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남 테츠오 (1988) 강렬하다 X 10000 (고어 주의)
고어 정도는 뛰어넘는 극도의 과격한 내용이 있으니 주의하시라.
강렬하다라는 말도 모자라는 걸작 철남 테츠오이다. 애니메이션 아키라에 나오는, 신체가 계속 변형되는 등장인물 테츠오에서 따온 것이다.
아키라가 여러 분야에 참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감독도 이 사실을 숨기려는 생각 없이 솔직하게 말한다.
하지만 이 영화 철남 테츠오는 놀랍도록 신선하고 강렬하다. 매 1초 1초마다 신선하고 강렬한 아이디어로 꽉 차 있다. 영화가 겨우 1시간 정도인 것이 딱 맞는 시간이다. 이런 영화를 1시간 훌쩍 넘는 시간으로 했다가는 관객들 머리가 터져나간다.
영화 오프닝부터 범상치 않다. 제철공장에서 쇠를 두드리는 소음이 쾅 쾅 울리는 가운데, 주인공이 몸부림치는 장면이다. 쇠를 두드리는 강렬한 소리와 더불어 엄청난 인상을 남긴다.
원래 나는 필연성 없이 그냥 강렬함만을 위한 강렬함을 내세우는 것은 좀 싸구려라고 생각한다. 영화 내에 강렬함을 위한 치밀한 장치를 구현해 놓고 그 위에서
강렬함을 풀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예외다. 이것은 내 생각을 훨씬 뛰어넘는 강렬함이다. 목적 없이 한없이 몰아치는 거센 파도에 뭘 어쩌란 말인가? 그냥 압도될 뿐이다. 영화 구성이니 안정성이니 완벽함이니 그런 거 다 무시한다. "네가 100 예상한다고? 그럼 나는 1000000000 풀어놓을께. 한번 허우적거리다가 익사해봐라. 이 영화 매 1초 1초가 너를 찌르는 칼날 같을 거다." 딱 이런 분위기다.
감독 츠카모토 신야도 명작들을 다수 내놓았지만, 이 처음 작품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이거 아무 때나 나오는 그런 걸작이 아니다.
줄거리가 중요한 영화가 아니지만, 줄거리를 이야기해 보면,
어느 변태가 있다. 금속 페티쉬가 있어서 자기 몸을 째고 그 안에 금속들을 집어넣는다. 그런데 그 변태를 테츠오라는 평범한 회사원이 차로 치고
야산에 묻는다. 그 일 이후 테츠오에게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의 몸이 점점 기계로 바뀌어간다.
사람의 몸이 기계로 바뀌어간다는 그 철학적 사회적 의미에 대해, 이 영화는 탐구하지 않는다.
테츠오가 겪게 되는 혐오와 공포에 대해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츠카모토 신야가 영화 속에 풀어놓는
그로테스크하고 매혹적인 이미지는 엄청나다.
전철역에서 만난 여자가 기계와 결합하여 자기를 뒤쫓아오는 경험을 하는가 하면,
자기 동거녀에게 금속 자X가 생겨 자기를 강간한다.
이번에는 자기 자X가 드릴로 바뀐다. 이 드릴 자X로 동겨녀를 강X하려고 덤비는데, 동거녀는 테츠오의 목을 칼로 찌르고 뜨거운 기름을 얼굴에 붓고 저항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거녀는 테츠오를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드릴로 자X가 변한 것에 흥분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드릴 자X롤 거기에 삽입하고
내장이 곤죽이 되어 죽는다.
이런 식이다. 물론 이런 장면들에 어떤 해석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이 영화를 보는 올바른 방법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 영화에는 어떤 원초적 의식, 인간 본연의 공포같은 것이 느껴진다. 1980년대로 돌아가보자. 마악 정보화가 시작되었을 무렵,
인간은 기계화, 정보화에 대해 공포를 느낀다. "인간적인 것이 파괴된다" 하는 공포가 있었다. 오늘날에는 이해가 가지 않는 공포다.
오늘날 우리가 볼 때 인간이 기계와 결합한다 하는 것이 공포가 될 수 있을까? "기계로 대체될 수 없는 인간 본질이란 것이 있을까"하는 질문이
여전히 유효한가? 어쩌면 이 영화의 주제를 이루고 있는 질문과 공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가지는 힘은 아직도 살아있다.
뺑소니를 당했던 남자는 복수를 하겠다 하는 시시한 목표가 아니었다. 그는 테츠오를 자기 이상을 실현할 사람으로 고른 것이다.
바로 세계를 기계화하고 녹슬어 부서지게 만들려는 것이다. 강철 곰팡이가 자라서 세계를 뒤덮는 장면도 명장면이다. 그리고 테츠오는 자기 이성을 잃고
그 남자의 일부분이 되어버리고 만다.
자아를 잃고 기계의 일부분이 되어버리는 것이 왜 공포인가? 지금 정보화사회가 바로 이것 아닌가?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 만들어진 이 영화에서는 이것이 커다란 공포다.
그들은 이 기계 사회를 더 확장시켜, 세계를 이 안에 집어넣겠다고 뛰쳐나간다. 흠, 현실적으로 이미 그렇게 됐다.
이 영화를 그렇게 공포스럽게 했던 그 주제가 사라진 지금, 이 영화의 힘은 많이 줄어든 듯하다.
하지만 그 주제를 포착하기 위해 츠카모토 신야가 보여주었던 그 놀라운 상상력, 절규, 에너지, 창조력 등은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거 저예산 독립영화다. 하지만 불세출이라는 말은 이런 영화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