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블랙미러: USS 칼리스터' 초간단 리뷰
1. '블랙미러'를 많이 본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녀석의 정체성이 정확히 뭔지도 잘 모른다. 그저 내가 아는 정보는 '블랙미러는 디지털 시대의 환상특급'이라는 것이다. 낯설고 신비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던 '환상특급'은 아재들의 감성 자극 버튼이었다. '블랙미러'도 그런 역할을 하겠다며 등장한 모양이다. 시즌1의 '공주와 돼지'를 본 후 '핫 샷'에서 영 지루해서 관람을 멈춘 상태였다. 그 와중에 '밴더스내치'는 뭔가 매력적이라서 챙겨봤다. 'USS 칼리스터'를 보게 된 배경도 '밴더스내치'와 비슷할 것이다. 그냥 제목과 시놉, 썸네일 사진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야말로 이것은 '가장 원초적인 선택'이었다.
2. 'USS 칼리스터'는 '스타트렉'이나 그 이전의 우주 SF물을 떠올리게 한다. 함장과 대원들이 존재하고 저 옛날 '스타트렉2: 칸의 분노'에서 칸을 떠올리게 하는 악당 발닥도 존재한다. 뭐 대충 그런 우주 SF물을 기대했다가 갑자기 영 이상한 지점으로 흘러간다. 게임회사가 등장하고 CTO 로버트 데일리가 나타난다. CTO, 최고기술책임자는 우리나라 회사였다면 CEO 다음으로 막강한 힘을 가진 인물이다. 단지 할 줄 아는 것이 기술개발 밖에 없어서 사람 챙기는 건 조금 미숙하지만 말 그대로 회사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중요한 사람이다. 그런 CTO 치고 로버트는 영 찐따 취급을 받는다. 그런 그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3. 레트로풍 우주영화에서 갑자기 게임회사 찐따 얘기로 흘러가니 이것이 뭔지 당황스러웠다(사실 '환상특급'도 당황하는 맛에 본다). 그러다 중반에 다다를 즈음 이 이야기의 감이 잡힌다. 한마디로 반전이 중간에 등장하는 셈이다. 이 반전은 이야기에서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중간에 턱하니 박혀서 "이 다음에 어쩔 셈인가" 걱정됐다. 결국 이야기는 '반전'이 과제가 돼서 그것을 해결하는 이야기가 된다. 아주 새로운 발상이라 마음에 든다. 특히 그 새로운 발상은 게임에 익숙한 세대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며 새로운 발상에 공감하는 것 역시 게임에 익숙한 세대들이나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겜덕의, 겜덕에 의한, 겜덕을 위한'이야기다.
4. 여기에 '스타트렉'을 비꼬면서 '스타트렉'스러움을 지킨다는 점도 기발하다. 'USS 칼리스터'는 '스타트렉' 팬이라면 부글부글하거나 "귀엽네"라며 코웃음 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클라이막스에 이르고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은 정말 '스타트렉'스럽다. '스타트렉'의 이야기 전개방식을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함장의 팬이라면 관람을 좀 더 고민해보자.
5. 이 이야기의 아이덴티티를 깨닫고서야 나는 '밴더스내치'를 다시 떠올렸다. '블랙미러'가 생각하는 디지털 시대의 정체성은 게임과 미디어, 네트워크를 말한다. 그 키워드를 가지고 무한한 상상을 펼쳐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몇 개의 에피소드를 더 봐야 여기에 대해 자세히 쓸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현재로써 말할 수 있는 것은 게임은 '블랙미러'의 훌륭한 소재이며 그것이 내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몇 개 더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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