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극장.. 대중문화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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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홍콩영화 그리고 음악 이야기

홍콩영화와 주제곡.... 이 중 몇 개를 아시나요?

 

홍콩 관련 옛 자료들을 꺼내보며....

작년 7월 1일 홍콩에서 마지막 밤을 보낼 때도 사실 홍콩의 상황은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원래 7월 1일은 홍콩반환 기념일로 불꽃놀이가 매년 펼쳐졌다고 하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홍콩 전역은 아니지만 완차이나 센트럴 일부에서 시위가 계속 벌어졌고 급기야 7월 1일 밤에는 시위대가 홍콩 의회를 점거하는 일까지 벌어져 홍콩에서의 마지막 밤을 호텔 안에서 의회 현장을 생중계 중이었던 CNN 뉴스 속보를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습니다. 제가 머물던 곳은 시위랑 상관은 없었지만 밖으로 나갈 기분이 전혀 아니었던. 그렇게 다음 날 홍콩을 떠나면서도 이 곳을 다시 오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굳이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홍콩의 상황은 계속해서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지금에 이르렀는데 홍콩에 애착이 있는 저 같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점은 불행히도 여기서 더 나빠지는 최악의 상황만이 남았을 뿐이라는 겁니다. 홍콩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거나 고립이 되는 등 홍콩이 가진 가치를 포기하더라도 자신들의 정책을 포기할 리 없는 중국의 속성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래도 내년엔 괜찮아지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졌던 건... 어쩌면 예견된 불행을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부정하고 싶었던 마음이 너무 커서 그렇게나마 희망이란 이름으로 잠시 덧칠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정치 뿐 아니라 각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고 있는만큼 홍콩 연예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매사 불안한 마음에 지뢰를 밟는 기분이라 애써 이 쪽 소식을 멀리하고 있는 팬들도 분명 있을 듯 합니다. 요즘들어 부쩍 헛헛한 마음에 예전 자료들을 한 번씩 꺼내 보게되는데 볼 때마다 예외없이 아련함과 함께 그 때 당시 느꼈던 감흥과는 다른 착잡함이 우선 밀려듭니다. 홍콩 영화든 음악이든 전반적으로 쇠락한 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시장 불황 등의 요인이 아닌 정치적 압력에 의한 쇠퇴와 변절은 지켜보는 입장에선 그저 참담할 뿐이죠. 최근 들어 쓰게 되는 홍콩 영화와 음악에 대한 글들은 그래서 회고의 글이든 소개의 글이든 시작과 끝은 지금 홍콩의 우울한 상황과 연결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 2000년, 2010년 그리고......

홍콩 여행 책자에 항상 소개가 되는, 홍콩에 가면 한 번은 가보게 되는(그 유명한 홍콩야경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접해 있으니) 침사추이에 있는 '스타의 거리'. 호텔을 항상 이쪽 위치로 잡아 초반 몇 년은 항상 가야만하는 코스처럼 되었으나 공사로 인한 위치 이동과 돌아다니는 곳이 센트럴 섬쪽이 되면서 안 가게 된지도 오래. 그러다 호텔을 인터컨으로 잡았을 때 DVD와 음반을 구입하러 침사추이 HMV로 가기 위해 평소에는 다니지 않던 지하도에서 홍콩영화 관련 대형 벽화들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스타의 거리쪽이다보니 지하도에도 이렇게 홍콩영화 관련 자료를 설치했나 싶었는데 이게 영구적인건지 당시 일시적인 행사같은 거였는지는 이후로는 이 쪽 길을 이용하지 않아 알 수가 없는데, 오고 갈 일이 더 생길 줄 알고 처음 봤을 때 몇 장만 대충 찍은 게 그저 아쉬울 뿐. 어디 여행 갔을 때 다시 와서 뭐 해야지~ 이런 생각은 절대 금물. 처음 봤을 때 뭐든 다 해야한다는 거. 잘 알면서도 막상 또 그게 안된다는 게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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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단위로 나눠져 구성된 그 시기에 나온 유명 영화들을 그린 대형 벽화인데 사진보다는 실제로 보는 게 더 느낌이 확 온다. 그림을 딱 보는 순간 아는 영화가 있는 반면 무슨 영화인지 알 수 없을 때는 옆에 소개된 영화 제목을 참고하면 추측 가능. 다음에 오면 하나 하나 자세히 찍어봐야지 싶어 대충 훑어봤을 때도 느낀 건 1980s, 1990s 이렇게 10년 단위로 그려진 그림들인데 2000s 부분에선 2000년과 2010년 영화들이 함께 묶여져 있는 걸 보고 확실히 2000년 들어서면서 특히 2010년대엔 홍콩영화가 확실히 급격하게 내리막 길로 접어들었구나, 정말 2010년 이후의 영화계 상황을 보면 2000년은 완전 선녀였구나 싶은. 2010년대가 이런 수준이었는데 여기에 중국까지 개입된 상황에서 과연 2020년 이후에는 제대로 된 '홍콩'영화라는 게 존재 가능할까.... 이 사진들을 요즘 다시 볼 때마다 드는 암울함의 정체다. 저 그림만큼이나 처음 봤을 때의 기분을 똑같이 느낄 수 없는, 감탄만큼이나 이제는 탄식이 함께 나오는 영상이 있는데 그게 바로 아래 소개하는 2009년 홍콩금상장 시상식 특별무대다.

 

 

* 만감이 교차하는 제28회 홍콩금상장 시상식 특별무대 <백년금곡 百年金曲>

아마도 홍콩금상장 시상식에서 있었던 무대들 중 가장 완벽했던, 사람들 기억 속에 최고의 무대 중 하나로 남을 <백년금곡> 특별공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가수인 장학우와 임억련의 노래와 퍼포먼스, 무대 구성, 노래 선곡과 편곡 그리고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영화들의 매끄러운 편집까지...정말 뭐 하나 빠지는 부분 없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그만큼 관전 포인트도 많아서 정말 앉아서 수십번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만드는 마력의 무대.

 

 

 

뒷배경으로 영화장면들이 흐르는만큼 화면창을 크게 해서 보는 걸 추천

좀 더 고화질의 좀 더 나은 음질로 감상하려면 아래 영상 클릭

https://weibo.com/tv/show/1034:4547798448930829

 

장르도 분위기도 다른 곡들을 원래 자신들의 곡이었던 것처럼 기가 막히게 소화하는 두 남녀 가수(홍콩 출신에 칸토(광동어-홍콩)팝 뿐 아니라 만도(만다린어-대만,중국)팝, 영어팝송까지 넘나들며 어떤 장르든 소화 가능한 걸로 가장 유명한 가수가 장학우와 임억련)의 가창력과 스킬에 1차로 감탄,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 답게 무대를 제대로 쓸 줄 아는 퍼포먼스(노래 부를 때 두 사람 표정과 제스처는 진짜..)에 2차로 놀라고, 12분 넘게 채우는 영화 주제곡(삽입곡)들을 두 가수들이 각자 그리고 함께 역량을 펼쳐보이는 무대를 시작으로 주옥같은 영화 장면을 배경으로 두 가수가 번갈아 주제곡을 부르는 무대에 이어 현악단의 연주에 맞춰 듀엣곡으로 마무리하는 무대 구성에 3차로 놀라고, 위화감 전혀 없는 음악 편곡에다 장르별 구성과 해당 장르 영화의 선정과 편집에 4차로 감탄할 수 밖에 없는... 그야말로 한 번도 보지 못할 수는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정도로 완전 애정하는 무대 영상인데, 이 특별무대에 나오는 노래와 영화들 중 과연 여러분은 몇 개 정도를 아는지 한 번 제대로 감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영상 전체를 한 두 번 쭈욱 감상 후에 아래 답을 맞춰보는걸 추천

 

1. 不了情(불료정)_「《불료정,1961》 주제곡 原唱:고미(顧媚)」

특별무대는 장학우가 부르는 1961년 작품 <불료정>의 동명 주제곡으로 시작되는데,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이 홍콩에서 유명 가수들의 음반에 주로 편곡을 담당하고 있는 음악인이자 장학우의 크고 작은 콘서트에서 편곡 등 음악감독 뿐 아니라 건반 연주을 담당하는 앤드류 투아손(이번 특별무대 편곡 역시 이 분이 담당, 어쩐지 정말 매끄럽다 싶었던)이어서 이 영상 처음 봤을 때 장학우 미니 콘서트인 줄;;

 

장학우가 이 시기쯤에 재즈 스타일의 음반 <프라이빗 코너>를 준비 할 때라 이 곡도 재즈 스타일로 편곡해서 부르는데 원곡이 여가수 노래라 여자 가수들이 주로 부르는 곡 중 하나이지만... 왕페이, 임억련, 장혜매, 양천화, 도철, 비욘드 등 타 가수들의 노래들과 자신의 노래 몇 곡을 실황 음반으로 내어서 그 해 앨범 판매량 1위를 차지했던 <활출생명 LIVE, 2004>(남들이 자기 노래를 부르면 평가에 있어 본전도 못 찾게 만들면서 정작 본인은 남의 노래 불러서 앨범 1위를 먹는 참... 심지어 딱 하루만 열린 라이브 무대였으나 감기였는지 목상태가 하필 그 날 안 좋아서 시작부터 사과를 먹으면서 등장하는 모습을 실황 DVD에서 볼 수 있는데....그 상태로 부른 첫 곡이 비지스의 'First of May'... 비음이 아주 살짝 도드라졌을 뿐 우리가 들었을 땐 너무 멀쩡하게 잘해서 좀 약 오를 정도;;)의 경우에서 보듯 장학우가 원래 여자 가수 노래를 잘 부른다.

