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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쳐엔 슈퍼맨이 없다.

토마토군 토마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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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을 겜돌이로 살아왔기에, 위쳐의 드라마화 소식은 비록 우려반기대반이었음에도 귀가 소올깃 해지는 뉴스였습니다.

걱정부터 들었던 까닭은 게임 원작의 영화들 대부분이 잘해야 평작, 대개는 시원~하게 말아먹었기 떄문이고(우베 볼 네 이놈...)

그래도 최소한 평타는 치지 않을까 했던 기대감은 게임 이전 이미 동유럽권에서의 탄탄한 인지도를 쌓았던 소설 원작이 있는데다가 CDPR의 게임 진행 방식이 코지마의 그것과 흡사하므로 소설 뼈대에 게임에서 이미 만들어진 이미지들만 갖다써도 실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서 피어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곧 그 기대는 산산히 깨져버리고야 말았습니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혹시나, 역시나, 넷플릭스'였네요. 분명 초기 넷플릭스는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하우스 오브 카드'같은 걸출한 작품들도 뽑아내고는 하였으나... 근래 들어 넷플릭스에서 자체 제작한 영화하면 '용두사미''참신한 시도' 이런 이미지가 떠오를 정도로 내용면에서 완결성이 떨어지는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위쳐 또한 이런 선입견을 벗어나지 못 했는데요.

 

먼저 눈에 띈 문제는 '팬심'이었습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소설보다는 게임의 분위기를 살리려 노력한 것 같습니다. 게임의 배경묘사와 컷씬을 그대로 따오려는 노력의 흔적이 곳곳에 보였고, 전투씬 또한 위쳐의 그것을 고대로 영화에 담으려 했음을 게임 팬 분들이라면 바로 알아챘을 겁니다. 그밖에 게임 내 굵직한 이벤트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TV에 구현했죠. 그러나 과연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일까요? 영화는 영화만의 서사와 내러티브가 가지고, 적절한 영화적 연출을 선보였을 때 영화로서 기능합니다. 게임은 게임이고 영화는 영화입니다. 저는 1~8화를 보는 내내 '이럴거면 차라리 게임 트레일러 모음을 보는게 낫지 않을까...?'란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인들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영화라는 장르적 특색을 즐기기 위해서 입니다. 일부 팬들이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크랭크인에 들어간 순간 위쳐 드라마만을 위한 각색과 새로운 연출은 필수적입니다. 위쳐는 팬들의 눈을 의식한 나머지 게임 위쳐를 고고학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하는 데에만 집중하느라 영화라는 본질을 잃어버린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건 위쳐의 드라마화라기보단 그냥 XBOX, PS4로의 플랫폼 이전처럼 그저 'TV로의 컨버전'이라 느껴졌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욕심'이었습니다. 플레이타임 60시간짜리 게임을 훨씬 러닝타임이 짧은 드라마로 만드려면 과감하게 들어낼 부분은 들어내고, 짜를 부분은 짤라서 버려야 합니다. 그러나 감독은 그 어떤 것도 손아귀에서 놓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시간대는 대략 위쳐 2편~3편을 아우르는 것으로 보이며 소설 및 게임에 언급되는 중요한 사건들을 모두 구현하고자 했던 모양입니다. 어쩌면 팬들은 친숙한 씬에 환호했을지 모릅니다. 저 또한 그 장면들에서만큼은 저도 모르게 감상에 빠졌으니까요. 하지만 그 사건들을 구성하느라 장면과 장면을 잇는 줄들은 얇고 가늘어져 버렸습니다. 게임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장면 전환이 빠르고 컷 씬들이 급하게 끝납니다. 충분한 전주를 주어 반전감을 주어야 할 맥락에서 급전로 인해 별 감흥없는 반전이 나온다거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었을런진 몰라도 짧은 시간안에 기승전결을 욱여넣어 그냥 나무위키로 스토리를 읽는 듯한 무미건조함만이 남은 회차도 있었습니다.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야기의 플룻은 대강 알 수 있지만 뜬금없이 이게 무슨 소리냐 하는 말이 튀어나올 법한 스토리 전개가 시즌 1 내내 이어집니다. 특히 기존 판타지와는 다른 독자적인 설정과 용어 사용으로 이런 표현들에 익숙치 않은 중장년층에게는 쥐약인데요. 회당 천만달러나 들여 시즌7까지 제작하고자 하는 드라마의 타켓층이 10~20대층과 위쳐 팬층 뿐이라면 너무 레인지를 협소하게 잡은 것이 아닐까 우려스럽습니다. 

