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go님이 올려주신 뉴타입 35주년 기념행사에 편승해서...

덕후성 추억 파먹기 좋은 이슈가 나왔는데 가만히 있음 제가 아니죠 ㅋㅋ. 슬그머니 합승 시도합니다.
제가 갖고 있는 온전한 형태의 뉴타입 중 제일 오래된 1988년 5월호. 아울러 제가 난생 처음으로 뉴타입이란 걸 접한 이슈이기도 합니다. 나름 마음속에 품고 살았던 호인데 한 3년쯤 전인가 일본갔을 때 만다라케에 있길래 냅다 구입해서 모셔두고 있습죠.
3주년 기념호에 즈음해서 극장판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 애니메이션 제작 속보를 다루고 있네요.
'설정은 멋진데 작화는 한계가 분명한 TV애니메이션의 원래 매력을 멋진 화보로 살린다'는 게 뉴타입의 주된 취지였다고 어디선가 주워들었더랬습니다. 지금은 희미해졌지만 저 당시 뉴타입의 고밀도 셀 일러스트는 확연히 매력적이었어요. 질리온이니 보그맨이니 작화가 뛰어난 작품은 많이 있었지만 아날로그 시절의 칙칙한 화질과 극중 작화와 뉴타입의 셀 일러스트는 견줄 게 아니었으니까요. 아니메디아, 아니메 쥬, 아니메 V같은 당대의 잡지들과 견줄 때 기사의 내용이나 밀도는 몰라도 최소한 '화보'라는 측면에선 뉴타입이 독보적이었습니다.
고리짝 책 아니면 어디가서 이런 그림 못 봅니다. 요시아키 카와지리 감독작 <마계도시 신주쿠> 설정자료. 온다 나오유키 그림이죠 아마.
'온전한 형태의 잡지'라고 위에 적은 이유는 제가 오래된 것들은 분철/정리를 해서 10여년에 걸친 분량을 한번 스크랩 했기 때문입니다. 뉴타입 판형은 A4 변형인 관계로(폭이 2센티미터정도 넓습니다) 클리어 분철이 상당한 고역인지라, 다시 그런 짓은 못할 것 같고 지인이 일본으로 떠나면서 상당분량을 제게 넘겨주신 덕분에 현재 약 150권정도는 그냥 온전하게 책 형태로 보존중.
장르나 자료 성격 등으로 한번 일별해서 분철하고 남은 표지들만 또 따로 모아두었습니다. 오른쪽 이슈가 바로 용돈받아 처음으로 구입한 제 첫 뉴타입인 1988년 7월호. 이노마타 무츠미의 셀 일러스트가 아련합니다. 표지 상태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박제되어 있는데, 중철로 된 책들 보존성이 참 안좋죠. 열심히 보면 책 중간부터 너덜너덜해지는 건 물론이고 빽빽하게 채워서 꽂아놔도 자체 무게가 반영돼서 책이 뒤틀리기 일쑤입니다. 작고 얇은 책이면 모를까... 88년 7월호는 뭐 껴안고 살았으니 저 상태;
극장판 공개에 편승해서 한동안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가 표지를 장식합니다. 당시 극장판 관련 표지 일러스트는 모두 캐릭터 디자이너인 유우키 노부테루의 그림. 참 좋아하는 애니메이터/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왼쪽은 나름 '뉴타입 최초로 컴퓨터 그래픽스를 도입한 표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89년 6월홉니다.
왼쪽은 5권 즈음의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 이슈, 오른쪽은 야심찬 미디어믹스 프로젝트였으나 결과는 미미했던 <건헤드>. 아이카와 노보루의 소설판, 아사미야 키아가 그렸던 만화판, 그리고 실물대 프롭까지 만들고 막대한 자금을 때려박아 장렬하게 망한 실사판까지 있었지만 메카닉만 기억에 남는 물건이 돼버렸네요.
표지 텍스트들 보면 대충 시대상이 보입니다. 평성 고지라는 VS 비오란테 나왔을 즈음이군요. 대충 창간 5주년 언저리.
창간 6주년 쯤에 추억의 나디아 등판. 단출하니 꽤 흥미로운 애니메이션이 나왔다고 좋아했는데... 이때만 해도 가이낙스는 그저 <왕립우주군> 만든 회사 정도라고만 생각했죠.
<사일런트 뫼비우스>도 꽤 야심만만한 기획이었지만 애니메이션은 그냥 그랬어요. 이야 지금 보니 레비아는 숏컷도 꽤 어울리네.
일세를 풍미했던 루미코 여사의 <란마 1/2>도 보이고... <로도스도 전기>는 영웅기사전 무렵이군요.