 

영화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1994년 이동승 감독이 이 <불료정>을 리메이크 한 작품이 유청운, 원영의 주연의 <신불료정, 1993>인데 감독이랑 배우 이름 보고 극장에 갔다가... 정말 내 취향은 아니어서 극장에서 나오면서 기억에서 지워진 영화. 아, 정말 신파는 내 취향이 아닌 ㅠㅠ 이동승 영화 중에 유일하게 실망했던 작품인데 이 작품이 금상장에서 상을 휩쓴 거 보고 이 때부터 금상장 결과는 확실히 나랑은 안 맞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다. 홍콩영화평론가협회 결과가 그나마 좀 맞는 편. 사실 이동승 영화도 뜯어보면 신파적인 요소가 어느정도는 있지만 이게 겉돌지 않고 잘 어우러졌다 싶게 잘 만드는데 이상하게 이 영화는 코드가 맞지 않아서인지 보는 내내 당황했던 기억이;; 참고로 만방(萬芳)이 부른 <신불료정>의 동명 주제곡 역시 유명하다.

 

2. 說不出的快活 - 「《와일드, 와일드 로즈(野玫瑰之戀, 1960)》 삽입곡 原唱:갈란(葛蘭)」

장학우의 노래가 끝나자 임억련이 댄서들과 함께 등장하면서 첫 소절을 부르는 순간... '아, 진짜 이번 특별무대는 역대급이겠구나' 감이 딱 왔던. 임억련이 좋은 가수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노래만 잘하는 수준을 완전히 넘어서 음색, 성량, 표정, 제스처 모두가 너무나 완벽. 장학우가 중간에 합을 맞추는데 특히나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 장학우가 추임새 넣는 부분에선 그저 감탄만... 역시나 홍콩 음악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한 뮤지컬 <설.랑.호(雪.朗,湖), 1997>에서 '설'과 '랑'을 연기했던 환상의 듀엣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던.(임억련은 장학우보다 5살 어리지만 1984년 연예계 데뷔동기다. 장학우가 늦게 데뷔한 편은 아닌데 그만큼 임억련이 일찍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것. 임억련은 가수에 앞서 라디오 DJ로 먼저 연예계 데뷔)

 

혹시 영상을 보다가 '어, 저 여자분 목소리...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싶다면.. 네, 맞습니다. 머리 속에 맴도는 그 '가수'가 이 분 맞아요. 대만판 <열혈남아>가 아닌 홍콩판 <몽콕하문>을 본 경우라면 기억할, <열혈남아>에서 왕걸과 엽환의 你是我胸口永遠的痛가 흐르는 장면은 원래 홍콩판에선 임억련이 부르는 Take my breath away(탑건에서 베를린이 부른 그 노래 번안곡)가 흐른다.(그 시절 우리가 봤던 홍콩영화들이 대만판이 아닌 광동어판이었다면 뭔가 이미지나 행복감이 80 정도는 더 상승을 했을텐데 싶지만... 사실 이 작품에 한해서는 왕걸의 노래를 포기할 수가 없다. 적어도 나에게 이 작품은 왕가위도 배우도 아닌 유위강의 촬영과 담가명의 편집 그리고 왕걸이 주인공인, 그리고 정은임 아나운서에 대한 추억이 담겨진 영화로 평생 기억될 듯)

 

'저 작품 말고 다른데서 들어본 거 같아요'라고 하신다면.. <패왕별희, 1993>의 그 유명한 주제곡 當愛已成往事를 대만의 유명 음악인 이종성과 함께 듀엣으로 불렀던 그 여가수 분 맞습니다. (이종성과 임억련은 1998년 결혼해서 2004년 이혼한다) 장국영이 세상을 떠난 2003년 대만 금곡장 시상식 특별 추모 무대에서 장학우는 장우생, 나문, 장국영을 위한 메들리 곡을 부를 때 이 當愛已成往事를 그 앞에 불렀던 노래랑 다르게 좀 드물다 싶을만큼 저음으로 부른 적이 있었는데 이 곡의 원창자인 임억련과의 무대를 볼 때면 이 곡을 함께 부른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증이 항상 생긴다. (장학우는 2014년 음악회에서 '신불료정 新不了情'과 '當愛已成往事'를 메들리로 부른 적이 있는데 이 때도 함께 한 앤드류 투아손이 편곡을 완전히 다르게 해버리는 바람에 같은 곡이라는 느낌은 안 들 정도)

 

 

3. 青春阿哥哥(청춘아가가) -「《다정묘적(多情妙賊,1968)》 삽입곡 原唱:진보주(陳寶珠)」

4. L-O-V-E Love - 「《대가락(大家樂)》 삽입곡 原唱:The Wynners 온나(溫拿)」

 

장학우는 3시간 넘는 본인 콘서트에 게스트를 부르는 일은 없지만 반대로 타 가수 콘서트에 게스트로는 자주 서는 편. 문제는... 그 콘서트에 장학우가 등판하면 주객이 전도된다는 거. 남의 콘서트에서 본인 노래 독창하고 콘서트 주인공이랑 함께 자신의 노래를 듀엣으로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영상에 달리는 댓글들 분위기가 대략 난감;; '이거 장학우 콘서트인거야?' '저 가수의 문제라기 보다는 누구든 장학우 옆에서 같이 노래 부르면 저렇게 된단다.' 장학우랑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여가수들은 역량이 좋아서 그래서 괜찮은 편인데(고음이 매끄럽게 쭉쭉 뻗는 엽천문같은) 이후 세대에 등장한 가수들이랑 같이 노래를 부르면 어? 어?? 음....

 

장학우랑 노래를 같이 불러서 정말 완벽하게 잘 어울린다 싶은 여가수는 임억련이 유일하다 싶은데 특히나 금상장의 이 무대는 그 중에서도 가장 빛이 난다. 장르도 분위기도 다른 곡들을 어떻게 어색함 하나 없이 잘 맞출 수가 있는 건지. 음색이 독특한 경우 음색만 튀고 나머지가 안 받쳐주는 경우도 참 많아서 듣기 거북할 때가 종종 있는데 임억련은 안정적인 기량에 그 음색이 입혀져 굉장히 단단한 느낌을 준다.

 

진보주가 부른 '청춘아가가'는 노래 제목에 있는대로 그 시대 분위기를 반영한 고고(哥哥) 음악인데 장학우와 임억련이 굉장히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되게 편곡해서 불러 이거 듣고 원곡 들으면 올드한 느낌을 많이 받을 수도. 이어지는 위너스의 L-O-V-E love 역시 말랑말랑한 원곡(70년대 홍콩 팝밴드 그룹이라 우리나라 그 시절의 그룹들 노래 느낌이랑 많이 비슷하다. 위너스에서 유명한 사람이 바로 알란탐이랑 종진도)에 비하면 두 사람 모두 락버전인가 싶을만큼 파워풀하게 부르는데 이 무대에서 인상적인 곡 중 하나. 원곡이랑 비교해서 들어보길 추천~

 

5. 半斤八兩(반근팔량) - 「《반근팔량》 주제곡 原唱:허관걸(許冠傑)」

[배경영화] <반근팔량, 1976> <동성서취, 1993>

 

<반근팔량>과 <미스터부>, <최가박당> 시리즈 중 몇 편을 보면 알겠지만 골든 하베스트의 골든 트리오(성룡,홍금보,원표)의 작품들이나 주성치의 영화들을 보면 이 허씨 삼형제의 영화들이 떠오를만큼 광동 문화계의 토대를 닦고 뼈대를 세웠다고 할 수 있는데 주성치 영화처럼 코드가 맞아야 즐길 수 있는 면도 있지만 사실 <반근팔량>은 지금봐도 여러 면에서 감탄이 나오는 부분이 많다. 특히 홍콩 소시민의 삶을 비추며 사회비판, 사회풍자적인 해학을 담고 있는 게 가장 차별되는 점인데 영화도 그렇지만 <반근팔량> 노래 하나만 봐도 허관걸이 왜 홍콩음악의 아버지인지, 왜 가신 장학우가 '가신'이란 타이틀은 허관걸에게만 붙여야 한다고 말했는지 그 이유를 약간은 알 수 있다. [허관걸과 가신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여담 2'에서 푸는 걸로]

 

'반근팔량'은 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경전'급의 노래 중 하나이고 홍콩 가수치고 이 노래 안 부른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 이 노래가 언급될 때 항상 '허관걸-비욘드(황가구)-장학우' 이렇게 세 사람의 노래가 세트로 언급될 정도로 유명. 그래서 이 시상식에 앉아 있는 영화 관계자 포함 관객들이나 시청자들 중에 장학우의 1998년 랍활 무대 때 부른 '미친 버전'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듯해서 이번 무대에서 저렇게 얌전하게(얌전하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거고 원곡에 비하면 여전히 락스러움) 부르는 거 보고 '와아, 락돌이 장학우가 저렇게 점잖하게 부르면 몸이 근질근질할텐데..' 이러고 속으로 많이 웃을 거 생각하면 ㅋㅋㅋ 중화권 애들 드립력은 우리나라 애들 넘어설 때가 많은데 세 사람 버전에 대한 드립은 대략 이 정도.

