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랍스터 후기...집단의 규율과 계층 논리에 대한 블랙코미디(스포있음)
작품이 참 많은 내용을 담고 있네요. 설정에 흥미로운 부분이 많으며, 사회에 대한 비판과 조롱이 여러 부분에서 드러납니다. 하나하나 따라가고 이해하기가 벅차고, 해석하기 나름인 부분도 있어 머리가 아픈 작품입니다.
1. 랍스터
영화 제목이 왜 더 랍스터인지에 대해서는 데이비드가 되기를 바라는 동물이기 때문인데, 사실 그건 중요한게 아닙니다. 랍스터라는 동물이 가지는 특성 때문이라고 보는게 더 그럴 듯합니다.
랍스터는 미국과 유럽에서 정반대의 취급을 받던 동물입니다. 미국에서는 너무나도 흔해 빠졌지만 맛은 없는 최하급 빈민층이나 먹던 식자재입니다. 반면 유럽에서는 귀족들이 즐기는 최고급 식자재로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런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조리법의 차이 때문이었는데, 초창기 미국에서는 랍스터를 삶는 방식으로 먹었다고 합니다. 이 경우 랍스터의 맛이 매우 떨어지게 됩니다. 초창기 미국 이민자들이 어느 나라에서 갔는지 아시지요? 영국입니다. 영국 음식은 맛있는 랍스터 요리도 맛없게 만들었지요. 이후 유럽의 조리법이 미국으로 전파되어 현재의 고급 식자재의 위치로 굳어지게 됩니다.
즉 랍스터는 동일한 시대로 보면 속한 집단이 다르면 가치가 달라지는 존재이고, 동일한 집단으로 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존재입니다. 호텔에서의 데이비드는 미국에서의 랍스터와 같습니다. 인기없는, 가치없는 존재이지요. 숲에서의 데이비드는 근시 여자에게 인기있는, 가치있는 존재가 됩니다. 유럽에서의 랍스터와 같습니다. 또한 랍스터는 현재 가치는 바닥이지만 미래는 가치가 상승한 커플이 되고자하는 호텔의 솔로를 상징하는 존재로 볼 수도 있습니다.
2. 계층과 집단의 규율
이 작품에서 커플이 가장 상위 계층, 중간이 솔로, 동물이 가장 하위 계층입니다. 이 중 솔로는 커플이 되지 않으면 바로 동물로 전락하게 되는 일시적인 계층이죠. 한번 하위계층으로 떨어지면 다시는 상위 계층으로 올라갈 수 없습니다. 이러니 호텔에서 커플이 되려는 것도 사랑하는 배우자를 얻으려는 목적보다는 하위 계층인 동물로 전락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에 가깝습니다. 커플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동질성이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절름발이와 데이비드는 거짓과 기만으로 커플이 됩니다. 일단 상위 계층의 유지에 일시적으로 성공한 것이죠.
호델에서는 상위 계층으로 올라갔을 때 어떠한 점이 좋은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상위 계층만 누릴 수 있는 항목을 정해두고, 그 항목을 어겼을 경우 무자비한 탄압을 합니다.
계급 제도가 폐지된 국가에서도 말로는 사람은 평등하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계층이 존재합니다. 상위 계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또는 하위 계층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현실 세계에서 부리는 온갖 거짓과 기만을 호텔 내에서 보여줍니다. 또한 상위 계층을 열망하도록 만드는 여러 요인들도 제시하며, 하위 계층에서 상위 계층이 누리는 혜택을 가지려할 경우 보여주는 탄압도 보여줍니다.
냉정한 여자에게 거짓과 기만을 들킨 데이비드는 하위 계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어찌 운좋게 냉정한 여자를 처리하기는 했지만, 그로 인해 상위 계층으로 올라갈 방법은 사라졌습니다. 이대로 이 집단에 있으면 하위 계층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데이비드는 집단으로부터의 이탈을 선택합니다.