가만보면 아사미야 키아도 꽤 밀어줬던 듯. 스리슬쩍 중간에 뭉개고 주저앉은 <성수전기 다크엔젤>은 애니메이션도 아닌데 표지에...
이쯤 오면 확실히 앞의 이슈들보다 표지의 열화가 확실히 덜 하죠.
1년의 절반 이상은 건담이랑 아사미야 키아 관련 콘텐츠가 표지를 수놓던 시절.
고전명미 타카다 아케미 여사 셀화는 좀 귀한 느낌이 있죠. <야와라!>도 지금 보니 새롭네요.
<미소녀전사 세일러 문>과 <무책임함장 타일러> 즈음이 아마 제게 시대가 바뀌었다는 감이 오기 시작했던 무렵인 것 같아요.
우주세기 건담도 F91을 넘어 막바지인 V의 시대로. 창간 8주년 즈음.
극장판 1작에 이어 있는대로 진지하게 갔던 극장판 <패트레이버 2>도 이제 가물가물한 예전 물건이 됐군요.
건담 시리즈 3대 악녀라 쓰고 ㅆㄴ이라 읽는에 등재(?)된 카테지나의 모습도...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의 무수한 캐릭터 중에서도 나름 매니악한 캐릭터인 아렌 브라포드도 표지를 장식한 적이 있었네요.
그런가 하면 90년대 중반에는 건담도 우주세기를 넘어 코스믹 에라로 넘어갑니다. 역대급 통수가 충격적이었던 <마법기사 레이어스>도 그립군요. 세상에 클라이언트가 사이코였다니 이 무슨...
다시한번 시대의 변화가 물씬 느껴지는 창간 12주년 즈음. 흥미로운 함의와 괴악한 미장센으론 역대급이라고 생각하는 <소녀혁명 우테나>를 그렸던 하세가와 신야의 저당시 그림은 단순한 선 가운데에도 묘하게 색정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어요. 오른쪽의 아야나미 레이는 오카자키 타케시의 그림인데 나중에 원형사로도 활약해서 저걸 직접 조형한 걸 원더 페스티벌에 들고 나갔습니다. 기흉으로 수술받느라 미완에 가깝게 결론을 낸 <정령사>가 제대로 마무리됐다면 꽤 괜찮은 작품으로 남았을텐데...
<사쿠라대전>, <브레인 파워드>가 나올 무렵은 뭔가 애니메이션의 만듦새에 있어서 조금 혼란스럽기 시작했던 인상입니다. 소극적이라곤 해도
이런저런 디지털 요소들이 접목되기 시작했기 때문인지...
<로도스도 전기>의 디드리트는 J판타지 엘프의 전형을 확립한 캐릭터로 유명하죠. 영웅기사전 무렵이니 이미 제대로 자리잡은 시점이네요.
<기동전함 나데시코>, <로스트 유니버스> 언저리는 제가 일본 애니메이션과 좀 떨어져 있던 시기였는데 나름 한번 또 세상이 바뀔 무렵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TV 애니메이션의 한계라고 생각했던 만듦새를 넘어선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추후 다가올 '퀄리티의 상향평준화'를 예고했던 것 같거든요. 단적인 예로 당시 충격이나 마찬가지였던 <카우보이 비밥>이 표지에 이름을 보이고 있네요.
98년 10월호에는 아예 '셀이 사라지는 날'이라는 기사도 실렸네요.
<가사라키>가 장식한 왼쪽의 98년 12월호는 특기할만한 이슈로, 컬러/흑백 페이지를 동시에 실었던 뉴타입의 마지막 호입니다. (여담인데 권말의 뮤지션 소개 코너에 S.E.S.가 실린 이슈이기도... ㅋ)
그리고 세기말의 1999년 1월호를 기점으로 뉴타입은 전면 올컬러로 탈바꿈합니다.
... 적어놓고 보니 되게 뜬금없는데, 창간 35주년 기념 전시회도 열린다고 한다니 감회(?)가 새로워서 그냥 맥락없이 고리짝 책들 좀 늘어놔 봤습니다. 35년이라고 하니 생각보다 길지 않은 것 같기도 하지만 이렇게 예전 것들 되짚어 보니 결코 만만한 햇수가 아니라는 생각도 드네요.
- EST였습니다.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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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쯤에서 '뉴타입이다'님이 등판하셔야 하는 거 아닌지... ㅋㅋ

저때는 정말 일본 애니는 문화충격이었어요.
히라가나 가타가나 외워서 뉴타입 읽는 친구들 모습 보고 부러웠던 기억도 납니다.
저도 그걸 계기로 일본어 배우려 애썼고.