 

허관걸 : 무기력한 월급쟁이의 소심 버젼

비욘드(황가구) : 참다 못한 월급쟁이가 상사를 한 대 치는 버전

장학우 : 폭발한 월급쟁이가 동네 갱단 데리고 와서 뒤집어 엎는 흑사회 버전

비욘드가 홍콩을 대표하는 락밴드인데 장학우가 오히려 더 락스럽게 부르는 아이러니~

 

 

 

근사하게 차려 입은 채 귀여운 밤톨머리로 <반근팔량>을 이렇게 부르는 건... 반칙입니다~ 

홍콩 금상장 무대 때 이렇게 불렀다면... 상상만 해도... 짜릿한~

 

'반근팔량'의 뜻은 한 근이 16량, 반근은 8량, 결국은 '그게 그거'라는 의미. 이 곡 가사를 보면 그 시절에 나온 곡 치고 굉장히 적나라게 현실적이어서 깜짝 놀라는데 요약하면 '상사한테 찍소리 못하는 월급쟁이의 신세 한탄'이라 허관걸의 그 맥아리 없는 듯한 허무한 톤이 곡의 취지에 맞긴하지만 참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참고 참다 쌓여 폭발하게 되면 장학우 버전이 맞을 수도. (가사 중에 현실이 치사하고 더럽다고 '총을 들고 강도질 할 용기는 있나'라는 부분이 있는데 장학우는 이미 강도질 할 준비 완료 단계 같은..근데 허관걸-이 분 엘비스 프레슬리 처돌이시다-이 올해 초 기타 치면서 이 노래 부를 땐 젊었을 때 보다 훨씬 파워있게 불렀다)

 

2대 가신이 1대 가신의 노래를 부르게 한 선곡도 선곡인데 뒷배경에 흐르는 영화 선정과 편집이 더 웃겨서 이 무대 영화 편집 담당한 사람이 작정하고 약 빨았나 싶을 정도. <반근팔량>에 이어 나오는 영화가 <동성서취>인데 하필 고른 게 장학우가 연기한 홍칠공이 '노래하는' 그 유명한 장면. <반근팔량>이 코미디이긴 하지만 1대 가신과 2대 가신을 이런 식으로 이어 붙이다니 ㅎㅎ 더 웃기는 건 장학우가 노래 부를 때 화면 중앙에 위치하는 바람에 장학우, 왕조현, 양조위가 나오는 장면은 정작 가려져서 안 보인다는 거. 정말 이 노래 부를 때 모든 상황 하나 하나가 생각할수록 웃기는~

 

 

6번째 곡부터 11번째 곡까지는 스크린에 흐르는 영화 화면을 배경으로 장학우와 임억련이 번갈아 솔로로 노래를 부르는데 노래별로 묶인 영화들은 당연히 공통점이 있다.

 

6. 友情歲月(우정세월) - 「《고혹자(古惑仔)》 주제곡 原唱:정이건(鄭伊健)」

[배경영화] <고혹자, 1996 / 유위강 감독>-<무간도, 2002 / 유위강, 맥조휘 감독>-<폴리스 스토리, 1985 / 성룡 감독>-<PUT, 2003 / 두기봉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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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흐르는 장면만 봐도 심장이 터지는... 고혹자 시리즈가 성공하면서 주연인 정이건의 <우정세월>도 인기를 얻었는데 그 시절 거의 다 그랬듯 정이건도 가수를 병행하긴 했지만 그렇게 노래를 잘하는 편에 속하는 건 아니어서(팬분들 죄송;;) 이 노래 들을 때마다 뭔가 항상 약간의 아쉬움이 생겼는데 스크린에 흐르는 유명한 장면들을 장학우의 노래로 함께 들으니 속이 뻥 뚫리는 느낌. 2004년 활출생명 LIVE 실황 때 정이건의 이 노래도 완곡으로 넣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

 

알다시피 유위강이 원래 촬영감독(왕가위의 <몽콕하문> 등등)으로 유명했고 워낙에 만화 매니아여서 만화가 원작인 영화를 좀 만들었는데 <고혹자> 시리즈, <풍운>, <이니셜D>가 그 예. 고혹자 시리즈는 생각보다 재미났는데 정작 내용은 기억이 안나고 조연들 연기가 괜찮았던 것만 기억. <풍운>은 정말... CG부터 적응이 안되었고, 국적 짬뽕의 <이니셜 D>는 차라리 담백해서 볼만했던. <고혹자> 시리즈 찍던 감독이 갑자기 <무간도>를 들고 나와서 깜짝 놀랐는데 공동감독인 유위강이나 맥조휘의 이후 작품들을 보면 <무간도> 시리즈 찍을 때 무슨 천지가 개벽을 했나 싶은 의아함이;;; 개인적으로는 <무간도2>를 가장 좋아한다.

 

이 노래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영화가 두기봉의 <PTU>라니... 확실히 임설이 머리잡고 절규하는 저 장면은 엄청 유명하구나 새삼 느낀. 두기봉의 영화 중에 더 괜찮은 작품들이 많아서(이를테면 <창화(미션)><흑사회1,2><대사건>) 이 영화들의 유명 장면이 저기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한 번씩 상상을 해보는데 굉장히 찜찜하면서도 블랙코미디스러운 상황이었던 저 장면이 오히려 안 맞는 듯 잘 맞아들어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무간도2>를 보면서 유위강이 적어도 두기봉의 단계쯤은 가겠구나 좀 기대를 했으나... 역시나 홍콩 최후의 감독은 두기봉인 걸로~

 

 

7. 天若有情(천약유정) - 「《천약유정》 주제곡 - 原唱:원봉영(袁鳳瑛)」

[배경영화] <천약유정, 1990 / 진목승 감독>-<열화전차, 1995 / 이동승 감독>

 

그 시절 비디오로 꼭 봐야 하는 영화..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이를테면 <더티댄싱>이라든가 <천약유정>같은.. 결론은 둘 다 완전 내 취향 아니었던 걸로~ <천약유정>의 신파는 진짜.. <신불료정>을 다시 보니 선녀네~ 싶을 정도.(<신불료정>이야 깡패들 나오는 거랑 거리가 멀었으니까. 조직 대신 불치병이 등장할 뿐. 사실 신파라서 별로였던 게 아니고 유청운이나 원영의 캐릭터가 좀 이해가 안 갔던 게 컸던). 여기서 이 영화 제목 <천장지구>인데 오타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네, 원래 이 영화 원제가 <천약유정>입니다. 우리나라 들어올 때 작명에서 꼬였던;;

이 영화 볼 때 나는 인질로 잡히는 오천련이 무슨 조연이나 엑스트라인 줄 알고 무슨 조연이 저렇게 비중이 커? 여주인공은 언제 나와? 했을만큼 배우도 캐릭터도 너무 별로여서 이거 뭐지?? 했는데... 장학우가 영화판이랑 거리를 두기 전에 찍은 <신변연인, 1994>에서의 오천련은 훨씬 괜찮았고 특히 이안 감독의 <음식남녀, 1994>를 보고 오천련이라는 배우한테 확 빠졌을만큼 오천련은 확실히 강단있는 캐릭터가 훨씬 매력 터지는 듯. <음식남녀> 안보신 분들 꼭 보세요, 두 번 세 번 보세요 ㅠㅠ 이안 감독도 연출도 좋지만 오천련의 연기와 캐릭터가 잊혀지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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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약유정에 비해 이동승의 열화전차는 꽤 잔잔한 편에 속하는 작품인데 이 노래에 흐르는 두 영화의 공통점은 남자배우, 그리고 오토바이. 어떤 면에서 <열화전차>는 유덕화의 전작인 <몽콕하문>과 <천약유정>에 대한 변주곡이 아닐까 싶은. 청춘의 전유물 같았던, <천약유정>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오토바이가 <열화전차>에서는 박살이 난다. 이 영화의 메시지.... '이제 나이도 들어가니 사고는 이제 그만치고 철 좀 들자'

 

원봉영의 주제곡이 워낙에 유명하지만 임억련도 못지 않게 매력있다. 이제 이 노래는 임억련이 부른 버전으로 계속 기억이 될만큼.

 

8. 追(추)- 「《금지옥엽(金枝玉葉)》 주제곡 - 原唱:장국영(張國榮)」

[배경영화] <금지옥엽, 1994 / 진가신 감독>-<연분, 1984 / 황태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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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무대처럼 장학우가 부르는 <追>에 맞춰 장국영의 영화 두 편이 연이어 흐른다. 장학우는 이미 2004년 활출생명 LIVE에서 이 노래를 부른 적 있는데 이번 무대 때 부른 게 정말 취향 저격. 앞서 말한대로 실황 레코딩 때 목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그 때 감기 기운 때문인지 살짝 좀 가는 목소리었다면(그래서인지 그 때 여가수들 노래 부를 때 더더욱 잘 어울렸던) 이번엔 장학우 특유의 굵은 톤이 좀 섞이면서 제대로된 장학우만의 <追>를 듣는 느낌이랄까.

 

마지막 무대에서 <연분>의 동명 주제곡이 나오는데 왜 여기서 <연분>의 장면을 넣었는지 좀 의아한 부분. 장국영의 영화들이 많은데 그 중에 하나를 넣었으면 되지 않을까 싶긴 하나 어차피 마지막 무대 때 넣을 영상들의 주제를 따로 정했기 때문에 이 쪽으로 넣은 게 아닐까 싶다.

