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광사설이 해피투게더가 된 이유가 뭘까요?(태리야끼 님 나눔)
(스포스포)
그전부터 춘광사설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고 4글자는 왕가위 감독 전통인지라 왜 해피투게더가 한국제목이 되었는지 궁금했습니다.
# 담배
두 주인공이 영화 내내 피고 있는 담배.
담배는 화양연화에서도 담아낸 소재인데요. 특히 담배라는 소재를 이렇게 여러작품에서 감각적으로 담아낸 건 왕가위 감독이 단연이 아닐까 싶습니다.
담배 연기는 눈에 보이지만 잡을 수 없어 희미한 물체, 이것은 마치 보영과 아휘의 관계같습니다. 잡으려도 해도 잡히지 않기 때문에
헤어지고 우연히 다시 아휘와 보영이 만났을 때 라이터 대신 담배불을 이어서 옮겨줍니다. 희미한 불을 통해 꺼질듯한 이들의 관계가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담배를 사기 위해 나간 보영이 잠깐 부재했던 것만으로도 보루째로 담배를 사서 가져다 놓습니다. 이처럼 아휘에게 보영이 어떤 존재인지 보여줍니다. 또 보영이 집어던졌던 보루째의 담배를 다시 주워서 정리하는 아휘의 모습도 있고. 보영도 마찬가지로 아휘가 없는 때에 다시 담배를 선반위에 정리해두는 것으로 담배는 충분히 이 둘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적절한 소재였습니다.
# 이과수 폭포
둘이 헤어진 이후에도 아휘는 보영에게 받은 라이트를 간직합니다. 폭포는 둘의 이상이자 아휘와 보영의 관계의 이상이기도 합니다. 라이트에 보여지는 폭포는 정갈하게 내려오는 폭포의 모습입니다. 이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상적인 폭포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잡아낸 폭포의 실제 모습과는 다릅니다. 이리저리 재가 날리며 수증기가 불규칙하게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 마치 담배연기를 연상케합니다. 그들의 이상은 연기와 같다는 느낌입니다.
#장
음식점에서 일하게 된 아휘의 동료, 장과 축구를 하는 장면은 보영과 같이 있던 순간보다 빛이 강하게 들어옵니다. 남미의 햇빛을 아주 밝게 느낄 수 있게 잡았더라구요. 아휘와 보영이 같이 있을 때 색을 탁하게 잡던 것과 대조됩니다.
게다가 두 주인공과 다르게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들리는 것을 확신하는 인물입니다. 희미하게 보이는(연기같은) 나쁜 시력보다 들리는 것을 확신한다는 장은 마치 아휘에게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녹음기에 담아내면 세상의 끝에서 버려주겠다는 장. 미련과 같이 아휘에게 남은 사랑을 버려주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단순히 두 인물만 조명하기보다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인물을 보여주는게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또 후반부에는 장과 관련해서 새로운 아휘의 시작을 보여주어 희망적인 마지막까지 전달받을 수 있었습니다.
#양면적인 사랑
윤리적 가치관과 사랑의 대립을 화양연화에서 다뤘던 것처럼, 왕가위 감독은 해피투게더에서도 아휘와 보영의 양면적인 사랑을 보여줍니다. 아휘는 보영이 아픈 것을 간호해주지만 그가 아픈것이 좋았다고 말하고, 보영은 다시 시작하자고 했지만 또 다시 떠나려고 하는 양가감정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사랑에 대한 양면성을 감독의 각 작품에서 다루는데도 그 느낌이 각각 세련되고 개성있게 표현된다는 게 정말 대단합니다.
또 영상적으로도 남미의 풍광을 이렇게까지 담아내다니... 서로가 탱고를 추는 장면도 그렇고 모든 장면이 정말 명화와 같이 남을 작품이란 느낌이었습니다.
서론에서부터 멀리 와버렸네요. 그래서 왜 해피투게더 일까요?
소재를 많이 설명했습니다만, 저는 단순하게 이들이 불안정했을지라도 결국 그들에게 남은 사랑을 했다는 것.
그리고 이과수 폭포를 잡아낸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는 폭포에서 느끼는 웅장함, 사랑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즉 이들의 사랑은 폭포와 같으며 우리가 폭포에서 느끼는 신성함으로 결코 거짓된 사랑이 아니었다는 걸 폭포를 통해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또 종결부에서 서로에게 라이트의 폭포(보영)와 실제로 폭포를 보는(아휘) 모습에서 그들에게 서로가 남아있을 것을 보여줍니다. 불안정했을지라도 서로에 대한 행복을 가지며 살 것이라는 의미를 제목에서부터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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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콜바넴처럼 제가 이쪽 영화에 취향이 없기에 왕가위 감독의 다른 작품보다 큰 관심이 적었던 영화입니다. 그래서 퀴어적인면을 크게 설명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심지어 15세로 알았는데 첫장면에서 갑자기 훅 들어와서 놀랐습니다...핳,,,, 놀라서 이때 대사 좀 놓쳤었어요.
그리고 화양연화때만해도 다른 분들의 설명을 소비하는 입장이었던 지라... 왕가위 감독 작품 중 3번째로 본 이 영화를 완전히 이해했다고 확신하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전과 마찬가지로 아주아주 부족한 글이지만,,, 아주 좋은 기회로 이렇게 왕가위 감독의 의미있는 작품을 만나게 되어 신나게 작성을 해버렸네요...ㅎㅎ
결론은 심심하지만, 조금이라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저도 기쁠 것 같습니다 ㅎㅎ
다시한번 귀한 기회를 나눔하주신 태리야끼님께 감사드립니다. 왕가위 감독이 말했듯이 '자신의 작품을 모두 챙겨보게 될 것'이란 말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중입니다...ㅋㅋㅋㅋ 이틀 동안 잠 못자서 원래 오늘은 오프해두려 했는데 덕분에 의미있는 하루를 완성했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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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입된 노래 제목에서 따왔을려나요.
오 노래도 정말 좋았는데 추가로 제목도 찾아봐야겠습니다 ㅎㅎㅎㅎ

아휘와 보영이 서로 지구반대편에 떨어져있지만 “구름사이로 잠깐 비추는 봄햇살”같았던 그 행복했던 기억을 함께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해피 투게더가 영어제목이라곤 해도 여전히 의문은 남아요.
이것만 왜 굳이 영어제목을 썼을까 저도 아직도 궁금합니다.
중경 익스프레스, 폴른 앤젤스, 무드 포 러브 라고는 안하면서 왜 춘광사설만?
첫 개봉 당시 영어제목 박힌 판본을 들여왔나?
춘광사설은 대중적으로 어렵고 당시 해피투게더 노래가 영화에 나온다며 주목받았어요
간단해요.
영어제목이 해피투게더입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주제곡의 제목이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