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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라이프]를 보고...

텐더로인 텐더로인
1211 5 1

movie_image.jpg

 

요즘 호주 산불이 심각하죠. 재난을 넘어 재앙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타이밍이 절묘하게도 마침 이 영화가 극장에 걸렸습니다. <와일드라이프>. 보신 분들은 제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하실 겁니다.

 

뒤늦게 이 좋은 작품을 보았습니다. 이번 글은 본격적인 평보단 캐주얼한 칼럼스타일로 씁니다. 스포는 없으니 편히 읽으셔도 됩니다.

 

명배우가 감독으로 변신하면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가곤 하죠. 그러나 훌륭한 연기와 훌륭한 연출은 증명된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에 데뷔작이 좋을지는 장담을 못합니다. 저에게 감독 문소리의 <여배우는 오늘도>는 괜찮았고, 감독 김윤석의 <미성년>, 감독 이완 맥그리거의 <아메리칸 패스토럴>은 평범했으며, 감독 조디 포스터의 <머니 몬스터>는 형편없었습니다.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대단히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고 관심 있게 지켜봐온 폴 다노. 그가 만든 작품은 시작부터 훌륭하군요. 작년 연말 <미안해요, 리키> 이후 온 가족이 보아야 할 영화(?)가 하나 추가되었습니다. 감독 폴 다노는 고요하지만 세밀하고 단단하게 영화를 쌓아나갔습니다.

 

<와일드라이프>가 우리를 몰입시키는 까닭은, 긴장이 되는 이유는, 흔하디흔한 다 늙은 어른의 어린 시절 회고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거의 대부분 카메라로부터 벗어나지 않는 14살 소년 조(에드 옥슨볼드)의 눈에 비친 가족의 침몰이 내레이션도 없이 현재진행형으로 찬찬히 전개됩니다.

 

폴 다노는 짓궂게도 자기의 자전적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는(리처드 포드의 원작) 60년대 몬타나 시골 소도시의 가족 드라마를, 자기 어린 시절 모습과 닮은 리틀 폴 다노스러운 배우를 데리고 와 진행시킵니다.

 

아버지 제리역의 제이크 질렌할의 탁월한 연기는 상수죠. 하지만 어머니 자넷역의 캐리 멀리건의 연기는 새삼 놀라웠습니다. 어느 정도나면 <트리 오브 라이프>의 제시카 차스테인처럼 감탄스러웠습니다. 실제로 영화 초반부까지의 자넷은 위 영화의 오브라이언 부인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조(라이언 고슬링)의 어깨를 토닥거려주고 싶었다면, <너는 여기에 없었다>의 조(와킨 피닉스)를 격려하고 싶었다면, <와일드라이프>의 조(에드 옥슨볼드)는 안아주고 싶습니다. 저는 이 2001년생 배우가 앞으로 잘 성장한다면 폴 다노처럼 좋은 배우가 될 거라 믿습니다. 그 불안과 헛된 저항, 그리고 냉소의 눈빛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군요.

 

운전을 할 줄 알고 술을 마실 줄 안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닙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세상에 실망하기 시작하는 것과 궤를 함께 할 겁니다. 조에게 이 가족은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그 가족이 아주 천천히 침몰하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낯설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 어른의 세계로 진입하기 위한 통과의례. 그 끔찍한 산불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소년은 두 눈으로 황폐화된 세상을 담고, 타고 남은 가정의 잿더미를 해쳐나가 홀로 설 것입니다.

 

이 영화의 포스터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영원히 담고 싶은 순간이 있다잔혹한 말이지만 조가 담은 건 거친 삶의 여정에서 겨우 프롤로그가 될 것입니다. 1960년의 14살 소년의 앞에는 굴곡진 미국현대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60년대와 70년대 미국에 어떤 일이 있는지 굳이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이 영화는 회고전이 아닙니다. <와일드라이프>가 우리에게 미지의 슬픔을 남기는 건, 이 가진 것 없는 소년의 앞날에 드리운 시대의 그늘 때문일 것입니다.

 

텐더로인 텐더로인
33 Lv. 172345/190000P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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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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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본거라 관람한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은데 제가 좋아하는 요소인 10대 소년의 이야기지만 내용이 주인공이 가족이 해체되는걸 바라보는 심경이 제목만큼 잔혹하고 참담한 심정을 마음에 새겨졌던게 생각나네요. 마지막 사진 찍는 모습까지도요.

01:49
22.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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