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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수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간략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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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무의 은혜에 힘입어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시사회로 미리 보았습니다.

보통 감독이나 배우들이 참석하기 마련인 GV에 드물게도 홍경표 촬영감독과 이건문 무술감독이 참석했습니다.

<오피스>를 연출한 홍원찬 감독의 신작이자 황정민, 이정재 배우가 <신세계> 이후 7년만에 재회한

작품으로도 잘 알려진 이 영화는, 감독과 두 배우의 전작에서 상상되지 않는 임팩트를 보여줍니다.

익숙하고 단촐하게 깔린 스토리 위에서 기존 한국영화는 물론 할리우드 영화들과 견주어도

희소성 있는 액션 시퀀스를 선사하며 보는 이의 맥박까지 뛰게 합니다.

단 이러한 영화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누구나의 취향을 만족시키진 않을 수 있습니다.

 

쓰린 과거를 뒤로 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암살자로 살아온 인남(황정민)은 마지막 임무를 끝내고

이 바닥을 떠나려 하지만, 그가 남긴 업보는 그를 순순히 떠나게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인남은 쉴 틈도 없이 자신과 관계된 납치사건이 일어난 태국으로 향하는 가운데,

자기 형제의 목숨을 인남에게 빼앗긴 레이(이정재)가 피냄새를 풍기며 인남의 뒤를 쫓습니다.

유이(박정민)의 도움으로 납치사건을 쫓는 인남의 앞에는 지켜야 할 존재가, 뒤에는 감당해야 할 복수가 있습니다.

세상을 등지고 비밀스럽게 살아가던 인물이 일생의 임무를 계기로 인간성을 회복하려 한다는 이야기는

국내에선 <아저씨>, 국외에선 <맨 온 파이어> 같은 영화들에서 익숙하게 봐 온 느낌입니다.

너무 전형적인 이야기와 일순간 신파 코드마저도 엿보이는 오래된 감수성은 기대를 안하는 게 좋겠습니다만,

나왔다 하면 인정사정 없이 타격감을 때려붓는 가공할 액션 장면들이 전형성의 함정을 감쪽같이 메웁니다.

 

홍경표 촬영감독과 이건문 무술감독의 증언(?)과 같이 CG나 대역보다 실제 환경에서 배우들이 직접 소화한

액션 시퀀스들은 그야말로 촬영과 스턴트의 합, 배우들의 의지가 황금비율로 합쳐진 결과물입니다.

촬영은 과감한 구도 전환과 속도 변환을 서슴지 않으며, 액션의 구조를 입체적으로 훑고 파괴력을 최대화시킵니다.

스턴트는 캐릭터들의 성격에 걸맞게 맨몸, 칼, 총 각각의 도구가 힘차고 예리하며 둔중하게 부딪치게 합니다.

현재 할리우드 액션 장르의 큰 흐름인, 리얼리티가 극대화된 타격 액션을 밀도있게 연출하면서도

진기명기에 가까운 동선과 행동 반경의 스턴트 또한 선보이며 액션 연출의 야심을 극대화시킵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크리에이티브는 촬영과 스턴트에 올인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액션 시퀀스는 힘은 물론 참신성에서도 기존 한국영화를 훌쩍 넘어 할리우드 영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이런 영화의 액션 시퀀스들은 영화 내내 이어지는 식은 아니나 매 등장마다 형태와 규모를 달리 하며 변화합니다.

짐승처럼 무자비한 본능을 발산하는 레이의 첫번째 액션 장면, 인남과 레이가 처음 만나 맞붙는 장면,

오픈된 외부 공간에서 총알이 빽빽하게 빗발치는 총격전, 인남과 레이의 최후 결전까지.

영화는 그들의 움직임 뿐 아니라 매 결전에 직면한 인물들의 얼굴을 그 위에 흘러가는 땀과

그 위에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까지 아우르며 담아내어 결전이 지니는 감정선까지 그려냅니다.

이처럼 영화에서 액션 시퀀스는 단지 오락성이 극대화된 볼거리일 뿐 아니라, 캐릭터를 표현하고

그들의 여정이 만나 갈등이 폭발하는 결정적인 지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다만 이들 액션 시퀀스 사이사이를 채우는 '액션 없는' 감정 신들과 만날 때면, 전형적인 스토리를 따라

감정선의 표현 또한 예상 가능한 수준에 멈추면서 돌파력과 몰입도에 기복이 생기는 점은 아쉽습니다.

하드보일드라기엔 영화의 감수성이 상당히 뜨거운 편인데, 액션 시퀀스를 통해 매우 강렬하고 효과적으로 연출된

이 감수성이 액션과 상관없는 장면들을 만나면 오히려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내일을 기약 못할 필사적인 대결을 펼치는 두 사람을 연기한 황정민, 이정재 배우의 투혼은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아닌 말로 가만히 앉아서 대사만으로 '썰'을 풀어도 티켓값이 아깝지 않을 이 두 거물 배우들은,

단련될 대로 단련되어 지쳐버린 채로 몸에 익은 분투를 펼치는 '인간' 인남과

이성이 작동하기 전에 광기 어린 눈이 품은 본능으로 먹잇감을 덮치는 '짐승' 레이를 온몸으로 구현합니다.

합치면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인정사정없이 몸을 날리고 부딪고 휘두르는 한편,

필사적으로 움직이는 눈과 얼굴 근육을 통해 캐릭터의 절박함과 비정함까지 그려내는 내공은 명불허전입니다.

한편 '유이'라는 인물을 연기한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그 모습은 베일에 싸여 있던 박정민 배우는

과연 철저히 숨길 만하다 싶게 파격적인 변신을 보여주면서도, 영화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넘어

그 파격에 걸맞은 깊이가 이 캐릭터에 좀 더 부여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좀 남았습니다.

 

주기도문의 구절에서 제목을 따온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일컬어 혹자는 종교영화인 줄 알았다고도 합니다.

그만큼 액션 영화라는 외형에 비해 다소 과장된 진중함을 품고 있는 제목처럼도 보이지만,

자신의 존엄을 완전히 놓아버렸던 과거에서 걸어나와 마지막 한 떨기 인간성을 지키려는 주인공의 모습이

천사는 고사하고 인간도 못될지언정 적어도 악으로부터는 자신을 구하려는 의지를 보이기에 제목과 어울립니다.

한편으론 우리에게 이제껏 만난 적 없는 볼거리를 보여줌으로써, 때때로 자기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기도 전에

이른바 '후까시의 악'에 빠지곤 하던 한국 액션 느와르를 어느 정도 구한 영화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익무 덕에 좋은 영화 잘 보았습니다.

 

추천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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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댓글을 많이 달아야 레벨업을 할수 있어요~!!
1등 hemsworthlove 2020.08.06. 01:13
정성스러운 후기 잘 읽었습니다 ㅎㅎ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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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mani 작성자 2020.08.06. 01:20
hemsworthlove
감사합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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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다크맨 2020.08.06. 02:01
오! 글잘쓰신다 했더니...
짐마니님이군요 +_+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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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mani 작성자 2020.08.06. 02:04
다크맨
앗 감사합니다 다크로드시여! ㅎㅎ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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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마스터D 2020.08.06. 02:47
언제나 집중해서 읽게 만드는 jimmani 님의 리뷰 정말 좋습니다 감사해요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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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mani 작성자 2020.08.06. 08:43
마스터D
그렇게 봐주시니 제가 감사할 따름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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