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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아이] - 나의 인생 애니메이션 1(스포 있음)

호다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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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샤프펜슬님이 쓰신 '내 인생의 영화' 라는 글을 보고 저도 한번 이런 글을 써볼까 생각을 하다가 '저의 인생 애니메이션' 세 편의 장문 리뷰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제가 쓸 애니메이션은 [날씨의 아이], [어린왕자], [해피니스 로드] 이렇게 세 작품이구요. 가장 먼저 [날씨의 아이] 에 대한 글입니다.

 

필력이 많이 부족하지만 그 점 양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ㅠㅠ

 

(날씨의 아이와 PMC: 더 벙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19071848267473.jpg

 

2017년 1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 을 동네 메가박스에서 봤습니다. 재밌게도 상영관 안엔 제 나이대 남성 관객들이 유달리 많았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들었던 생각은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였습니다. 단순히 고등학생 소년과 소녀의 몸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하이틴 코미디에서 집중하는 줄 알았으나, 흔히 코미디로만 활용되는 이 소재를 신카이 감독은 역으로 거대한 서사시의 일부분으로 편입시켜 여느 블록버스터 못지 않은 장대한 감동을 선사하며 마무리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이런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거지? 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고, 이후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 대한 무한한 기대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019년 7월, 그 무한한 기대감을 안고 오사카에서 [날씨의 아이] 원정관람을 했습니다. 이제 [날씨의 아이] 가 제 인생을 뒤흔든 작품이 되었는지에 대해 정리해서 얘기해볼까 합니다.

 

우선 [날씨의 아이] 속 도쿄의 모습은 전작들과는 달랐습니다. [초속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 속 도쿄는 흔히 말하는 TV나 여행 가이드북에 나올법한 밝고 화사한 면들을 주로 비췄다면 [날씨의 아이] 에선 그 이면을 비춥니다. 초반 호다카가 도쿄에 와서 잠깐 숙식을 해결하는 좁디 좁은 만화 카페, 정처없이 떠돌게 되는 신주쿠 가부키초 골목은 쉴 새 없이 내리는 비와 함께 회색에 가까운 톤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쓸쓸한 감정으로 영화의 첫 장을 칠합니다.

 

그런 끝없이 비가 내리는 도쿄의 모습이 도중에 만난 히나의 능력으로 맑게, 생기를 되찾습니다. 여기서 끝없니 비가 내리는 것은 작게는 답답하고 억눌려왔던 호다카의 개인적인 감정들, 크게는 예나 지금이나 시대를 불문하고 혼란스럽기 그지 없는 국제 정세를 의미할 수 있죠. 그런 하늘을 맑게 함으로서 마찬가지로 작게는 답답한 호다카의 마음을 풀어주고, 크게는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주게 됩니다.

 

그렇게 호다카와 히나는 하늘을 맑게 하는 일로 돈을 벌게 되고, 여기서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날씨의 무녀에겐 슬픈 운명이 존재한다며 능력의 대가로 히나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것.

 

이 순간부터 영화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실로 과감해집니다. 호다카는 스가의 말대로 집에 돌아가면 모든게 원래대로 되돌아갈 것임에도, 히나는 집을 방문한 경찰의 말대로 생계 걱정 없이 보호받을 수 있음에도 그들은 단호히 거부합니다. 이미 그들에겐 서로가 세상의 전부가 되었던 것이죠.

 

'더 이상 아무것도 주지 마시고,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아주세요' 라는 호다카의 말 처럼. 이들은 자신의 세계 그 자체인 서로를 지키기 위해 있는 힘껏 외칩니다. 사람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 건 자신의 세계가 무너지는 것이니깐요.

 

그럼에도 안 그래도 과감해진 이 영화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돌진하기 시작합니다. 호다카가 그렇게 바랐음에도 히나를 대가로 완전히 맑아진 도쿄의 하늘, 하지만 그 하늘은 맑음에도 마치 죽어있듯 창백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렇게 영화는 우리에게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 하며 돌직구를 던집니다.

 

제가 생각하는 신카이 마코토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누군가와 이어지고 싶은 간절한 마음' 입니다. [초속5센티미터] 에선 타카키와 아카리 그리고 카나에, [언어의 정원] 에선 타카오와 유키노, [너의 이름은] 에선 타키와 미츠하가 그랬구요. 자. [날씨의 아이] 에서도 호다카는 히나와 이어지기 위해,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질주합니다. 여기서 더욱 재밌는 것은 그런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이 작품을 거듭할수록 진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초속5센티미터] 에선 마음을 품은 채 머뭇거렸고, [언어의 정원] 에선 서로를 향해 한 발자국을 내딛었고, [너의 이름은] 에선 끝없이 달립니다. [날씨의 아이] 에선 아예 로켓엔진이라도 단 것 마냥 비교도 못 할 정도의 속도로 질주하구요. 경찰서를 뛰쳐나갔지, 험한 철로를 아랑곳 하지 않고 달렸지, 자신을 저지하는 어른들을 향해 총을 겨누며(물론 위협사격은 했지만) 처절하게 외칩니다.

 

그런 카타르시스를 느낄 새도 없이 호다카는 히나를 만나기 위해 하늘로 올라가고, 바로 끝없이 낙하합니다. 떨어지는 히나의 손을 잡으며 자신의 전부인 그녀를 마침내 지켜낸 호다카는 날씨 따위 계속 미쳐있으라며 당당히 말하며 흐르는 OST(그랜드 이스케이프) 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전율을 한계까지 끌어올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역대급으로 실험적인 연출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이것은 우리나라 영화 PMC: 더 벙커에서 에이헵이 낙하하면서 킹 대신 윤지의를 살렸던 것과도 일맥상통 한다고 생각합니다)

 

맑은 하늘 대신 히나를 되찾음으로서 도쿄는 1/3이 수몰되는 말 그대로 재난을 맞이합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연상시키는 도쿄로 다시 발을 들인 호다카는 다시 한번 흔들립니다. 자신이 그렇게 이기적인 선택을 했음에도, '변함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말이죠. 그런 그에게 후미 할머니는 '도쿄는 원래 만이었고, 인간과 날씨가 조금씩 양보해가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거다. 그게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것 뿐' 이라며 모든 것을 초월한 자연의 절대적 성질을 얘기합니다. 앞서 언급을 못 했지만 극 중 신사의 할아버지도 나츠미의 질문에 '뭐가 이상기후냐' 라며 절대적 성질을 강조하구요. 결국 호다카의 선택은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린 것입니다. 그걸 몰랐던 호다카는 히나와 재회하며 자신이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림으로서 세상을 바꿨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이렇게 크고 강력한 한 방을 가진 메시지를 더욱 과감하게 그려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날씨의 아이] 에 저는 정말 존경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차기작은 어떻게 나올지.... 그 부분도 더욱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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