 

등장인물들 또한 그렇습니다. 게임 내에는 수많은 npc가 등장하는데요. 드라마의 구성을 게롤트, 예니퍼, 시릴라의 3파전으로 갈랐으면 안 그래도 부족한 시간을 커버하기 위해 npc들을 많이 잘라내는게 맞는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게임 내 비중이 있다싶은 npc들은 짤막하게라도 꼭꼭 씹어 넣었는데요. 그렇게 등장한 npc들은 별 임팩트없이 B급 영화에서처럼 허무하게 소모되어버립니다. 1화를 같이 보시던 한 분이 그러시더군요. "저 엑스트라는 뭔데 갑자기 자살하는 장면을 이렇게 길게 잡아줘?" 이걸 굳이 저 캐릭터가 사실 게임에선 나름 중요한 인물이었어~ 라고 답해주는게 의미가 있는걸까요? 중요한 사건들은 시간에 쫒겨 별 감흥없이 휘리릭 끝나는 반면 의미없이 소모되는 씬들이 너무 많아서 아쉬웠습니다.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메인스트림에 더 힘을 주었으면 그래도 원작의 힘을 빌어 쉽게 받지 않았을까.... 하는 뇌내망상을 해봅니다...

 

마지막 문제는 '캐릭터'입니다. 이건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연기력도 좋았고 캐릭터를 뺴다박지 않았나?'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헨리 카빌은 게롤트 그 자체였습니다. 자기자신이 위쳐덕후라고 말했던 이유를 확실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캐릭터 디자인, 목소리, 액션까지 한번 보고 나니 헨리 카빌 이외에 누가 게롤트에 어울릴지 감히 꼽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헨리 카빌이 가진 연기력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헨리 카빌의 연기력 자체는 훌륭하지만, 그 맥시멈은 감독의 디렉션까지입니다. 연기 지도 이외의 임기응변이나 그만의 힘 뺸 연기는 볼 수 없었습니다. '아니 왜 시킨 것만 잘하면 됐지 더 잘하지 못했다고 뭐라하냐?'라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억울하게도, 위쳐는 게롤트의, 게롤트에 의한, 게롤트를 위한 작품입니다. 캐스팅부터 논란이 된 pc캐스팅부터, 예니퍼와 트리스의 캐릭터 디자인 이슈, 그리고 주요 멤버들을 제외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미진함에 따라 게롤트 역의 배우는 삼중고에 직면한 상태였습니다. 이를 한 방에 풀 수 있는 배역은 주역인 위쳐 게롤트 뿐입니다. 헨리 카빌의 어깨는 너무 무거웠습니다. 그는 감독이 원하는 바 그대로 1'm 100% with you를 시전하였지만, 주변 요인들이 그에게 다시금 슈퍼맨이 될 것을 요구했죠. 마치 송강호 아니었음 반도가지 못했을 마약왕처럼요. 다시 말하지만, 헨리 카빌은 억울합니다.... 

 

너무 날 선 비판만 한 것 같아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제 최애 게임 중 하나인데 말이죠...ㅠ 이 모든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위쳐는 팬들이 원하던 장면을 영화씬으로 직접 목도할 수 있는 장점과 위쳐 세계관에 걸맞는 명곡들을 남겼다는 점에 의의를 둡니다.(수어사이드 스쿼드...?)  앞으로 많은 시즌이 예정되어 있는만큼, 만회할 기회 또한 많다는 것에 안도하며 이만 감상평을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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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영원한 베스트샷.... 게롤트와 야스키에르의 동행입니다. 항상 이 고즈넉한 풍경이 좋더라구요^^

아! 좋아하는 캐릭터 역시 야스키에르입니다 ㅋㅋ 깐죽대는게 저랑 닮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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