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시착'이 일본 넷플릭스에서 히트한 이유
일본의 비즈니스 인사이더 재팬 사이트에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극찬평이 올라와서 옮겨봤습니다.
일본 넷플릭스에서 요즘 엄청 인기라고 하네요.
https://www.businessinsider.jp/post-211538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왜 넷플릭스에서 롱히트하고 있는가?
넷플릭스로 독점 공개된 한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조용한 붐을 일으키고 있다.
2월 하반기 공개 이후, 넷플릭스의 “오늘의 인기 Top 10(일본)”에 빠지지 않고 있고, 공개된 지 2개월이 지난 4월 22일에도 3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선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케이블TV tvN에서 방영된 이 작품은, 해당 방송국의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SNS의 소감들을 봐도 “한국 드라마 사상 최고”, “통곡할 정도로 울었다” 등 극찬의 반응이 대부분이다. 필자 역시 지금껏 한국 드라마는 전혀 보질 않았지만 푹 빠지게 된 한 사람이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물이라고 한다면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4관왕을 차지한 것이 먼저 떠오른다. <사랑의 불시착>도 마찬가지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두터운 깊이를 방증하는 걸작이다. 왜 이 작품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
(이하 스포일러 주의)
‘한류 클리셰’를 메타화시킨 드라마
한국의 재벌 영애가 패러글라이더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하고 거기서 만난 북한 장교와 사랑에 빠진다...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문구와 그 줄거리만 읽으면, “아, 뻔한 한국 드라마스럽네”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실제로 이야기의 큰 틀에서 주인공 커플은 생이별을 하거나 위기에 빠지는 일을 반복한다. 겨울연가 세대 한류 팬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는 것도 그 정통파 (로맨스) 스토리 덕분일 것이다.
한편 그러한 뻔한 멜로드라마에 훅 빠져들게 하는 장치가 있다. 그것은 ‘한류 클리셰’를 메타적(한 단계 위에서 보는 객관적 시점)으로 포착한 코미디 요소다.
예컨대 여주인공의 동료가 되는, 경박한 북한 병사 한명이 한류 드라마의 팬이라는 설정이다(실제로 북한에서는 불법 사이트를 통해 몰래 한류 드라마를 보는 젊은이가 많다고 한다.).
살짝 낯간지러운 장면이나 대사가 나오면, 그가 꼭 히쭉 미소를 짓는다.
“이건 남조선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거네요.”
특히나 그가 가장 좋아한 작품은 <겨울연가>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던 최지우가 주연으로 나와서 일본에서도 대히트한 <천국의 계단>(2003)이다. 그 작품은 교통사고, 기억상실, 병마 등 한류 드라마의 ‘클리셰’가 잔뜩 들어간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사랑의 불시착>의 중요한 부분들에 그 드라마의 명대사가 오마주돼서 나온다.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 아무리 먼 길을 떠나도 사랑하는 사람들은 만나는 거라고” 한국과 북한을 갈라놓은 관계라는 문맥에서, 그 대사는 순간 정치적인 의미를 띠게 된다.
‘한류 클리셰’를 자학적인 코미디로 그리면서, 갑자기 거기에 북한과의 통일 문제라는 현실이 링크된다. 거기서 확 깨닫게 된다. 이것은 대립하는 두 나라 사이에서 현재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자립한 여성’의 괴로운 삶
이야기의 골자는 러브스토리지만, 주인공 커플을 그리는 방식에서도 젠더 스테레오타입을 뒤집고 있어서 신선하다. 저널리스트 ‘지부 렌게’ 씨는 북한군 장교 리정혁의 남성성을 가리켜 “포스트 #MeToo 시대의 히어로”라고 평했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여주인공인 윤세리를 그린 방식이다. 세리는 재벌 영애로 태어났지만 집을 나와 스스로 기업을 세워서 상장까지 시켰다.
좋아하는 말은 “고수익, 코스닥 상장, 업계 1위”. 두 오빠보다도 탁월한 경영 수완을 지녔지만 사생아이기 때문에(그리고 여성이기에) 그녀는 재벌 그룹의 후계자로서 주위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 또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실력으로 성공한 세리에게는 적도 많다.
북한에서 괴롭힘 당하는 아이를 구하려 하는 장면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맞기 전에 먼저 한방 먹여줘. 때리는 사람은 반성할 줄 모르니까. 나도 그렇게 살아왔어. 그랬더니 누구도 괴롭히지 못하고 다가오지도 않았어.”
여기서 떠오르는 것은 13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붐을 비롯한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이다.
일터에선 오빠들이 방해하고, 어머니한테서는 “탐욕스럽다”며 비난을 받는 세리가 갖고 있는 고독. 슬프지만 아픈 것보다는 낫다며 괴롭힘 당하는 아이에게 말하는 세리는 한국 여성의 괴로운 삶을 보여준다.
그녀는 자본주의와는 확연히 다른 북한에서 인간의 온정과 사랑을 발견한다. 그것은 현대 한국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통일 문제를 정면에서 그리다
그리고 역시나 <사랑의 불시착>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멜로드라마이면서 북한에서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리얼하게 그렸다는 점이다.
마을에서 벌어지는 정전. 도청자의 존재, 당국이 사람들의 집안을 조사하는 ‘숙박검열’. 각본 작업에 북한 출신 사람이 보조로 참여하였고, 여러 탈북자들의 취재가 더해졌다고 한다.
드라마의 숨겨진 주제는 70년 동안이나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남북통일 문제다. “통일된다면”이라는 대사가 인상적으로 사용되며, 클라이맥스에선 군사분계선이 중요한 무대가 된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히트하고 있는 작품 중에는 “픽션이 현실 사회의 문제에 끼어든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1986년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그려서 에미상 10관왕을 차지한 드라마 <체르노빌>, 한국의 양극화 사회를 날카롭게 꼬집은 영화 <기생충>, 빈곤과 포퓰리즘을 넌지시 시사한 영화 <조커>다.
‘한류 클리셰’로 웃기고 멜로드라마로 울리면서 남북문제를 교묘하게 부각시킨 <사랑의 불시착>도 그러한 작품들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인 유행은 “현실이 픽션을 초월했다”라며 자주 형용된다. 현실과 픽션의 구분이 애매해지고 한데 뒤섞일 것 같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찾아오려 하는 현재, 엔터테인먼트가 수행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사랑은, 문화는, 정치적 대립을 넘어선다.”
시리즈 전체를 통해 이 작품은 그렇게 부르짖고 있다. 필자는 엔터테인먼트가 가진 상상력의 끝없는 가능성을 거기서 보고 있다.
글: 니시야마 리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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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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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인기가 많군요 한일간 사이는 멀어졌지만 문화쪽으로는 기생충이나 bts나 트와이스, 드라마들이 한류를 이어가네요
사랑의 불시착이 종영되면서 더 코로나 시국이 버티기 힘들었던.....ㅠㅠㅠㅠ
어제는 '킹'김은숙 작가가...
'대'박지은 작가에게 왕좌를...
넘길 때가..????...ㅋㅋㅋ...
봐야겠어요
유투브에서도 방송중일때 해외분들 댓글이 국내보다 많았던듯 트위터에서도 대단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