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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넷플릭스] <올드 가드>의 장단점

FilmWhat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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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스포 없는 추천글을 한 차례 작성했던 터라 ( https://extmovie.com/movietalk/57885309 ), 그 글에서 다루지 못해 입이 근질근질했던 포인트들을 이번 스포가 포함된 글에서 다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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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주인공들이 불사신이라는 소재는 당연하게도 그렇게 새롭지만은 않았습니다. 지금껏 수많은 영화나 TV 시리즈에서 활용되었던 설정이니 말이죠. 근데 이 영화가 그 설정을 통해 액션의 질을 향상시키고, 액션 장면의 현실성을 오히려 높여주었던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할리우드의 액션 블록버스터를 보다 보면 긴장감이 떨어지고, 몰입도도 떨어지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주인공을 일부러 피해가는 총알들”이죠. 주인공은 아무리 적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도, 조준하기 너무나 쉬운 오픈된 공간에 있어도, 절대 총을 맞지 않고, 절대 죽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주변 인물은 총에 맞을 수 있어도, 주인공은 절대 맞을 수 없죠. 정말 애정하는 시리즈이긴하나, <스타 워즈> 시리즈에선 이걸 가지고 ‘총 조준 못하는 스톰트루퍼’ 밈이 있을 정도죠. 대부분 이런 영화들 속 설정 상으로 주인공이 싸우는 상대들은 분명 주인공과 비슷한 훈련을 받은, 혹은 주인공보다 훨씬 많은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임에도 불구, 그들은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와중에 주인공은 상처도 별로 없이 그들 사이를 유유자적 지나가는 모습은 이런 류의 영화들을 볼 때마다 상당히 거슬리는 포인트였습니다.

 

근데, <올드 가드>에선 그럴 필요가 없죠. 어차피 주인공들이 총을 맞든, 칼을 맞든, 심지어 폭탄을 맞든 다시 회복하여 살아돌아오기 때문에 오히려 전투 장면들이 훨씬 리얼하고 긴장감 넘칩니다. 한마디로 “주인공 버프”가 없기 때문에, 주인공이 언제 어디서 총이나 칼을 맞을지 몰라서 오히려 더 긴장감 있는 연출이 가능해진 셈이죠. 물론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은 총이나 칼에 맞아도 죽진 않지만, 고통은 일반인과 똑같이 느끼기도 하고, 치명상을 입으면 한동안 기절하여 적들에게 납치될 수도 있기 때문에 긴장감이 더해졌으면 더해졌지, 덜하진 않았습니다. 주인공이 불사신이라는 설정을 더 현실적이고 타격감 있는 액션을 만드는 데 활용한 것은 정말 좋았습니다.

 

영화의 스토리는 초반부엔 미스터리도 좀 있고,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진진하지만, 그 미스터리들이 하나하나 매우 허무하게 풀리고, 이야기의 전반적인 균일도가 후반부를 향해가며 조금씩 무너지는 게 좀 아쉬웠습니다. 먼저, 주인공들을 이 곤경 속에 빠뜨리고, 사실상 이 영화 속 스토리 전체가 가능하게 한 장본인이 바로 불사신 중 하나인 ‘부커’라는 게 밝혀졌을 땐 솔직히 좀 힘이 빠졌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본인은 죽지 못하는 것 때문에 괴로워서 이런 행동을 저질렀다는 영화 속 설명은 알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극단적인 선택이기도 하고, 사실상 스토리 상의 반전을 위해 ‘부커’의 캐릭터가 낭비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솔직히 그 배신행위로만 놓고 보면 ‘부커’가 ‘메릭’ 일당보다 더 나쁜 놈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전형적인 배신 캐릭터를 하나 넣어서 반전을 만들기 뭔가 억지로 ‘부커’를 배신 캐릭터로 만든 것 같아 좀 아쉬웠네요. 미드-크레딧 영상을 보니, 아마도 본인을 구하는 것을 포기한 ‘앤디’에 복수를 하고픈 ‘퀸’이 돌아와 ‘부커’와 함께 연합해 후속편에선 그 둘이 메인 악역으로 등장할 것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만.. 만약 ‘부커’가 아예 그렇게 메인 빌런으로 채택되면 더 억지스러울 것 같네요..ㅠㅠ

 

‘부커’와 비슷한 맥락에서의 ‘코플리’.. 처음엔 메인 빌런인가 싶었다가, 결국 전형적인 “나쁜 짓에 가담은 했지만 난 양심이 있다고” 길로 빠지는 클리셰를 보여줬네요. 그리고 결국엔 ‘부커’와 자리 체인지를 해서 팀에 합류까지...