집단에서 이탈한 무리들이 이룬 또다른 집단이 숲에 있습니다. 이들은 이 사회를 지배하는 집단의 규율을 거부했기 때문에 그와 정반대의 규율을 정합니다. 이 숲의 집단은 반정부세력입니다. 따라서 호텔의 솔로들은 이 반정부세력을 사냥이라는 제도로 탄압을 할 정당성을 가집니다. 이 반정부세력 탄압의 공로로 솔로로 체류가능한 기간을 늘려줍니다. 호텔의 솔로는 숲의 솔로보다 상위 계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로서 호텔의 솔로의 선택은 5가지가 될 수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상위 계층이 되기 위해 거짓과 기만을 일삼거나, 현재 계층을 유지하기 위해 더 하위 계층을 탄압하거나, 규율대로 하위 계층으로 전락하거나, 하위 계층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어느 쪽도 못해먹겠으니 그런 규율을 정한 집단에서 이탈하는 것입니다.
숲의 솔로는 호텔의 솔로의 사냥을 피해 도망다닙니다. 그러면서도 복수를 꾸미고, 결국 성공합니다. 그런데 복수의 방식이 상위 계층의 거짓과 기만을 폭로하는 것입니다. 데이비드가 절름발이의 거짓을 폭로하는 것이 좀 더 직접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면 리더가 보여준 방식은 좀 더 간접적입니다. 상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물어보고, 자신이 살기 위해 그 상대를 총으로 쏴서 죽이게 하는 것이죠. 상대를 매우 사랑한다고 했지만 둘 중 하나를 살려준다고 했을 때 상대를 죽이고 자신을 살려달라고 하는 모습, 자신이 살기 위해 직접 총을 쏘아 상대를 죽이려는 시도는 상대를 사랑한다는 말 자체가 거짓과 기만임을 암시합니다. 그런데, 총에 총알이 없습니다. 거짓과 기만으로 상위 계층을 차지한 자들에게 거짓과 기만이라는 동일한 방식으로 복수를 합니다. 니네 원래 그런 족속들이잖아. 니들이 하던 방식대로 당하니까 어때?
숲에서는 철저히 커플은 배제됩니다. 데이비드와 근시 여인의 연애를 알아차린 리더는 근시 여인은 아얘 장님으로 만들면서 둘 사이의 동질성을 깨뜨립니다. 사회의 규율을 어긴 사유로 호텔의 솔로들에게 사냥당하는 숲의 솔로도 숲의 규율은 어긴 사람에게는 동일하게 가혹하게 제재를 가합니다. 어느 집단이든 사람에게 자유라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그 집단의 규율과 통제만이 있을 뿐이고, 가혹한 탄압만이 있을 뿐입니다.
상위 계층에게 복수를 했던 리더는 데이비드에게 복수를 당합니다. 데이비드는 근시 여인을 데리고 다시 집단을 이탈합니다. 시력을 아얘 잃어버린 근시 여인과의 동질성을 다시 회복하기로 결심하고, 자신이 장님이 되려고 합니다. 그리고 화장실로 가지만 오랜 시간 동안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나지요.
어느 집단이든 자유를 억압한 집단은 꿈도 희망도 없습니다. 과도한 규율과 통제의 부작용, 중간을 인정하지 않는 흑백논리의 위험성을 보여줍니다.
3. 결말에 대한 해석
열린 결말이라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데이비드가 눈을 찔러 장님이 되었을지를 생각하면 회의적입니다. 데이비드 역시 상위 계층으로의 상승을 꿈꾸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호텔에서 이탈하면서 상위 계층으로의 신분 상승은 막혀있는 상태입니다. 숲에서도 이탈하면서 더 이상 갈 수 있는 집단도 없습니다. 드디어 자유를 얻었지만 어느 집단에도 속해있지 않기에 어느 집단으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탄압의 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평생 도망다녀야할 신세인데, 둘 다 눈이 안보이게 되면 도망다니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눈을 찌르는 선택을 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언제까지 도망다닐 수 있을까요? 결국은 둘 다 잡히게 되었을 것이고, 동물로 전락하게 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영화 첫 장면의 두 당나귀는 데이비드와 근시 여인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숲의 집단의 복수로 총에 맞아 죽는 것이 데이비드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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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영화 시작 당나귀에 대한 위와 같은 해석은 처음 보네요. 재미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