 

9. 願(원) - 「《만9조5(晚9朝5)》 주제곡 - 原唱:임억련」

[배경영화]<가을날의 동화, 1987 / 장완정 감독>-<유리의 성, 1998 / 장완정 감독>-<하일마마차(夏日麼麼茶), 2000 / 마초성 감독>- <표착칠일정(表錯七日情), 1983 / 장견정 감독>-<화양연화, 2000 / 왕가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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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곡의 가수가 직접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무대. 그런데 이 노래가 담긴 영화는 정작 배경으로 나오지 않는 유일한 무대이기도. 원래 자신의 노래여서 그런지 영화가 흐를 때 임억련의 표정과 몸짓 시선처리가 정말 대단해서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온다. 이 무대에 흐르는 영화들은 앞의 경우와 다르게 공통점 찾기가 좀 모호한 구석이 있다. 그냥 봤을 때 공통점은 멜로물이 아닌가 싶은데 그렇다고 하기엔 <표착칠일정>과 <하일마마차>가 살짝 성격이 좀 안 맞으니(로맨틱 코미디 ). 가을날의 동화도 살짝 로코이긴 한데... 이 무대의 영화들은 화양연화 있는 바람에 굉장히 밸붕이 되는 듯한. 앞의 두 영화는 장완정 감독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유리의 성>에서 촬영감독이었던 마초성은 그 다음에 나오는 영화 임현제, 정수문 주연의 <하일마마차>의 감독이자 촬영을 맡았다는 것 외엔 감독들이나 배우들이 겹치는 건 크게 없는데다 다섯편의 영화 중에 상대적으로 <하일마마차>가 무게감이 좀 많이 모자라는데 다섯편의 영화 중 첫 번째와 마지막 영화가 너무 넘사벽이라..

 

결론은 촬영이 괜찮았던 또는 풍경, 영상이 좋았던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 배경과 영상, 특히 촬영이 좋았다는 거에는 반박불가인 영화들이라서.

 

10. 人間道 (인간도)- 「《천녀유혼2-인간도(倩女幽魂II之人間道)》 주제곡 - 原唱:장학우」

[배경영화]<천녀유혼2 人間道,1990 / 정소동 감독> - <야연, 2006 / 펑샤오강 감독>

 

앞서 임억련의 자신의 노래를 부른데 이어 이번 무대에서 장학우는 자신의 노래인 동명영화의 주제곡 '人間道'를 부른다. 영화팬뿐 아니라 장학우 팬들에게 있어서도 굉장히 반가웠던 이유는...... 장학우 앨범에 간간히 영화와 드라마 주제곡이 수록이 된 것에 비해 실제로 무대에서 부르는 경우는 잘 없기 때문. '인간도'는 장학우의 1990년 앨범 <夢中的你>(이 앨범에 수록된 유명한 곡이 <007 북경특급>에서 주성치가 피아노 치며 불렀던 <이향랸(李香蘭)>이다)에 실렸고 <천녀유혼3-道道道 >의 주제곡 '道道道' 역시 1991년 <一顆不變心> 앨범에 수록되었는데, 1991년 홍캄체육관 콘서트 때 '도도도'-'인간도'를 묶어서 불렀을 뿐 이후에 공식 무대에서 부른 적이 없다. 그 전의 히트곡들도 많았지만 이후부터 히트곡들이 거의 폭격수준으로 매년 내리 꽂히는 바람에 선곡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을테니. (금상장 주제곡상을 수상하기도 한 진가신의 <퍼햅스 러브>의 동명 주제곡은 본인이 좋아하는 뮤지컬 장르의 작품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2007년 콘서트부터 후반부에 좀 배치하는 정도. <엑시덴탈 스파이>의 주제곡 '착미장(捉迷藏, 숨바꼭질)'은 본인이 작곡한 곡인데 2002년 콘서트에서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는 최고의 무대를 펼쳐주고서는 끝.(십대중문금곡 무대에서 보여준 건 그냥 예고편 수준이라 이건 제외) <색,계> 중국어판 OST에 실렸다는 '엄몰(淹沒)'은 단 한 번도 부른 적이 없다. 만약에 이 노래를 실제로 불러준다면... 듣다 죽을지도 모를)

 

이 곡이 나왔을 때 극강의 굵은 목소리를 자랑하던 시절이라 앨범에 실린 곡과 이 무대에서 부른 노래를 비교하면 느낌이 꽤 다르다. 사실 이건 창법의 차이에서 오는 다름일 수도 있으나...이 노래와 이 영화가 어떤 상징성을 띠는 2009년이라는 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서 오는 다름이 아닐까 싶다. 장학우에게 묻고 싶은 질문 중 하나. 이 곡을 녹음할 당시 그는 과연 이 곡이 지닌 의미를 알고 있었을까?

 

2018년 장학우의 중국 콘서트 기간 내내 장학우 콘서트 보러 온 수배범들이 잡혔단 소식이 사회면을 도배한 것에 이어 2019년 4월 초에 장학우와 '人間道 ' 그리고 이 곡의 작곡가인 황점(黃霑)의 이름이 중화권은 물론이고 해외까지 사회면에 실리는 일이 벌어지는데 중국 애플 뮤직에서 장학우 곡 리스트에 이 곡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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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 관련해서 특히나 중국쪽에서 제일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사 부분...

노래 가사처럼 무대도 뭔가 피바다 느낌;;

 

이게 2019년도였고 이 무대가 있었던 게 정확히 10년 전인 2009년이었다는 걸 생각했을 때 이 특별무대에서의 이 노래 선곡이 알고보면 얼마나 홍콩의 '노빠구' 선택이었는지(사실 장학우가 부른 영화 주제곡이 이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 무협극 한정으로 골랐다고 해도 道道道도 선택 가능한만큼), 동시에 10년 뒤의 홍콩이 격변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처했는지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닐까 하는데 황점와 人間道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여담3'에서 계속...

 

 

11. 月光愛人(월광애인) - 「《와호장룡(臥虎藏龍)》 주제곡 - 原唱:코코리(李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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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와호장룡>만을 위한 무대. 코코리가 노래 잘하는 가수이긴 하지만 항상 들을 때마다 '잘하는구나' 그 이상의 감흥은 크게 없어서 임억련의 노래로 와호장룡의 장면을 보니 감회가 완전히 남달라지는.

 

무협영화가 한창 유행일 때 많이 봤던 사람들에겐 이 영화 역시 잘 만든 축에 속한 무협영화들 중 하나겠지만... 나도 나름 홍콩의 무협영화들을 좀 봤음에도 이 영화를 대형 스크린으로 너무나 인상적으로 봐서 그 후로도 몇 번을 봤는지 모를정도. 이 영화 이전에 이미 봤던 <협녀>를 포함한 호금전의 영화들이 완전 내 취향이었고 정소동의 영화들은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어서 호금전 영화같은 그런 작품은 호금전 아니고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건가 항상 아쉬워하다 <와호장룡>을 보게 되었으니 당연히 좋아할 수 밖에. 정말 이 작품은 원화평의 액션부터 캐릭터, 연기, 촬영, 주제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어서 TV에서 이 작품을 하게 되면 빠지지 않고 챙겨보게 된다.

 

원래 영화라는 게 자본으로 만들어지는만큼 자본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이 세상 모든 감독들의 고민이겠지만...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는 이안 감독의 요즘 행보를 보면 정말 뜬금없이 엽위신 감독이 생각나서 마음이 참 많이 쓰리다. (감독 초기 시절부터 인정받고 좋은 작품들을 연달아 만든 이안 감독을 보고 엽위신을 떠올리는 내가 미친 거겠지만.... <엽문> 시리즈의 엽위신이 아니라 <폭열형경><줄리엣과 양산백>의 그 엽위신을 혹시 아신다면 이게 무슨 말인지 약간은 이해하리라 믿는다. 하필 <폭열형경> 나왔을 때 두기봉과 허안화의 작품들이 기세등등했고 다음 해 <줄리엣과 양산백>이 나왔을 땐 <와호장룡>이랑 <화양연화>가 나와버린...시기를 달리해서 제대로 평가를 받고 상을 받았다면 엽위신이 멘붕이 좀 덜 오지 않았을까, 좀 상황이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다가도 한 편으로는 홍콩영화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판에 더 나아질 게 있나 싶기도 한. 그래도 본인이 찍고 싶어하는 영화들을 한 두 편 정도는 더 만들 수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미련은 항상 남는) 뭐든 자신이 잘하고 하고 싶은 걸 해야 본 실력이 나오는 건데 말이다. 차라리 이럴 땐 <음식남녀><색,계>처럼 무대를 대만이나 홍콩으로 해서 작품을 만드는 것도 괜찮을 건데 이것 역시 뭐 여건이 안되니까 그런 선택을 한 거겠지만. 혹시나 해서 미리 밝혀두지만 이안 감독이 서양 배경의 영화는 별로라는 뜻은 전혀 아니라는 거. <와호장룡> 이전에 미국에서 찍은 초기 영화들(<아이스 스톰)<라이드 위드 데블><센스 앤 센서빌리티)>을 보면 이 분 원래 서구 문명에서 나고 자랐나 싶을만큼 그 문화에 대한 이해 등에 있어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으니.

 

이 특별공연의 마지막은 홍콩영화 속 유명 듀엣곡을 현악단 연주에 맞춰 부르는 무대로 마무리되는데 장학우와 임억련 이 두 사람의 개인적인 역량도 역량이지만 얼마나 호흡이 좋을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무대.

