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 보기 괴로운 다큐 영화였지만 한사람이라도 더 봤으면..
저에게 숙제같은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N스크린으로 저렴하게 볼 수 있어 반가웠는데, 빵원티켓까지 있어서 감사히 쿠폰은 받았습니다. 다만 이 영화가 2주간 매일 상영되는 것은 아니기에, 좀 멀리까지 원정갈 수 밖에 없었지만 동선이 맞아 다행입니다.
어린 딸의 실종으로 단란했던 한 가정이 박살난 채로 20년째 진행중입니다. 6살이 되었을 때 유치원에 파하고 자주 가던 중국집을 운영하던 친구를 만나러 간후 감감무소식입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늘 스케치북을 옆에 끼고 다니고, 영특했던 둘째딸 준원이..
아버지는 거진 홀로 딸 준원이의 행방을 찾아 전국방방 곡곡을 누빕니다. 그래서 화면엔 실종된 딸의 행적을 찾아 어느새 머리가 하얗게 쇠버린 늙은 아버지의 모습이 대부분입니다. 생사만이라도 알고 싶다는 실종 아동 어머니의 절규가 가슴을 후벼팝니다.
둘째딸의 실종 후 가족의 형태가 실종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아이가 실종된 사실이 너무 괴로워 둘째딸과 관련된 추적이나 화제를 회피하고 혼자 삽니다. 큰딸 역시 유학이후 어린 동생을 챙기지 못했다는 것과 가족이 부서진 것에 괴로워하며 우을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립니다.
아버지는 오랜 세월 동안 경찰의 미흡한 수사로 근래 실종아동수사팀 등 공권력의 수사에 믿음이 없습니다. 담당 경찰관이 이제 좀 해볼만 하다 싶음 타부서로 발령나거나 이동하는 것으로 몇년째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힘들어합니다. 그래선지 둘째딸 찾기에 있어 모든걸 혼자서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이제껏 실종아동 찾기 TV 프로그램과 전단지 등으로 들어온 제보를 노트에 적고, 그것을 다시 반복해서 보고 또 보며 혹시 놓친 것이 없나 체크를 합니다. 때론 세월이 한참 지난 메모도 다시 체크해서 지방으로 내려가 혹시라도 있을 둘째딸의 흔적을 찾습니다.
아마도 살아있다면 면식범의 소행으로 어디 으슥한 공원 등으로 끌려가고, 또는 지방에 누군가의 양녀로 들어간 것이 아닌가 추리합니다. 초등 수사가 미흡했기 때문에 과거의 기억과 제보로 그날의 일처럼 생생히 재구성하려고 합니다.
첫째딸은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조차 동생 찾기에 도움을 구하지 않는 모습에 소외감을 느낍니다. 동생을 찾느라 몸과 마음이 부재한 아버지에게 서운함을 지닌 것 같습니다. 막내딸은 둘째 언니가 실종될 당시 갓난아기라 손위언니에 대한 기억이 없습니다. 마치 어디 남이야기하듯 주변서 들어온 둘째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첫째와 꼭 닮은 막내딸은 구김살이 없어 보이지만, 아직 손이 많이 가는 나인데 부모님 대신 할머니와 함께 삽니다. 아주 가끔씩이나 얼굴을 볼 뿐 온가족이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거진 두시간의 러닝 타임에 다소 느리고 중복된 내용의 연출과 음악 사용이 절제되서 관람하기 좀 힘들었습니다. 등장인물의 괴롭고 답답함 심정이 밀려온 탓도 있고, 어느 시점서 수사가 매듭이 풀리는 듯하다 다시 도돌이표라 맥이 탁 풀렸습니다. 저는 2시간의 시간을 내서 보지만, 이걸 20년째 되풀이하는 가족 입장에선 큼찍한 악몽이겠지요.
보기 힘들어선지 영화 한시간 쯤 지나서 코골며 자는 관객이 있었습니다. 편한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명이라도 이 다큐를 봐야 실종된 준원이의 행방이 수면에 불거질 것 같아요. 준원이 아버지는 TV 실종아동 프로그램 등으로 준원이 관련 제보를 받았는데, 그 과정서 비슷하게 실종된 아이들이 부모를 되찾아 갔다고 합니다. 실종 아동에 대한 다큐 등을 통해 관심을 좀 더 가지면 한명이라도 부모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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