 훨씬 더 흥미진진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께서 님의 마지막인터뷰로 구성된 결말에 대해 호평을 하시는데 제가 2회차 관람한 느낌으론 전반부의 그 서사와 마지막의 님의 인터뷰가 이야기의 모든 것을 연결하는 핵심이자 꽤 큰 반전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님의 마지막인터뷰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그냥 태국판 컨져링 정도로 머물수도 있었던 것을(컨져링 폄하는 아닙니다) '공포'영화가 아닌 공포'영화'로 바꾼 힘이 바로 전반부 다큐멘터리와 마지막 님의 인터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처럼 다회차를 하시거나 아니면 스포일러들 미리 읽고 개봉일날 1회차 관람하시는 분들은 전반부 다큐멘터리 부분에 등장하는 대사들과 상황들에 몰입하고 집중해서 보시면 생각보다 더 깊은 관람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
먼저 좋았던 부분은 영화의 무대가 태국 이싼지방인 겁니다. 나홍진감독의 전작 곡성의 그 분위기도 잊을 수 없는 분위기지만 나홍진감독이 한국에서 직접 연출을 하고 촬영을 했다면 그 어디에서 작업을 했어도 곡성을 뛰어넘는 또는 버금가는 분위기는 만들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무대가 태국으로 옮겨지면서 영화를 지탱하는 배경과 분위기의 힘이 곡성보다도 더 업그레이드된 느낌이었습니다.
캐스팅 또한 아주 좋았는데 일단 태국 현지주민같은 대다수 등장인물들뿐 아니라 위화감이 든다는 평을 받는 밍의 경우도 중후반부의 그 cctv장면들을 생각해본다면 밍배우의 그 비쥬얼이 아니었다면 그 정도로 오싹한 느낌을 전달받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컨져링의 수녀 배우나 셔터에서 원혼역을 맡았던 배우 급에는 못 미치지만 그런 엄청난 비쥬얼을 가진 배우를 캐스팅했다면 이번엔 역으로 다큐멘터리 부분에서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네요. 뭐랄까 다큐멘터리와 공포씬 사이의 간극을 최소화할 선택가능한 최선의 캐스팅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여배우님 실제모습이 굉장히 샤방샤방해서 영화 본 이후의 찝찝한 느낌이 덜어지는 부가효과도 있습니다 ㅎㅎ)
4.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
영화의 스타일을 보면 공포연출에 있어서 반종감독의 의중이 많이 반영된듯 한데(사실 대다수 영화 제작자들이 이번 작품의 나홍진감독처럼 작품제작에 깊이 관여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케빈 파이기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말이죠) 중후반부 씨씨티비장면까지는 반종감독이 아니었으면 못 만들었을 공포라고 생각하지만(나홍진감독이 그런 식의 공포감을 만드는 능력은 아직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극후반부 좀비씬이 역시나 너무 상투적이어서 오히려 촘촘히 쌓아올린 이야기에 담긴 무서움과 마지막 클라이맥스의 괴기한 분위기를 해친다고 생각합니다.
곡성의 박춘배 좀비장면도 사실 서양 좀비물들에 비하면 허접한 퀄리티지만 곡성이라는 영화의 전체톤을 생각해보면(전 곡성이 코메디영화라는 나홍진감독의 말에 30% 정도 동의합니다. 나중에 다시 보니 엄청 웃긴 장면들 많더라구요)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서 위화감이 덜한데 마지막 랑종의 좀비난무씬은 영화에서 그 부분만 혼자 따로 노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2회차 관람후 곰곰히 생각해본 이야기의 뒤에 숨겨진 디테일들을 생각하면 그 장면들이 있어야 개연성이 완성되는 건 맞는것 같습니다. 다만 분량을 좀 줄이던가 아니면 좀 더 영화의 전체톤에 어울리는 연출을 고민할 수는 없었을까 라는 아쉬움이 듭니다.
이야기 속 숨겨진 디테일과 그로 인해 1회차와는 다르게 다가오는 이야기의 깊이에 대해선 내일 3회차 관람후 최종적으로 정리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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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를 무방비상태로 맞이하는거랑,가드올리고 상대하는거랑은 차이가ㅡ날수 있겠네요ㅎ
근데 저는 오히려 반대로
페이크 형식이 직관적이어서
더 마음에 들었어요 ㅎㅎ
원혼이되어 그들에게 씌워진 것이고 좀비같이보이지만
자세히보면 도사견의 원혼이 씌어진 것
저는 좀비라기보단 개나 짐승 등 여러 잡귀들의 혼령에 씌인 걸로 봤는데.. 아무래도 좀비 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그쪽으로 더 인식이 될 듯하네요. 후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