 

12. 請跟我來 - 「《탑착차(搭錯車)》 삽입곡 - 原唱:소예, 우감평(蘇芮、虞戡平)」

이 특별무대는 전체적으로 자세히 보면 볼수록 이 무대 준비하면서 관계자들이 정말 하나 하나 세심하게 신경을 쏟았구나 싶은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 노래의 시작부분도 마찬가지. 처음 봤을 땐 장학우와 임억련이 무대 왼쪽과 오른쪽 각자의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다 <와호장룡> 무대에선 임억련이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는데 끝나고 다시 돌아갈 걸 왜 굳이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을까 좀 의아했다. 몇 번 보고나니 감탄한 건...<와호장룡> 무대가 끝나고 임억련이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때 무대에서 잠시 벗어나있던 장학우가 자신의 위치로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이 마치 임억련을 따라가는 듯이 느껴지는데 왜냐하면 이번 무대의 노래 제목이 바로 '나를 따라오세요'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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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착차> 이 작품은 그 해 홍콩금상장 시상식에서 주제곡상(실제로 상을 받은 건 이 노래가 아닌 다른 곡)과 음악상을 받았을만큼(대만에서는 흥행과 함께 금마장에서 많은 상을 수상) 굉장히 유명했는데 원곡이 정말 좋은 원석을 커팅한 느낌이라면, 장학우와 임억련의 노래를 그 원석을 세심하게 세공을 한 느낌이랄까. 피아노 반주에 맞춘 원곡 자체가 워낙 좋고 소예와 우감평의 보컬은 마치 70년대 포크 듀오들의 맑고 담백한 정서가 느껴지는데 소예가 너무 출중해서 상대적으로 우감평이 이 노래를 잘 받쳐주고 있긴 하지만 무게가 확실히 소예쪽에 있는 듯한 인상이라면... 장학우와 임억련의 노래는 정말 밸런스가 너무나 잘 맞는, 잘 부르는 걸 넘어 어떻게 저렇게 잘 어울릴 수가 있는지 정말 기회가 되면 정식으로 완곡을 불러서 앨범에 담겼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게 생겨날 정도. 타가수 노래로 꾸며진 실황앨범이 나온지도 어느덧 16년이 흘렀으니 이제 다시 한 번 그런 앨범이 나올 때도 되지 않나 싶은데. 원곡과 이번 무대 영상 다 추천하고 싶을만큼 정말 괜찮은 노래.

 

이 영화에 대해 조금 이야기하자면 제목 뜻은 '잘못 탄 차' 즉 '잘못된 길로 들어선' 이런 의미. 후샤오시엔의 <비정성시> 보던 시기에 대만 뉴웨이브(신랑차오 新浪潮) 관련 자료들을 좀 읽어 본 적 있는 또는 1980년대 서극을 필두로 한 홍콩 뉴웨이브에 대한 이야기를 접해본 적이 있다면 아마도 이 영화 제목 한 번쯤은 들어본 기억이 있을 듯한데 그만큼 두 나라의 영화조류에 영향을 받은 홍콩과 대만의 합작영화가 바로 이 <탑착차>. 이 영화에 참여한 영화인들의 이름만 봐도 그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데 각본이 오념진(<비성성시> 등 대만 뉴웨이브 작품들의 각본가이자 에드워드 양의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의 주인공)과 황백명, 촬영이 서극(네, 연출 아니고 출연 아니고 촬영 맞습니다)이다.

 

 

13. 緣份(연분)- 「《연분》 주제곡 - 原曲 : 매염방, 장국영(梅艷芳、張國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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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네마 천국>처럼 <가유희사> 속 주성치와 장만옥의 공중 키스 장면 등 홍콩 영화 속 키스씬 모음을 배경으로 가장 유명한 홍콩 영화 주제곡이자 듀엣곡 중 하나인 '연분'을 부르는 장학우와 임억련. 장학우와 장국영의 톤이 완전히 다르고, 임억련과 매염방의 색깔 역시 극과 극이라 장학우와 임억련이 부르는 노래는 원곡과는 굉장히 다른 느낌을 준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원곡은 심해에서 뭔가 들끓는 느낌이라면 장학우의 임억련의 듀엣은 별이 쏟아지는 밤 하늘에 불꽃이 터지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2003년 차례로 세상을 떠난 두 사람. 그리고 그 2000년대의 마지막 해인 2009년. 홍콩영화가 예전같지 않다고, 볼만한 작품들이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던 2000년대였지만 쇠락이 기운이 완연한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홍콩영화라 부를 수 있는 작품들이 만들어졌고 그 중에는 거장들의 빼어난 작품들, 대중적이진 않아도 매니아들이 열광할만한 작품들은 확실히 있었다. 돌이켜보면 이 2000년대가 홍콩영화에 있어 있는 힘을 끌어 모으며 마지막 불꽃을 피운 시기가 아니었나 하는데 이런 점에서 2009년 금상장 시상식에서의 이 특별무대는 불꽃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이제는 다시 없을 시절에 대해 바치는 헌사의 무대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가장 빛나고 재능있는 가수들이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 무대로 이 시기를 마무리한 것도 뭔가 상징적이고....

 

앞서 말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보면 2010년대에도 영화는 만들어졌지만 2000년대와 비교하면 참 안타까울 정도. 우리가 아는 영화로는 왕가위의 <일대종사 一代宗師, 2013> 정도. 그리고 꾸준히 작품을 내는 허안화의 영화 몇 편. 그나마 좀 있었던 홍콩영화 마니아들이 2010년 들어서 사라진 걸 보면 그만큼 대중적이진 않더라도 마니아층을 모을 수 있는 영화조차도 잘 나오지 않는 상황 탓이 크지 않았을까 싶은데, 2000년대에 그래도 평작 이상을 뽑아내던 혹은 아주 가끔 믿지 못한 걸작을 들고 나오던 감독들이 2010년대에는 거의 활동을 안 하거나 어쩌다 선보인 작품들은 평균치에도 이르지 못하니 말해 뭐할까 싶지만, 토양에 비료도 제대로 주지도 않고 밭을 가꾸던 농부가 다른 곳으로 떠나버린 상황에서 괜찮은 작품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욕심일지도.

 

2년 전 장완정 감독이 인터뷰에서 많은 감독들이 중국에서 작업을 하지만 검열 등의 문제로 홍콩에 남아서 작업하려는 영화인들도 있기에 침체된 상황이 괜찮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적 있는데, 요즘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그 희망은 이미 물거품이 되어 버린 게 아닌가 싶다. 작년부터 중국이 단속과 통제 그리고 폭력으로 홍콩의 색깔을 날려버리기로 작정한 걸 보면서 조만간 홍콩연예계도 그렇게 정리가 될 거라는 예감 역시 빗나가지 않을 거 같아서 더더욱 참담해지는 ...

 

작년 홍콩 경찰을 지지하거나 올 초 홍콩 문화 예술인이란 이름으로 홍콩 보안법을 지지하는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2,400명 중에는 친중으로 가장 유명한 성룡과 함께 알란탐, 증지위, 양가휘, 진소춘 등이 있었다. 문제는 과연 여기서 그칠까 하는 것. 중국이 작정하고 홍콩을 자신의 체제에 길들이려고 한다면 연예계가 그 본보기가 될 거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인데, 평소 친중이었던 이들이 이번 일로 자신의 자신의 정치성향을 밝히는 거야 팬으로서 실망이고 홍콩인들이게 있어 배신이겠진 그건 본인의 선택이고 자유라고 한다 쳐도, 문제는 친중이 아니거나 굳이 입장을 밝히고 싶지는 않은 이들로 하여금 어떤 대답을 강요하는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게 가장 우려되는 부분. 우산혁명 때와는 다르게 중국의 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살벌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연예인들이 홍보 등의 활동을 위한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홍콩경찰을 지지하는가' 라는 질문을 받게 되었을 때 중국측에서 원하는 답변을 하는가 하지 않는가에 따라 연예계 활동 여부가 결정되는, 한마디로 공개석상을 나갔을 때 타협을 할 것인가 은퇴를 할 것인가 결단을 해야하는 상황에 처하는 건 시간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머지 않아 대규모로 멘붕오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이 과장처럼 들리지 않기에 홍콩의 상황과 연예계를 바라보는 팬들의 요즘 심정은 언제 터질 줄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기분.

 

저 특별무대를 지금 보면 성룡, 증지위, 알란탐 등이 나오는 부분에서 쓰디 쓴 감정이 이는데 정치적인 성향이 확연하게 밝혀질수록 앞으로 어떤 무대나 행사를 볼 때 홍콩인들이나 팬들 입장에선 불편한 감정을 감추기란 어려울 것이기에 적어도 홍콩반환이 되었지만 2046년까지는 일국양제가 유지될 줄 알았던, 예전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도 어떤 가능성 정도는 있어보였던 저 시절이 더더욱 애틋하고 그리워진다.

 


 

[여담1 : 당신의 인이어는 어디에.... ]

저 특별무대 영상 관련한 반응 중에 심심찮게 보이는 댓글들 중 하나 "가신님의 인이어는 대체 어디로 갔나요??' 저 무대를 몇 번 보다보면 임억련의 귀에 꽂힌 인이어가 장학우에겐 없다는 게 눈에 들어온다. 40대 후반이 되기 전에는 몇 만명이 들어오는 대형 콘서트를 수 없이 해도 인이어를 착용하지 않아서 그다지 이상한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 시기에도 실황 음반을 위한 라이브 때나 다른 가수와의 호흡을 맞추는 규모 큰 무대에서는 인이어를 착용했던 만큼 자신의 곡도 아닌 다른 가수의 여러 곡들을 임억련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무대에서 착용을 안 한 건 살짝 좀 의아하기도 한데... 그리 큰 무대는 아니어서 굳이 필요가 없었던 건지 아니면 무대 오르기 전에 인이어가 문제가 생겨서 빼버리고 온 건지. 나는 인이어에 문제가 생겨서 그냥 빼고 무대에 올라왔다에 한 표. 어쨌거나 결론은 인이어가 있으나 없으나 장학우가 장학우했다는 거.

