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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그 때 그 시절에 대한 미화

바바 바바
1992 3 1

 올해 마지막 천만 영화가 또 한 번 등장한다면 아마 그 주인공은 <국제시장>일겁니다.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과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가 뭉쳐,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연말 영화로 적극 마케팅하고있는 작품인데, <국제시장>의 언론, 배급시사회 후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관계자들의 호불호는 갈렸지만, 새로운 천만 영화가 등장할 것 같다는 데엔 이견이 없었습니다. 현재는 비슷한 타겟팅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성공으로, 천만이 넘을 것이라는 확신은 조금 사그라든 상황이지만, <국제시장>은 첫 주말 가뿐히 100만 관객을 넘기며 1위에 올랐습니다. 한참 전에 <국제시장>편집본 을 모니터링을 한 적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CG가 완성되어 있지 않은 터라, 극장 개봉 후 영화 완성본을 다시금 보게 되었습니다.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우리 시대 아버지 덕수(황정민). 그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평생 단 한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괜찮아 웃어 보이고 다행이다 눈물 훔치며 힘들었던 그 때 그 시절,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의 아버지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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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흥에서 부산으로 피난온 주인공 덕수(황정민)는, 막내동생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독일에 광부로 파견가는가 하면, 여동생을 시집보내기 위해 전쟁이 한창인 베트남에 다녀오기도 합니다. 영화 속 덕수는 선장의 꿈을 꾸는 사람이지만, 항상 자신보다는 자신의 가족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가족을 위해서 꿈도 포기하고, 다리도 잃고, 어릴적부터 가장의 무게를 짊어져야했던 덕수라는 인물이 겪는 사연들은, 6.25 전쟁 발발부터 발생한 시대적 아픔을 총체적으로 건드리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제작 의도는, 젊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영화에 담아냄으로서, 모든 세대들이 함께 영화를 보고 소통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전 영화를 보면서, 지금의 5~60대 사람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양으로 보이는 이 영화의 시선이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비극적 근현대사를 모두 겪은 덕수라는 인물을 창조하여 감동을 짜내는 듯한 느낌도 불편했지만 가장 심각한 부분은 베트남에 다녀온 덕수의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월남전에 참전한 후 베트남에서는 3만명의 라이따이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국인과 베트남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 생겨나는 등의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국제시장>에서 덕수는 베트남 사람들을 인간적으로 돕는 등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때는 사실 관계를 오해하기 쉽게 그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베트남에 대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언급을 빼버린 채, 우리나라가 베트남을 도와줬다는 인상을 주는 장면들은 역사 왜곡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불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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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는 굉장히 남성중심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전 영화를 보면서 윤제균 감독이 '우리나라의 발전은 수많은 덕수들(=남자들)에 의해 이뤄졌다'라고 믿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여동생(김슬기)은 오빠를 부러먹어 민폐를 부리는 인물처럼 그림으로서, 여성에 대해 왜곡된 시선을 취하는 것도 윤제균 감독의 남성중심적인 관점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것입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간호사로 파견되었던 영자(김윤진) 또한 그녀의 가족 부양의무가 있었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을 쏵 빼버리면서 영자라는 캐릭터를 덕수의 조력자 수준으로 낭비해버리고 마는 것도, 이 영화가 취하고 있는 남성중심적 관점을 뒷받침합니다. 전 남자임에도 영화 속 이런 관점이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그렇다면 영화 속 주인공 덕수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해볼까요? 덕수라는 인물의 노고가 오늘 날의 대한민국을 이끌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힘들지만, 가족끼리 둘러모인 밥상에서 과일을 집어던지거나 차에서 짐을 내리고 있는 옆 가게에 괜히 트집 아닌 트집을 잡기도 하는 등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덕수는 우리나라의 발전을 이끈 사람'이기에, 영화는 마치 그에 대한 무조건적인 이해를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이런 점들이 전 상당히 불편했습니다. 


  이 영화는 황정민 원맨쇼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영화를 보고나니 왜 황정민이어야 했는지 알겠습니다. 황정민씨는 비록 잘생기진 않았지만 소시민의 얼굴을 하고 있다보니, 특정계층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비록 60대의 얼굴을 하고 있는 황정민의 분장은 어설프기 짝이 없으나, 순박한 서민의 얼굴을 담아내는 데 황정민보다 적격인 배우가 있을까 싶습니다. 다만 덕수(황정민)를 제외한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기능적으로 사용되다보니 만족스러운 연기를 보여준 배우가 거의 없었는데, 그나마 장영남씨의 연기가 기억에 남네요. <국제시장>의 분장은 <이끼>나 <은교>에서 보여줬던 것보다 훨씬 퇴보한 것처럼 보입니다. 영화 속 CG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보자면, 좋았던 장면도 일부 있었지만 흥남 부두가 폭발하는 장면을 비롯하여 몇몇 장면은 아직 CG가 발전할 구석이 많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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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국제시장>이 연말에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 딱 좋은 작품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긴 힘듭니다. 제 양옆에 앉아계신 여자분들은 영화를 보면서 훌쩍이는 걸 보면, 다른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고 상당히 감동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대놓고 나이 든 세대들을 겨냥한 듯 보이는 이 기획 영화를 적극 추천드리고 싶은 생각이 들진 않습니다. 역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느껴지지 않은 채, 그저 근현대사의 가슴아픈 역사를 영화에 끌어온듯한 인상이 들었기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금주에 <상의원>, <기술자들>, <숲속으로>같은 작품들이 개봉하여 크리스마스 극장가가 더욱 뜨겁게 달궈질텐데, 크리스마스 시즌의 승자는 누가 될지 궁금합니다. 


  * 카메오 유**호는 젊은 관객들을 겨냥한 것인가요? You know Younho? 드립 ㅈㅅ 

  * 현재 <국제시장>, <호빗:다섯 군대 전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이 세 편의 영화가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는데, 전 세 작품 모두 그닥 만족스러웠지 않았습니다. 먼저 본 <상의원>또한 그랬구요. 제 취향이 점점 마이너해져가는 걸까요, 아니면 영화의 평균 퀄리티가 떨어져가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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