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1
  • 쓰기
  • 검색

결국 착한 자가 이긴다 [나이브스 아웃]

루날
755 0 1

라이언 존슨의 첫 번째 작품인 [브릭]은 기묘한 컬트적 작품이었다. 분명히 플롯은 정통 누아르인데, 내용은 학교 내부의 암투를 다루고 있다. [블룸 형제 사기단]은 그런 면에서 평범한 케이퍼 무비였다. [브릭]이 의외로 비정한 학교의 이면을 보여주는 반면에 [블룸 형제 사기단]은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거짓말의 따뜻함을 다루고 있지 않은가.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라는 커다란 사건을 터뜨리고 나서, 라이언 존슨은 [나이브스 아웃] 제목 그대로 칼을 빼들고 다시 자신의 장르로 돌아왔다. [나이브스 아웃]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정통 알리바이 추리극이다. 살벌한 제목 덕에 [나이브스 아웃]은 숨이 죄여 오는 스릴러를 연상케 하지만, 그 반대다. 작품은 우리가 어릴 때 읽었던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의 따뜻한 동심(?)으로 우리를 끌어 들인다.

 

저명한 추리소설 작가인 할런의 의문스런 사망과 그 유언장을 두고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는 소동을 다루고 있다. 그 죽음을 해결하기 위해, 정체불명의 의뢰인에게 고용되어 사립탐정 브누아 블랑이 고용된다.

 

수백개의 칼날이 꽂힌 구조물을 뒤에 두고, 의자에 앉은 할런의 가족들은 모두 경찰의 조사에 따라 증언을 시작한다. 경찰들의 질문에 그들은 태연히 대답하지만, 건반을 두드리던 브누아 블랑이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그들은 거짓말을 시작한다. 서로를 헐뜯기 시작한다. 선천적으로 거짓말을 못하는 마르타조차 진실을 숨긴다.

 

[나이브스 아웃]의 줄거리는 반전과 줄타기의 연속이기 때문에 이 이상 언급할 수 없는 점을 양해해주길 바란다. 나는 이 작품을 여러분들이 보기를 바라기 때문에,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다.

 

그러나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나이브스 아웃]은 첨예한 고발 영화라는 것이다. 이 점은 올트먼의 위대한 [고스포드 파크]를 연상시킨다. [고스포드 파크]는 공간의 아름다운 분리를 통해서 하인들과 귀족들의 자리를 나누고, 그들 각자의 허례허식을 비판했다. 물론 [나이브스 아웃]이 [고스포드 파크] 만큼의 철저한 공간 분리와 멋진 쇼트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 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르누아르의 [게임의 법칙]과 애거서 크리스티의 각종 소설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작품을 언급하는 것은 일종의 페어플레이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대저택과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들은 어느 작품이나 [게임의 법칙], 혹은 [시민 케인]에 빚지고 있지 않은가?

 

[나이브스 아웃]은 이런 아름다운 구도를 가진 쇼트를 만들어내는 대신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모방한다. 트위터와 같은 SNS와 넷플릭스에 대한 언급, 이런 사소한 대사가 [나이브스 아웃]의 개봉 시점과 우리가 살아가는 개봉 시점을 일치 시킨다. 스마트폰과 같은 사소한 도구가 [나이브스 아웃]에 생동감을 불러 일으키는 미장센이 된다. 이 생동감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나이브스 아웃]의 현실을 일치시킨다.

 

중간에 등장하는 정치 이야기 장면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할런의 가족들은 미국의 이민자 문제를 두고, 한쪽에서는 좌파적인 시각에서, 반대편에는 우파적인 시각에서 논쟁한다. 그러나 그들 모두 유언장을 눈앞에 두었을 때에는 똑같은 속물임이 결과적으로 드러난다. 미국의 정치 상황을 반영한 이 짧은 장면에서 우리는 또다시 생동감을 느낀다.

 

[나이브스 아웃]은 진실과 거짓의 대결이다. 진실과 거짓의 개념은 확장되어 표리부동까지 닿는다. 모두가 겉과 속이 다른 속물임을 숨기고,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가식을 떤다. 그것은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우리가 받아야 할 것을 당연히 받으며, 그것을 우리 스스로 일구어냈다고 믿는다.

 

[나이브스 아웃]은 그런 믿음에 철퇴를 끼얹는다. 우리에게 당연히 돌아오는 몫은 없다. 결국 이야기가 선함과 악함의 대결로 소급되면서, [나이브스 아웃]은 따뜻한 한 마디를 남긴다. 결국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우리의 업보이다. 선함은 배신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릴 때 읽었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동심의 세계로 다시 한 번 [나이브스 아웃]은 우리를 끌어들이며 결론짓는다.