 

[여담2 : 홍콩의 1,2대 가신... 그리고 홍콩과 대만의 그 문화적 자존심에 관한]

홍콩영화와 음악을 다룬 무대나 자료에서 허씨 삼형제(허관문, 허관걸, 허관영)의 작품이나 노래가 빠진다면 무효일만큼 정말 광동영화나 광동음악(칸토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들이라 할 수 있는데 이 허씨 형제의 대표적인 영화와 음악이 바로 이 <반근팔량>.

쇼브라더스가 홍콩에 자리잡고 60-70년대를 호령했지만 화교자본이고 화교 시장을 타켓으로 했기 때문에 만다린어가 되는 배우들을 뽑아 만다린어 영화들을 만들었던만큼 이 시절은 광동어를 기반으로 한 시장과 문화의 쇠락기이기도 했다. 중화권 전체 시장에 비해 광동어를 쓰는 지역은 많지 않고 광동 시장의 큰 지분을 차지하는 홍콩의 인구가 500만 정도밖엔 되지 않으니 시장성의 문제로 광동어 영화와 음악이 나오기 힘든 환경은 사실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니었던 것.

쇼브라더스의 기세로 침체되어 있던 중에 70년대 등장한 인물이 이소룡과 허씨 삼형제(허관문, 허관걸, 허관영)인데 홍콩시장의 80년대 전성기는 70년대에 활약한 허씨 삼형제와 이소룡이 뿌린 씨앗으로 번영을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허씨 형제와 허관걸은 홍콩영화 관련으로 주로 언급되지만 허관걸은 장학우 이전에 '가신'이라는 호칭이 붙었을만큼 그야말로 광동 음악의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운 인물이기도 하다. 장학우는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은 '가신'과 '사대천왕'이라는 호칭을 좋아하지 않아서 초기 때는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는데 전자는 부담 때문이었고, 후자는 맞지 않는 옷이어서 그리고 이것 관련으로 나름 고충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한 인터뷰에서 장학우는 '가신'이라는 호칭은 허관걸에게만 붙여져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 이유는 '그가 노래에 있어 최고는 아닐 수 있어도 광동 음악계에 끼친 영향은 대체불가이기 때문'이라고(장학우 본인이 생각했을 때 자신은 '노래의 신' 보다는 '노래에 미친 신'정도가 어울린다고. 이 '미침'을 가장 많이 목격하고 즐기는(?) 사람 중 한 명이 양조위가 아닐까 싶은데). 그만큼 허관걸이 칸토팝에 끼친 영향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고 허관걸이 일군 토양과 뿌린 씨앗으로 그렇게 알란탐, 장국영, 매염방이 전성기를 열었다고 할 수 있는데, 본인은 아니라지만 장학우가 '2대 가신'일 수 밖에 없는 것은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걸 넘어서 허관걸이 일궈낸 칸토팝의 최대 아웃풋이자 각자의 언어권 밖에서는 실질적인 영향력과 결과를 내기 힘들었던 홍콩과 대만 음악계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과 경쟁 그리고 자존심 대결의 (아마도 영원한) 최종 승자이기 때문이다.

 

홍콩 인구 5백만, 대만 인구는 2천5백만 정도. 사실 두 나라 인구를 합쳐도 우리나라 인구에 미치지 못하지만 중화권 시장에 있어 두 나라가 갖는 상징성은 크다. 앞서 말한 것처럼 홍콩은 광동어, 대만은 중국 대륙처럼 만다린어(보통화, 국어)를 기반으로 하는데 같은 중화권이고 한자권이면 그냥 우리나라 사투리처럼 조금 다른 정도라 착각하기 쉽지만 중화권에서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그냥 아예 다른 나라 말 수준으로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

홍콩은 칸토팝, 대만은 만도팝의 대표 시장(중국의 인구수로 보면 당연히 중국이 최대 시장이어야 하나 지금도 여전히 고질적인 문제이지만 과거엔 불법복제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 짝퉁인데 정품수준으로 찍어내서 중국에서 멀쩡한 샵에서 구입하는 것조차 거의 불법복제라고 봐도 무방했을 정도)인데 언어가 다른만큼 당연히 문화가 다를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른 문화적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신경전은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항상 존재해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영화에 있어선 홍콩영화가 우위를 점했지만 음악의 경우 대만 음악인들의 프라이드는 하늘을 찌를만큼 대단해서 중화권 음악과 시장의 주인들은 당연히 자신들이라고 생각할 정도. 나대우(위의 무대에 나온 <천약유정> 주제가를 만든 작곡가)와 함께 대만 음악계의 대부인 이종성이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 음악 잡지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만 봐도 그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짐작을 할 수 있다. “홍콩은 아주 치밀한 상업적 계산과 포장으로 연예인을 만들어내는 반면 대만은 실질적인 中文歌의 생산지이기에 홍콩이 무대 역할을 할 수 있어도 실질적인 원자재 생산지는 될 수 없다” 속마음을 해석하자면....'니들이 영화를 내세워서 영화 찍는 애들을 음악에까지 밀고 들어오는 상술을 써도 안 돼, 돌아가~ 인기는 얻겠지만 우리가 주인인 이 곳에 니들이 발 디딜 곳은 없단다'

 

이종성과 나대우가 활약한 1980년대 중반 이후의 상황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이성종의 저 말이 너무나 직설적이지만 틀린 말은 아닌 게 지명도나 명성에 있어선 홍콩 연예인들이 단연 앞서 있지만 대만에는 기본이 탄탄한 싱어송라이터들과 실력 좋은 작곡가들이 대거 포진해있어 이런 괜찮은 뮤지션들과 이들이 만들어내는 좋은 곡들 덕에 안 그래도 음악시장이 만도팝 중심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중화권 음악계에 미치는 대만의 영향력이란 실로 막강한 것이었다. 장학우의 광동어나 만다린어 히트곡 중에 이런 대만의 유명 작곡가의 작품들이 적지 않을 정도니. 무계현, 나대우, 장우 등등..1990년 중반, 2000년에 등장한 왕력굉과 주걸륜도 기본이 악기를 다루는 싱어송라이터들이다. 홍콩 출신의 가수들은 만다린어로 앨범을 내더라도 인기 얻는 수준일 뿐 기존 대만 가수들이 꽉 잡고 있는 음반시장을 공략하기란 거의 불가능했을만큼 대만 또는 만도팝 시장은 그야말로 난공불락 그 자체였다. 사실 이건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홍콩 칸토팝 시장에서 대만출신 또는 만도팝 중심으로 활동했던 가수가 그 해 광동어 앨범 판매 1위를 먹는 일도 없었으니까. 중화권에서 두 언어 다 유창하게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드물기도 하고, 있다 해도 두 시장을 모두 다 잡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할정도. 단지 만도팝의 시장이 넓다보니 대만에서 성공한 사람이 굳이 시장도 작은 광동어 앨범의 성공에 굳이 목을 맬 필요도 없고 그리 절실한 것도 아닐 뿐.

 

장학우가 데뷔를 하자마자 성공을 하고 슬럼프를 거쳐 재도약을 넘어 가신이란 칭호가 이름 앞에 붙기 시작한 90~92년에 칸토팝의 역사를 쓰는 신호탄을 날릴 때(이 시기는 말 그대로 시작에 불과했을 뿐) 대만에서는 싱어송라이터인 주화건이 인기를 얻으며 앨범 판매 등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안재욱이 부른 '친구'라는 노래의 원곡자이자 이안 감독의 <음식남녀>에서 체육선생이 노래했던 '讓我喜歡讓我優'(나를 기쁘게도 나를 슬프게도 하는. 일본 번안곡인데 이 시절 홍콩이나 대만이나 일본 번안곡은 피할 수 없는)의 주인공인 주화건은 홍콩에서 출생하였으나 대만으로 건너가 대학을 다니면서 주활동 무대가 대만이 된(대만 국적 취득) 경우. 장학우는 칸토팝에서 어떤 기록을 세우든 간에 만도팝은 주화건을 필두로 해서 그렇게 또 대만의 싱어송라이터들의 독식 무대가 되는구나..싶었지만 1993년 장학우의 만다린어 앨범 <문별>이 나오면서 철옹성과도 같았던 대만 음악인들 위주의 중화권 시장과 함께 그들의 자존심마저 흔들려버린다. <문별> 앨범은 대만에서만 그 해 100만장이 넘게 팔렸고(지금까지 중화권 합쳐 4~5백만장 판매), 1993~95년 사이에 발매된 <문별>을 포함한 <축복><투심><진애> 4장의 만다린어 앨범은 그 당시 기준으로만 공식적으로 중화권에서 1천만장이 팔렸을 정도. 이후에 나온 앨범들도 판매량이.. 말해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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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토팝, 만도팝 시장을 초토화 시켰던 그 시절...

수도 없이 받았을 저 플래티넘 음반들울 지금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 궁금

 

90년대 내내 홍콩에서 광동어 앨범으로 기록을 찍으면서 동시에 만다린어 시장까지 오래도록 장악한 경우는 없었기에 그런 홍콩 가수에게 온갖 기록을 내준 대만 음악인들의 심정이 좋았을리는 만무. 대만 음악계나 음악인들이 이 시기에 장학우를 얼마나 견제하고 의식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 두 가지.