 

이쯤되면 주인공들이 (아무리 불사신이라지만) 보살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유야 다 이해하지만, 그래도 ‘부커’나 ‘코플리’처럼 주인공들을 심각한 곤경에 빠뜨린 인물들을 (‘나일’이 마지막 순간에 구하러 오지 않았다면 ‘조’와 ‘니키’는 평생동안 갇혀서 실험당하고, ‘앤디’는 결국 죽게 되었을 텐데) 이렇게나 쉽게 용서할 수 있는 건가요...;;

 

그리고 극 중 ‘메릭’.. 두들리를 연기했던 배우가 나와서 매우 반갑긴 했습니다만, 너무나 전형적인 부자 악역 캐릭터였습니다. 인물이 전혀 입체적이지 않았고, 블록버스터의 전형적인 성질 더러운 사이코 부자 역할에서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아서 좀 아쉬웠습니다. 특히 결말부에, 싸움 잘하는 보디가드들을 놔두고 바보처럼  혼자 주인공들에게 접근하여 결국 최후를 맞는 모습도 너무나 전형적인 사이코 부자 빌런이어서 신선함이 떨어지긴 했습니다.

 

그리고 ‘나일’이 초중반부까진 팀을 나가고 가족을 만나고 싶어하고 살상도 거부하는 역할로 나오다가, 너무나 갑자기 캐릭터가 180도 변화하여 모든 걸 포기하고 살상도 그냥 아무렇지 않게 하며 팀에 합류하게 된 것도 좀 아쉬웠습니다. 영화 속 설명으로는 ‘앤디’가 인류 역사에 끼친 것들을 보고 앤디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변화한 걸로 나오긴 하나, 여전히 갑작스럽고 클리셰스럽긴 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 중 하나.. 서로 머리에 총도 쏘고 뼈도 부러뜨리는 사람들인데, 손에 수갑이 채워졌을 때 그냥 힘으로 손목을 꺾어서 손을 뺀 후에 탈출하는 게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고대에 ‘앤디’와 ‘퀸’이 손목에 사슬이 채워진 채로 붙잡혔을 때, 충분히 그런 방식으로 사람들 몰래 탈출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조’와 ‘니키’ 같은 경우엔 붙잡혀서 이송되는 중간에 트럭 안에 있던 용병들을 다 처리했던데, 그 상태로 도망이라도 시도해보지, 트럭이 멈출 때까지 가만히 앉아서 “나 잡아가세요”라뇨..

 

전반적으로 할리우드 클리셰, 그리고 플롯을 진행시키기 위한 억지스러운 전개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 부분은 상당히 아쉬웠네요.

 

그렇다면 스토리에 장점들은 없었냐고 물어보시면 그건 아닙니다. 분명 아쉬운 부분들이 수두룩하지만, <올드 가드>는 근래 개봉한 대부분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교하면 훨씬 자연스럽고 깔끔한 서사구조와 진행방식을 보여줍니다. 플롯 포인트들을 뜯어보면 위에 기재한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띄지만, 결과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도저히 몰입을 못 하겠거나 심한 거부감이 느껴지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같은 도저히 눈 뜨고 못 봐주겠는 억지 중국 홍보도 없고, 억지스러운 로맨스도, 신파도 없습니다. PC적인 요소들도 억지스럽지 않고 매우 자연스럽게 플롯에 들어맞게 적재적소에 활용되어서 좋았습니다. 이 정도 규모의 프로덕션과 이 정도 퀄리티의 액션을 구현하는 동시에 크게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스토리를 구현한 것만도 저는 성공적인 스타트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불사신이라는 소재를 ‘신화’나 ‘전설’에 접목시켜 앞으로 더 방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길을 열어둔 점도 좋습니다. 속편도 속편이지만, ‘앤디’의 과거를 다룬 프리퀄이 나와도 정말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영화에는 추후 건드릴 수 있는 가능성들이 대거 포진해있습니다. ‘앤디’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계속 풀어나가면 ‘왕좌의 게임’ 정도 규모의 시리즈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1편에 불과하고, 이번 편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열어두었기에, 저는 후편들을 기대해보려 합니다. 이 영화의 끝내주는 맨몸 액션과 시네마틱한 비주얼 스타일만 시리즈 내내 유지된다면 저는 기쁘게 챙겨볼 것 같습니다.

 

+) 이건 중요한 건 아니고 쓰잘데기없는 디테일이긴합니다만, 극 중 '앤디'와 '나일'이 귀걸이를 하고 나오는 장면들이 눈에 띄더군요. 몸에 상처가 나는 즉시 회복을 하는 불사신들이어서 귀를 뚫는 게 사실상 불가능할 텐데..;; 설마 귀걸이를 착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귀가 뚫렸다 막혔다 뚫렸다 막혔다하는 현상을 반복하는 고통을 참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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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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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원래 대놓고 악당인 놈보다 배신자, 앞잡이가 더 밉살스럽죠.^^
12:34
20.07.27.
profile image 2등
이런 류의 영화에서 보면 나를 죽음의 위기에 몰아넣었어도 나중에 도와줬으니 쌤쌤으로 치자 이런 류의 전개는 좀 항상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긴해요.
13:20
20.07.27.
3등
부커가 배신을 한 이유가 허무하긴 했어요 ㅎㅎ 읽고보니 보면서 아쉬웠던 부분들이 생각나네요
15:14
20.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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