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2] 여전히 재밌고, 상당히 한국적인 속편
사실 꽤나 재밌게 봤던 영화들의 속편이 나올 경우 1편보다 많이 부족하거나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 되는 경우를 워낙 자주 봐왔던지라 속편을 보기 앞서 약간은 걱정이 되었던 게 사실입니다. 근데 막상 보고 나니, 감독님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는 1편과 엇비슷한 톤앤매너로 영화가 진행되어서 만족스러웠네요. 2편의 감독님이 1편에서 촬영감독을 맡으셨던 분인지라 이 시리즈의 분위기를 잘 파악하시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물론 1편에서 매력적이었던 인물들의 캐릭터성이 약간 변질된 부분이나 뭔가 완결적인 이야기를 굳이 늘려놓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했습니다만, 그런 단점들을 어느정도 커버할 정도로 2편 역시 상당히 재미있고 귀여운 영화였습니다. 특히나 1편과 동일한 촬영감독님이 촬영하셔서 미술적인 부분이나 촬영적인 부분들은 1편과 똑같은 스타일을 고수해서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존 앰브로스’ 역을 맡은 배우가 교체된 것을 제외하고는 1편과 스타일적인 측면에서 거의 흡사해서 마치 바로 이어지는 연속극을 보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사실 이번 2편에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감독님이 한국 분이 아니심에도 불구, 영화가 한국적인 요소들을 북미 프로덕션답지 않게 상당히 세심하고 현실적으로 묘사한 부분이었습니다. 원작 소설 시리즈의 작가님인 제니 한 님이 한국계 미국인이신지라 원작에서 그런 묘사들을 따왔거나, 영화 제작에 앞서 작가님께 자문을 구했겠지만, 그런 걸 고려하더라도 북미 프로덕션에서 한국적 요소들이 이렇게나 정교하게 묘사된 부분은 한국 관객들의 영향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1편에서도 소소하게나마 한국적인 요소들이 나왔지만, 이번 2편에선 아예 제대로 한복을 입고 친척들과 함께 설을 쇠는 주인공들의 모습이라든지, 한국어로 그들에게 말을 걸며 세뱃돈을 주시는 할머니의 모습 등... 정말 한국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간혹 받았습니다. 특히나 한국의 ‘정’을 영어로 풀어 설명하는 대사에선 (물론 영화적 상황의 영향도 있었지만) 소름이 쫙 돋고 눈시울이 좀 촉촉해지더군요. “미디어에서 이국적인 문화를 표현할 때 제대로 묘사하지 못할 거라면 아예 표현하지 말라” 주의인 저로서는 상당히 감동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쿵푸팬더> 시리즈를 보며 미국 영화에서 중국의 ‘치’ (한국어로는 ‘기’) 를 들어본 적은 있어도, 미국 영화에서 한국의 ‘정’이라는 단어를 듣고, 그것을 영어로 풀어 설명해주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덕분에 주인공의 감정선에 몰입을 더 잘하게 된 것도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라라 진과 피터는 이번 영화에서도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사실 2편의 시발점이 되는 상황이 1편의 성공 이후 속편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짜여진 상황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화 역시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1편에 이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관람했네요. 1편에서의 라라 진과 피터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봤던 저로서는 어쩔 수 없이 라라 진과 피터 커플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번 편에서의 존 앰브로스는 상당히 로맨틱하고 매력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영화 속 상황들로만 따져보면 존 앰브로스가 훨씬 헌신적인 사랑꾼으로 보이긴 했습니다만... 사랑은 상대를 계산해가며 하는 게 아니라 마음 가는 대로 할 수밖에 없죠..
1편과 마찬가지로 알록달록한 색감들이 참 예쁜 영화였습니다. 인물의 얼굴 위주로 프레임을 채울 수 있는 1.85:1 화면비에 비해 좌우가 더 넓어서 미술을 하기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2.39:1 화면비를 채택했음에도 불구, 화면의 구석구석을 영화 속 상황들과 연관되는 아기자기한 물품들로 채워넣어두어서 화면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재미도 상당했습니다. 엔딩크레딧까지 색감이 너무 예뻤네요.
마음이 몰랑몰랑해지는 이런 영화, 넷플릭스로 보기 딱 좋은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사실 이 영화의 로맨스보다 더 머릿속에 깊게 박힌 생각은 사실, 크리스와 루카스 같은 친구, 그리고 스토미 같은 멘토가 있으면 참 좋겠다...였네요 ㅋㅋ 특히 이번 영화에서 전 스토미가 가장 좋았습니다. 굉장히 현명하지만 꽉 막히지도 않았고 매사에 여유롭고 인생의 도를 터득한 듯한 인생 선배님... 너무 좋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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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미 때문에 전 라붐생각났어요. 여주인공 빅의 멘토도 할머니 콜레뜨였죠.:)
1편과 좀 더 달달해지고, 본격적인 연애를 하면서 벌어지는 내적, 외적 갈등을 섬세하게 다룬 작품 같아요.:)
포커스는 둘의 연애에 맞춰져있지만, 친구와의 우정, 가족간의 사랑도, 주변사람들과의 관계도 잘다뤄서 좋았어요.:)
(특히 ‘정’의 묘사)
제니 한의 원작이 꽤 히트를 쳐서, 주인공을 백인으로 바꾸고 각색하자는 제안이 많았지만, 한국인설정을 바꾸지 않는 조건으로 제작하는 곳을 찾은 게 지금의 제작사였다고 합니다.:) 그런만큼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렸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