 

하나는 대만 금곡장. 93년부터 장학우가 만다린어 앨범으로 여러차례 기록을 쓰고 명곡들이 나왔음에도 대만 금곡장 남자 가수상을 한 번도 수상을 하지 못하다가 결국 98년에 이르러서야 처음 수상을 했는데 대만 국적 아닌 가수가 받은 건 장학우가 최초였을 정도. 두번째 예는 주화건이 <예술인생 藝術人生>에서 밝힌 장학우 관련 당시 심경토로인데 너무 솔직하게 말해서 띵~하기도 하고 웃프기도 했던. 장학우의 문별 앨범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앨범판매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던 아마도 그 기세로 탑을 계속해서 찍을 수도 있겠다는 나름 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인터뷰에서는 주화건은 장학우를 의식하고 그의 앨범 판매량에 대해 계속 주시했던 사실을 털어놓았다. "앨범이 얼마나 팔렸는지 보통 묻잖아요. 사실 저는 제 앨범이 얼마나 팔렸는지 묻는 게 아니라 장학우 앨범이 얼마나 팔렸는지를 물었단 말이예요" 그런데 그 전에 한 말이 더 골 때린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 시절에 저는 제 아내보다 장학우 생각을 엄청 더 많이 했던 거 같아요"(아저씨, 잠깐만요. 뭐요???? 이 말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진짜..그야말로 찐사랑을 하셨군요 싶을정도...아저씨, 정말 나미미도 남편인 장학우 생각을 그 정도로 할 것 같지는 않단 말이죠;;). 다 지나고 보니 그런 것들이 부질 없었다는 게 주화건의 결론이지만..

 

藝術人生- 張學友 part 4 - YouTube.mp4_000102669.jpg        JC_AL2-2.gif

 

장학우가 <예술인생>에 출연했을 때 주화건이 말한 부분을 보여주며

진행자가 무슨 말인지 알겠냐고 묻자 장학우 왈

"주화건이 자기 아내보다 절 엄청 더 좋아한 건 알겠어요 ㅎㅎㅎㅎ"

 

저 인터뷰 나가고서 여러 반응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는 '왜 장학우만 언급하지? 나머지 세 명의 천왕들은 뭐 장식인가?' 아니, 장학우는 원래 가수고 지금도 가수인데요;;; 가수가 가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리고 자기 아내보다 장학우 생각을 더 많이 했다는 사람인데 다른 누구한테 관심이나 있었을까. 장학우가 사대천왕이라는 칭호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싶은. 아예 영역이 다른 사람을 어떤 이름으로 묶은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었고 그러다보니 중국 가수나 대만 가수들이 홍콩 연예계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이종성이 그런 태도를 보인 것처럼 4대천왕을 상업적이다 뭐다 해서 까는 분위기가 참 많았는데 그러면서도 마지막에 붙이는 말이 '하지만 장학우는 예외~'(제일 유명한 게 93년 중국 락커가 홍콩 콘서트 때 한 발언) 이런 식이라 가만히 있던 장학우만 곤란해지는 상황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만에서 인기를 얻어서 역으로 광동어 앨범을 다시 내어 인기를 얻을 무렵에 홍콩언론이 주화건에게 붙여준 별명 중 하나가 '천왕 킬러'. 천왕 못지 않은 인기를 얻었던 것도 있고 초반에 천왕이라는 사람들이 대만 시장을 두드릴 때 주화건이 버티고 있어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뭐 그런 의미로 붙인 건데 사실 이 별명조차도 결국 '장학우는 제외'라는 거.

 

본론으로 돌아가서 신경전을 어떻게 벌였던 견제를 어떤 식으로 했던 간에 결론은... 홍콩쪽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까지도 대만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남자가수는 여전히 장학우이고, 중화권에서의 최다 앨범 판매량 기록 역시 장학우의 차지. 실질적인 생산지가 여전히 대만일 수 있지만 당초 그들이 확신했던 것과는 다르게 중화권 시장에서의 최종 승자는 홍콩 출신의 가신이 되었다는 거. 이런 자신의 기록이 언젠가 깨질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장학우의 대답 "정말 많은 앨범들이 팔렸죠. 단일 앨범 최다 판매량(400~500만장이 팔린 '문별')이 깨질 거 같냐고요? 그럴 것 같진 않는데요. 전체 총 판매량(2000년 기준 6천만장)을 깰 사람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아요. 왜나면 이젠 시장이라는 게 없잖아요, 뭐 시장이 없는데 어떻게 기록을 깨겠어요" '바람이 부는 곳이면 장학우의 노래가 들린다'라는 말이 생길 정도면 허관걸에 부끄럽지 않은 성취를 이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여담3 : 1989, 2009, 2019.... 천안문 6.4. <천녀유혼2:人間道> 그리고 지금의 홍콩]

앞의 '인간도' 무대 관련 글에서 던졌던 질문을 다시 해보자.... 왜 하필 이 곡이었을까?

장학우가 부른 영화 주제곡은 이 곡 말고도 있고, 게다가 무협소설의 대가 김용과 함께 홍콩의 천재 문인으로 불리는 작곡가 황점의 수많은 곡들 중에는 정말 유명한 사극 영화 주제곡들이 많은데(제목은 몰라도 들으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다 알 수 밖에 없는.. 가령 무협영화 하면 떠오르는 대표곡들인 <소호강호>의 '창해일성소(滄海一聲笑)'라든가 <황비홍>의 '남아당자강(男兒當自强)'같은. 쓰면서 생각해보니 장학우는 이 영화들에 다 출연을 한... 게다가 <소호강호>에는 1대, 2대 가신이 함께 나온다) 그 곡들을 다 두고 왜 그것도 속편의 주제곡이었을까?(<천녀유혼> 음악 역시 황점이 참여했다)

 

홍콩금상장 시상식의 저 특별무대가 열린 2009년은 천안문 6.4 항쟁 20주기가 되던 해. 이게 '인간도'랑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다면... <천녀유혼2:인간도>는 바로 6.4 항쟁의 '정치적 은유'로 가득한 작품이었고 주제곡인 '인간도' 역시 6.4에 대한 황점의 탄식이 그대로 담긴 곡이기 때문이다.

 

 

황점에 관한 다큐멘터리 <文化樹下:黃霑・好中國>에서

<천녀유혼2-인간도>와 천안문 6.4 항쟁에 대한 부분

 

1989년 천안문 6.4가 터졌을 당시 <천녀유혼2 : 인간도>가 촬영되었는데 (1990년 개봉) 제작자인 서극은 이 영화에 6.4.에 대한 내용을 담으려는 의지를 보였다. 개봉 당시나 그 후에도 이 부분을 알아챈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으나 작곡가 황점이 2004년 사망하기 전 가진 인터뷰에서 명백하게 이 점을 밝히면서 이 영화 속 인물들과 대사, 그리고 노래 가사에서 정치적 은유가 담긴 부분에 대해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

 

천안문 항쟁이 터지자 중국으로의 반환을 앞두고 있는 홍콩인들의 동요가 심해지면서 이 때 많은 사람들이 이민을 결정했고 홍콩에 남은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렸는데 6.4를 바라보면서 황점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당시엔 이 노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람들이 모르더라고 자신은 6.4.에 대한 감정을 몰래 이 곡에 담고 싶었다고.

道人道 道神道 (인간의 길 신의 길에서)

自求人間道 (인간의 도리를 스스로 찾아야만 하는데)

妖也好 魔也好 都道最好 (요괴도 마귀도 모두 자신이 가장 옳다고 하네)

少年怒 天地鬼哭神號 (소년이 분노하니, 천지의 귀신들이 울부짖는구나)

大地舊日江山 (대지와 옛 강산은)

怎麼會變血海滔滔 (어찌하여 피바다로 출렁거리게 되었는가)

故園路 怎麼盡是不歸路 (옛고향은 어찌하여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길이 되었는가)

驚問世間 怎麼盡是無道 (세상에게 묻노니, 어찌하여 이렇게 무도하게 되었는가)

 

황점이 만든 노래와 마찬가지로 서극의 의지대로 이 영화 속에도 천안문 항쟁에 대한 은유들로 가득하다. 영채신의 눈에 비친 마을과 그 마을에서 일어나는 살풍경이라든가, 가짜 부처로 변신하여 세상을 어지럽히는 요괴의 모습, 그리고 감옥에서 영채신과 제갈와룡이 나누는 대화...

영채신 : 어르신, 사람들 말로는 낮에 참수된다고 했는데 왜 한밤중에 형을 집행한거죠?

제갈와룡 : 저 고위관리의 자제들이 죄를 지었으니 희생양을 찾아야 했겠지. 한밤중에 처리를 해야 누구인지 알아차릴 사람이 없는 거지

영채신 : 세상에는 정말 도리라는 게 없는 걸까요?

 

 

그리고 이 영화에서 장학우가 연기한 도술사인 지추일엽은 1989년 이후 혼란에 빠진 홍콩인들의 자의식을 투영한 캐릭터라는 분석. 도사인 지추일엽은 요괴에만 관심을 쏟을 뿐 세상 일에는 관심 없는 인물이나 나중에는 이 혼란에 얽혀들며 지네요괴를 제거하는데 있어 충신을 돕기까지 하지만 결국은 육신을 잃고 과거의 자신으로는 돌아가지 못한다. 많은 망설임 끝에 뭔가를 결심하고 변화를 하지만 결국엔 철저하게 길을 잃어버리는 홍콩인들을 투영한 것.

