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고네(스포 있음) - 저항이 이렇게 어렵습니다
배경이 되는 신화 이야기도, 현대의 난민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도 그렇고 비극이 예상되는 작품이었기에 관람이 꺼져졌습니다. 아티스트 배지가 아니라면 코로나 때문에라도 패스했을 이 작품, 영화관에서 관람해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안티고네 신화와 영화 설정은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가족 구성원, 오빠들에게 닥친 비극, 받아들일 수 없는 명령, 여동생의 희생과 가족 구성원들의 비극적 운명..
이러한 유사성에도 영화가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고루한 문장으로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이유는 이 영화가 동시대를 사는 관객들에게 묵직하고,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과제를 제시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영화를 본 후 관객들은 안티고네와 그의 언니, 할머니의 선택이 어느쪽도 최선일 수 없으면서도 그들의 선택이 그들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행동임을 알수 있었기에 마음이 아프고 씁쓸할 것입니다. 사실 안티고네의 가족은 부모님의 죽음에서부터 영화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최선의 선택이 불가능했습니다. 고향에서의 삶은 죽음과 동일한 의미었고, 캐나다에서 난민이라는 불안정한 삶은 삐딱한 작은 결정 하나도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난민이고 범죄자이기에 첫째오빠를 허망하게 죽게 만들고 둘째 오빠를 추방하려는 공권력 앞에서도 가족은 그 억울함을 관철시킬 수 없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그들이 영웅이 되었다가도 악당이 되었습니다. 안티고네와 남은 가족들은 최선을 다해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 했고, 상당부분 성공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신화와 유사한 선택을 내리는 수밖에 별 방법이 없게 됩니다. 안티고네는 '산 채로 갖히고 맙니다'
주인공 안티코네 역할은 한 배우가 인상깊었습니다. 감독이 sns로 오디션 공고를 내어 발탁했다고 하는데 소셜미디어에서 (소위 말하는) '악녀'가 되었다가 '성녀'가 되어야 하는 여리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주는 케릭터에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외모부터 눈빛, 연기까지 마치 두 명의 케릭터를 보여준듯 했습니다. 주인공의 연기 덕분에 현대의 영웅상에서 비극의 주인공이 된 안티고네의 서사와 좌절이, 그녀를 향한 추종이, 그녀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의지가 잘 느껴졌어요.
이 영화에서 큰 분노를 느끼게 되는 곳은 두 군데였습는데 첫째는 큰 오빠의 허망한 죽음, 두번째는 작은 오빠의 행동에서 나왔습니다. 첫번째 분노에서는 공권력과 법집행에 대한 안티고네의 반발이, 두번째 분노에서는 모든 것이 뒤집어지는 허무와 예정된 결말이 도출되었습니다. 특히 두 번째 분노에서는.. 뭐라 말하기 힘든 절망과 안타까움에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안티고네가 작은 오빠를 위해 말도 안되는 자충수를 둔 것부터 예정된 결말이긴 했지만) 혁명의 실패, 공권력에 대한 일종의 항복, 균열과 분열, 도돌이표와 같은 난민들의 현실..
영화를 본 후 계속 마음을 시끄럽게 한 작품이었습니다. 단지 약자로서의 모습만은 아니지만 또한 지극히 불안정한 위치에 있기도 한 난민의 현실, 공권력과 법의 몰인간성, 소셜미디어의 민낱과 파장까지 날카롭게 보여준 이 작품이 이러한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공개돼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기회를 놀치는 현실이 참으로 아쉽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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