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케어] 위풍당당한 암사자가 되고픈 현대판 흡혈귀
영화 재밌습니다. 하지만 현재, 어쩌면 곧 도래할 미래의 단면을 뚝 잘라서 본 듯해 뒷맛이 씁쓸합니다. 재밌긴 한데 설정상 몇몇 허술한 점이 있습니다. 휘몰아치다 중간에 좀 느슨해지고, 등장인물이 하나같이 판에 박은 듯 일차원적입니다. 로자먼드 파이크의 카리스마로 극을 이끌어가는데, 이에 맞받아치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영화의 부족한 점을 가리고 이끌어갑니다.
점차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은퇴한 노령자를 위한 돌봄 서비스가 하나씩 등장했습니다. 영화속 말라와 고객의 사례는 지금도 있을 법한 이야기에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속속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선지 영화는 권선징악을 이야기할지라도 시원한 해소감이나 카타르시스는 선사하지 않습니다.
원래 악과 악의 대결의 영화선 관객은 조금 덜 나쁜쪽을 응원하던지, 개선의 여지가 있거나, 더한 악을 응징하는 쪽에 심적으로 쏠리게 됩니다. 그러나 주인공 말라는 그런 틀에 맞지 않습니다. 고객이 갑작스레 사망하거나 잔고가 동나기 전까진, '머니머니'해도 안정적 돈줄로 보는 악당이기 때문입니다 재산목록에 등재되지 않으면 슬쩍 고객의 보석이나 골동품도 팔아치워 자신의 지갑을 두둑하게 채웁니다. 그렇다고 그녀 때문에 봉변을 겪는 불쌍한 노인네의 인척이 마침 돈과 무력을 동원할 수 있는 마피아라는건 환상에 가깝습니다.
말라는 스쳐가듯 경말조로 자신의 어머니를 사이코패스라고 합니다. 그말에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말라와 친분있는 의사의 소견을 받아, 호구로 본 노인을 법원의 긴급명령으로 설사 가족 친지가 있더라도 제3의 전문가가 개입할 수 밖에 없는 심신미약자로 만들어 버립니다. 자신의 돌봄 서비스를 받아야할 노인을 자신의 야심을 이뤄줄 발판 도구로 보는 것이야 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사이코패스의 전형입니다. 자신이 아끼는 동성애인이자 동료에겐 애정을 보이지만, 히틀러도 자신의 애인과 동물들은 극진히 아꼈다지요?
말라는 마을 처녀들의 피로 젊음을 유지하려고 했던 엘리자베트 바토리 남작부인을 연상합니다. 흡혈귀 신화에 박차를 가했던 바토리 부인의 처녀들 대신 노인이 일생 일군 피땀어린 재산과 수명이 말라의 도구와 수단이 되었습니다. 그녀의 위험천만한 행보는 도전을 맞게 되는데, 죽음 앞에 두려움이 없고 악에 받친 모습이 어째 터미네이터 3의 집요한 기계인간같습니다.
스스로를 최상위 포식자로 양들 위에 군림하는 암사자라 표방하지만 이것은 사자에게 모욕일 겁니다. 아프리카 밀림서 암사자가 불필요한 축재를 위해 사냥을 하진 않으니까요. 청소동물 중 하나인 하이에나라고 부르기엔 자연 생태계 순환에 도움이 되는 동물이라 비교하기도 적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바토리 부인의 부활같은데, 바토리 남작부인에 관한 영화가 있다면 딱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나 영화가 시종일관 냉소적이거나 무겁진 않고 코믹한 요소를 넣어 경쾌한 톤을 유지합니다. 모순을 통해 노인돌봄 서비스의 사각지대와 법망의 허술함을 풍자합니다. 노인 서비스가 잘 발달된 미국서 이럴 정도라니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하네요.
메가박스 N스크린에서 먼저 공개했으니 시간대가 맞지 않아 못보던 것을, 익무예매권으로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나를 찾아줘를 좋아했던 지인과 같이 보았는데 로자먼트 파이크 연기에 연실 감탄하더군요. 영화는 시원한 통쾌감이 없어선지 저랑은 사뭇 다른 감상평을 내놓아서 호불호는 좀 있을 것 같네요. 파이크가 아카데미 나를 찾아줘 이후 필모그래피가 좀 아쉬웠는데, 화제작으로 다시 커리어에 날개를 달았으면 합니다.
덧. 언젠가 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기를 소망하는 배우 - 로자먼드 파이크, 에이미 아담스, 시얼샤 로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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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정말 괜찮은 헐리웃 나름 완성도 높은 블럭버스터 느낌의 영화를 본듯.
저도 중간에 조금 느슨한 부분이 있었지만 이야기가 진행 될수록 흥미로웠던듯.
그리고 지나 거손의 바운드도 생각났어요 ㅋ
로자먼드.. 꼭 오스카 받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