 

천안문 6.4. 20주기 해에 이 곡을 선택한 건 우연이라고 보기 힘든 이유가 이래서다. 정말 너무나 노골적인 노빠꾸 선택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이 일로 어떤 일이 벌어진다거나 누군가 불이익을 받진 않았던 2009년. 그러나 이 무대가 있은지 정확히 10년 후인 2019년 4월, 그러니까 천안문 6.4. 30주기를 맞은 해에 이 '인간도'는 갑자기 중국 애플 뮤직에서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다. 이 영화와 노래가 나온지 30년이 지났는데, 이미 황점이 이 노래가 어떤 의미인지 밝힌지 이미 오래인데 왜 갑자기 그랬을까? 30주기 해에 미리 단속을 하겠다는 의미이겠지만 이 때부터 이미 홍콩을 중국의 정책에 맞게 정리 들어가겠다는 시그널이었던 셈.

 

황점의 노래 가사, 영화 속 장면과 대사들... 중국 천안문에서 벌어졌던, 그것이 홍콩의 미래가 될까 불안에 떨었던 홍콩인들의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되어 노래 가사에서처럼 그 예전의 홍콩으로는 다시 돌아갈 길이 없어진 그야말로 피로 얼룩진 무도한 세상을 마주하고 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칠중주 : 홍콩이야기 Septet : The Story of Hong Kong>. 코로나 19가 아니었다면 이 작품의 감독들과 배우들 중 누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의 게스트로 초대가 되었을지 참 궁금한 동시에 안타까운 마음만 한가득해진다. 옛 영광을 뒤로한지 오래인 내리막 길에서 그리고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홍콩을 대표하는 영화인들이 만든 '홍콩이야기'라니... 제목만 봐도 눈가가 뜨거워지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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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에 등장하는 낯익은 홍콩의 풍경에 아련함이 밀려드는데

가장 심장을 뛰게 하는 건 역시나... 두기봉의 '밀키웨이 이미지' 로고 

 

너무나 한정된 좌석이라 티켓팅도 티켓팅이지만 어떻게든 어렵게 표를 겨우 구했어도 결국 당일에 가지 못해 표만 날린 경우도 종종 있었기에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결국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기회는 없을 듯하여 더욱더 애석한 마음이지만, 한편으로는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작품의 완성도가 어떻든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똑같을 거 같아 아예 안 보는 게 상책일 거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언젠가 DVD로 구해서 보게 되겠지만. 완성도가 별로라면(7명의 감독 이름을 보면 이럴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마지막 종합선물같은 작품마저도 이렇게 존재감이 없다면 정말 이렇게 홍콩영화는 끝이구나 싶어서 슬플 것이고, 완성도가 좋으면 좋은대로 이렇게 좋은 감독들이 여전히 괜찮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제는 이걸 받쳐줄 환경도 자유도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 탄식할 수 밖에 없을테니. 여전히 누군가는 홍콩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건... 기쁘기도 하지만 슬픈 그런 감정을 일게 만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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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댓글을 많이 달아야 레벨업을 할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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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러스트콜 작성자 2020.09.20. 09:08

용량초과로 댓글란에 올려보는 움짤. <반근팔량> 영화는 대략 이런 분위기. 아래 두 움짤은 특별무대 뒷배경에도 나오는 장면

 

Private Eye1.gif

Private Eye2.gif

Private Eye3.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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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이스케이프FZ 2020.09.20. 09:09
전 홍콩 영화음악은 당년정이나 분향미래일자, 몽중인 정도밖에 모르지만... 글을 보니까 많이 아련해지네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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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콜 작성자 2020.09.20. 09:29
이스케이프FZ
저는 언급하신 그 영화들 이후의 시기 그러니까 90년대 초중반에 나온 영화들과 음악을 접해서요. 그 시기의 홍영음 팬 입장에서 쓴 글이라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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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golgo 2020.09.20. 09:10
천녀유혼 2에 저런 의미가 있는 줄 몰랐네요. 요즘 홍콩 영화인들 참 답답할 듯합니다...
와호장룡 엄청 좋아하는데.. 코코리 노래 간만에 생각나서 듣는데 참 좋네요.^^
천장지구는.. 우리나에서 DVD인가 블루레이인가 낼 때 그 천장지구 한자 제목으로 패키지 만들었다가 원 판권 소유사가 클레임 걸었다는 일화 있더라고요.ㅎㅎ.. 원제목이 따로 있는 줄 제작사 사람이 몰랐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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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콜 작성자 2020.09.20. 09:33
golgo
본문에서 썼지만 <와호장룡>은 그냥 그 시절 무협영화들 중 하나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정말 잘 만든 작품이죠. 캐릭터 구축부터 카메라 촬영 원화평의 액션씬들까지. 호금전의 <협녀> 다음으로 좋아하는 작품이예요. 작명 꼬여서.. 천약유정은 제목 관련한 일화들도 꽤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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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소년 2020.09.20. 09:48
홍콩영화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선물같은 글이었습니다.애정과 정성이 담긴 좋은정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나저나 두분 특히 장학우의 가창력은 압도적이네요. 몇번을 봐도 감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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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콜 작성자 2020.09.20. 10:10
재생소년
장학우 옆에서 저렇게 성량이나 완급조절 안 밀리는 경우도 참 드물어서 전 임억련이 정말 괜찮은 가수였구나 새삼 다시 느끼게 되더라고요. 환상의 호흡~ 영상 없이 오디오 추출해서 따로 들어보면 진짜 두 사람 다 CD 드셨나 싶을 정도. 게다가 장학우는 인이어도 없는 상태였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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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롹스타 2020.09.20. 10:57
장국영의 '추'를 좋아하는데 장학우의 묵직한 버전도 좋네요. 유리의 성을 꽤 재미있게 봤는데 배경이지만 반갑고(배경 음악이 괜찮았던 영화였어요) 오랜만에 비욘드 얘기에 CD도 꺼내보고 그렇네요. 글 잘 읽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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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콜 작성자 2020.09.20. 12:18
버닝롹스타
원영의는 <신불료정> 때는 사실 그렇게 매력있다 연기를 잘한다 이런 느낌을 못 받았는데 <금지옥엽>에서는 괜찮아서 이 영화 비디오로 나왔을 당시 몇 번 챙겨봤던 거 같아요. 장학우의 '추'는 이 무대에서 부른 게 가장 좋은 거 같고. 저도 이 무대 보면서 유튭에 있는 비욘드 음악 꽤 들었어요. <장성>이라는 노래가 유독 좋았고, 장학우가 부르기도 한 <情人>이란 곡도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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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지아 2020.09.20. 14:21
지난 글도 그렇고, 익무에서 이런 홍콩 음악, 영화에 대한 애정 듬뿍 담긴 보석같은 글을 만나 너무 기쁩니다! 장학우와 임억련의 무대 새로 고침을 거듭하며 두근두근 봤던 기억이 생각나네요.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순간들. 홍콩 영화가 몰락했다 이렇게 쉽게 말하는 자들은 중공에 의한 홍콩 문화 말살 정책이 그 근원인지를 알지도 못하겠지요. 성룡이나 알란탐이나 뭐 그런 류는 친중하니 친중했나 싶었는데 팡호청 감독의 변절은... 그의 작품 디비디를 재활용 쓰레기로 버리는 걸로밖에... 제가 사랑하는 양조위, 장학우 오라버니들께는 제발 공산당이 선택해라 어째라 강요하지않았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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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콜 작성자 2020.09.20. 15:25
루지아
홍콩음악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 저 특별무대 영상을 한 번만 보기는 어려울 듯 해요. 팽호상, 그러니까 팡호청은.... 세상에 이 감독이 그럴 줄은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요. 엽위신 멘붕오고나서 가장 기대한 감독이 팡호청이었는데 말입니다. 이쯤되면 사실 모르겠어요. 중화사상, 하나의 중국.. 이런 게 기저에 깔려있는 상태에서 이미 접한 민주주의쯤은 하나의 중국 앞에선 아무 것도 되는건지. 2046년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서 굳이 선택할 필요도 이유도 없어서 그런 성향이 안 드러난 건가 싶고요. 중화권에서 영화와 음악을 대표하는 두 사람이라 분명 타겟이 될 거 같단 불안감이 있죠. 공식활동을 하려면 입장을 밝혀야만 하는 그런 상황이 분명 올 거 같은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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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베쌍 2020.09.20. 16:19
긴글이지만 홍콩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흥미롭게 읽었네요.
반가운 이름,영화들이 많이 보입니다.장학우의 축복은 참 좋아했던
곡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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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콜 작성자 2020.09.20. 17:22
모베쌍
반가우면서도 아련하고... 어떤 이름은 또 씁쓸하고...그렇네요. 아직까지도 콘서트 후반부에 꼭 부르는 축복이죠. 너무 당연하게 잘 부르는 노래라 저는 사실 이 곡이 그렇게 고난이도인 줄 몰랐는데(이 분이 워낙에 어려운 노래들을 쉽게 불러서) 아무나 부르는 노래가 아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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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DE 2020.09.20. 21:29
홍콩영화 광팬인데 완전 고맙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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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콜 작성자 2020.09.20. 21:56
TRADE
홍콩영화인들에게도 팬들에게도 어려운 시기인데.. 이 글이 약간의 즐거움이나 위로가 되었다면 제가 감사할 따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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