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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juIFF] '코로네이션' 초간단 리뷰

수위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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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레데릭 와이즈먼이 다큐멘터리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를 처음 봤을 때 당혹스러움은 아직도 생생하다. 3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담담하고 꼼꼼하게 뉴욕 공립도서관을 둘러보며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 영화에서 감독의 주관이 관여하는 곳은 오직 편집 밖에 없다. 영화에는 어떤 나레이션도 없고 인터뷰도 없다. 또 기획의도도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프레데릭 와이즈먼의 이 같은 다큐멘터리 태도는 '시티홀'에서도 이어졌다. 이 감독은 자신이 나서서 영화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관객이 오랜 시간 인내심을 가지고 관찰해 다큐멘터리 속 이야기와 상황에 대해 판단하도록 한다. 다큐멘터리에 대한 해석은 집단적일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눈물'은 기획의도가 분명하고 그에 맞게 편집과 나레이션이 이뤄지고 있다. 대신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나 '시티홀'은 다큐멘터리임에도 다양한 해석을 유도하고 있다. 아이웨이웨이의 다큐멘터리 '코로네이션'은 마지막의 자막을 제외한다면 감독이 개입하는 부분은 거의 없다. 심지어 이 영화는 중국 우한의 거주 중이거나 우한으로 향하는 시민들이 직접 촬영했다. 이 영화는 그 자체로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우한을 둘러보는 것과 같다. 

 

2. 영화는 우한과 그 주변의 여러 사람들을 보여준다. 돌아오지 못할 각오를 하고 우한으로 향하는 운동가, 의료진, 긴급 음압병실 건설에 참여한 노동자, 우한 봉쇄로 갇혀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젊은이, 정보의 통제로 가족을 잃은 시민들, 당 노조위원장 출신의 어머니를 만난 아들. 눈발을 헤치고 우한으로 향하는 이의 모습은 비범하다. 그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지인의 경고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우한에 도착한 의료진은 넓은 병동을 지나 자신의 숙소로 향한다. 그 발걸음은 편집할 법도 한데 비범한 롱테이크로 그려진다. 담담하게 숙소로 향하는 의료진의 모습에는 바이러스와 긴 싸움을 시작하려는 비범한 각오가 느껴진다. 우한에 갇힌 젊은이는 돌아가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러나 그를 도와줘야 할 공무원은 비협조적이고 젊은이는 여전히 빠져나갈 길이 막막하다. 노조위원장 출신인 어머니는 "중국은 좋은 나라야. 공짜로 치료해주잖아. 사람들이 그래서 중국으로 돌아오는거야"라고 말한다. 그러나 다음날 우한 봉쇄는 풀렸다. 대신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1만 위안의 치료비를 내야 한다. 어머니는 머쓱하다. 

 

3. '코로네이션'이 보여주는 여러 모습에서 일관된 화두를 찾기는 어렵다. 이는 마치 옴니버스 영화처럼 단발적이고 파편적이다. 다만 몇 개의 장면은 편집을 통해 메시지를 담아낸다. 예를 들어 중국을 칭찬하는 어머니의 모습 바로 뒤에 '코로나19 치료비 1만위안'을 붙인다거나 중국 정부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는 시민의 원성 다음 장면에 "중국 힘내라"를 외치는 자원봉사자의 모습을 붙이는 식이다. 영화에서 중국 정부의 무능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지친 의료진과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중증환자의 얼굴 뒤에 "중국 힘내라"라는 구호가 붙는다. 그리고 감독이 직접 드론으로 촬영한 우한의 풍경은 그 모든 소시민의 삶을 품고 있다. 그 일상은 모두 거대한 도시 안에 있고 도시는 무능한 중국 정부의 책임하에 있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우한은 바이러스 발생 직후 봉쇄됐다. 그러나 영화 마지막 장면의 자막에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퍼져 수천만명의 사망자를 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중국이 봉쇄를 포함한 초기 대응에 실패했음을 말한다. 단 한 장면의 자막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책임을 중국에 묻고 있다. 영화 내내 보여진 부조리는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4. 결론: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시민들은 골목길 어귀에서, 혹은 큰 길가에서 불을 피우고 죽은 자에 대한 제(第)를 혼자서 올린다. 앞선 장면에서 유가족의 분노가 담긴 인터뷰가 불꽃의 붉은 색과 오버랩된다. 모일 수 없는 조용한 분노는 불꽃의 색으로 대신한다. (전 세계에서) 가족을 잃은 자의 분노는 어디로 향해야 할까? 누군가는 어머니를, 친구를, 남편을, 아내를 잃었다. 하늘로 흩날리는 붉은 불꽃은 가족을 잃은 자의 분노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 '코로네이션'은 차분하고 담담한 영화다. 그러나 그 안에 담겨있는 죽음과 피로, 분노는 날 것의 생생함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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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sh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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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잘 봤습니다. 코로나 이후 중국의 이미지는 최악일 거 같아요.
17:20
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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