저야말로 판 깔아주셔서 감사를^^
저도 초딩때 친구네서 '테레비매거진' 보고 다른 친구한테 얻은 건담 플라모델 카드 가지고 일어 독학(?)을 시작했어요. 건담인데 왜 네글자이지? 뭐 이런 데서 시작한 거라, 일반적인 일어 습득 과정과는 달리 외래어를 가지고 가타가나를 먼저 익힌 좀 요상한 케이스. 덕분에 실력이랄 것도 없는 일본언데 의외로 번역하는 분들도 헛갈리곤 하는 외래어 표기 같은 덴 의외로 강한 요상(2)한 케이스가 되었습니다;

제가 본가에 있었으면, EST 님의 바톤을 이어받아 동참할 수 있었을 텐데...
아주 많이 아쉽습니다;ㅁ;









음.. 혹시 트라이건이나 카우보이비밥 표지가 있을까요? 어릴때(..) 너무 좋아해서 재탕삼탕까지 하며 봤던 애니메이션이에요 ㅎㅎ 나름 유명한 작품들인데 표지를 장식한적이 있지 않을까요...?

트라이건은 표지에 나왔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고, 비밥은 확실히 나왔습니다.
... 해서 찾아보니 제가 갖고 있는 이슈 중에는 세권이 있네요.











국내 오타쿠 1세대들은 대부분 일어를 몰랐으니까... 그림 많이 나오는 뉴타입이 제일 보기가 쉬웠죠. 그래서 다른 업계잡지들 다 제치고 국내에서는 오로지 뉴타입이었죠. 그러다보니 뉴타입에서만 밀어주는 파이브스타스토리를 일본국민만화로 오해하기도 했었죠. 그러고보면 아니메쥬에서는 인기투표하면 만날 나우시카가 1등먹었던가...ㅎㅎ

판형 이야기가 나온김에 생각났는데 뉴타입에서 나온 설정자료집들도 뉴타입이랑 판형이 같아서 가로로 조금더 길었죠. 거기서 나온 건담관련책들을 우리나라에서 베껴서 출판하면서 다른 판형때문에 그림이 압축되어서 나왔었네요,

얘들 말씀이시죠? ^^ 저 딱따구린가 하는 해적판 출판사는 저걸로 건물 올렸다는 카더라도 있었던...

외래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단어들이 많다 보니 그때도 참 괴상하다 싶은 번역들이 많았죠. 출판사마다 번역 기조(?)가 조금씩 달랐는데 이상하게 '스어'만큼은 대동단결이었던 게 저도 참 신기합니다.




잡지마다 분철의 정성은 당연하겠지만 올린 사진에서 '한' 정성이 가득 묻어나오네요
진정한 '레트로' 분위기, 잠시 공유해서 즐겁습니다 :)





제 눈엔 역시 옛날 작화가 더 예뻐보이네요ㅎ
나디아, 란마, 레이어스 정말 추억 돋습니다.
귀한 사진 감사해요~







이름은 예전부터 들었지만 제가 모으기 시작한 때는 올려주신 때보다 더 뒤의 시기였습니다. 한국판으르 시작해서 나중에는 일본판도 사모으곤했었는데 양국의 재질차이가 많이 느껴졌어요. 일본판 재질이 그다지 좋지않아서 책을 많이 펼칠 수록 상하기 쉬워서 조심해야했었죠. 저는 20주년판에서 올려주신 표지들을 봤었는데 정말 세월이 빠르네요...벌써 35주년이라니..😭


아니메쥬는 별책만 있고
아니메디아는 다 분실했고
아니메크 몇 권 있네요.
시간 나면 저도 몇 권 사진 올려 볼께요.




88년이면 32년전인데... 상태가 굉장히 좋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