 

이런 나이브스 아웃의 온도는 라이언 존슨이 처음 만들었던 [브릭]과 그 다음 작품인 [블룸 형제 사기단]의 중간에 서 있는 듯 하다. [브릭]에서 그는 누구보다도 서늘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블룸 형제 사기단]에서는 누구보다도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이브스 아웃]이 개봉했다. 나는 그가 좀 더 동심어리고 따뜻한 작품을 많이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https://blog.naver.com/leedasaem/221729905967

신고공유스크랩

댓글 1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1등
입남자
삭제된 댓글입니다.
16:47
19.12.07.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디피컬트]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7 익무노예 익무노예 2일 전20:46 1026
HOT [범죄도시 4] 호불호 후기 모음 4 익스트림무비 익스트림무비 24.04.24.08:38 28796
HOT 2024년 5월 4일 국내 박스오피스 2 golgo golgo 6시간 전00:00 965
HOT <스턴트맨>, <타로> 시네마 스코어 2 카란 카란 6시간 전23:56 633
HOT ‘데드풀 & 울버린’ 코믹 아트워크 포스터 1 NeoSun NeoSun 7시간 전23:49 437
HOT 타이리스 깁슨, <모비우스>에서 대폭 편집된 것에 아... 2 카란 카란 7시간 전23:33 625
HOT ‘데드풀 & 울버린’ 일본 마케팅 근황 2 NeoSun NeoSun 7시간 전23:23 814
HOT 허광한×키요하라 카야 <청춘 18X2> 인터뷰 번역 4 카란 카란 10시간 전20:20 580
HOT ‘메갈로폴리스’ 첫 티저 트레일러 7 NeoSun NeoSun 8시간 전22:35 1582
HOT [범죄도시4] 개봉 11일째 700만… '파묘'보다 5일 ... 1 시작 시작 8시간 전22:11 713
HOT [베테랑 2] 스틸 공개 5 시작 시작 8시간 전22:01 2480
HOT 악마와의 토크쇼[약스포] 2 납득이안가요 납득이안가요 9시간 전21:13 610
HOT [범죄도시 4] 깔끔하고 무난하네요. 3 뚠뚠는개미 9시간 전21:01 607
HOT 애콜라이트 | 마스터 솔 이정재 스페셜 영상 | 디즈니 + 4 NeoSun NeoSun 10시간 전20:34 700
HOT ‘범죄도시 4‘ 700만 돌파 8 crazylove 10시간 전20:21 1242
HOT 루소 형제, “우리만의 <스타 워즈>를 만들고 싶다” 5 카란 카란 12시간 전18:10 1301
HOT 지금까지 밝혀진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들 사제관계(신인들만... 3 중복걸리려나 11시간 전19:36 747
HOT 아이언 스튜디오 ‘데드풀 & 울버린’ 디럭스 아트스케일 ... 3 NeoSun NeoSun 11시간 전19:09 524
HOT ‘나쁜녀석들 라이드 오어 다이’ 뉴 스틸 추가 2 NeoSun NeoSun 11시간 전19:06 560
HOT 미국 대통령 자유훈장 받은 양자경 4 NeoSun NeoSun 11시간 전19:05 828
HOT 한지민 천우희 길벗 JTS 거리 모금 캠페인 1 e260 e260 11시간 전19:00 590
1135260
image
crazylove 33분 전06:19 90
1135259
image
BillEvans 46분 전06:06 77
1135258
image
BillEvans 1시간 전05:13 100
1135257
normal
작생 2시간 전04:45 74
1135256
normal
runaway 2시간 전04:11 82
1135255
normal
작생 2시간 전03:54 90
1135254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5시간 전00:58 230
1135253
image
zdmoon 5시간 전00:57 238
1135252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5시간 전00:53 355
1135251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6시간 전00:46 363
1135250
image
Sonachine Sonachine 6시간 전00:19 284
1135249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00:18 409
1135248
image
golgo golgo 6시간 전00:00 965
1135247
image
카란 카란 6시간 전23:56 633
1135246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23:49 437
1135245
file
샌드맨33 7시간 전23:43 229
1135244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23:42 269
1135243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23:36 219
1135242
image
카란 카란 7시간 전23:33 625
1135241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23:31 556
1135240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23:23 814
1135239
image
NeoSun NeoSun 8시간 전22:48 535
1135238
image
톰행크스 톰행크스 8시간 전22:46 152
1135237
image
NeoSun NeoSun 8시간 전22:35 1582
1135236
image
NeoSun NeoSun 8시간 전22:19 492
1135235
image
NeoSun NeoSun 8시간 전22:17 263
1135234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8시간 전22:15 239
1135233
image
시작 시작 8시간 전22:11 713
1135232
image
시작 시작 8시간 전22:01 2480
1135231
normal
납득이안가요 납득이안가요 9시간 전21:13 610
1135230
image
뚠뚠는개미 9시간 전21:01 607
1135229
image
NeoSun NeoSun 10시간 전20:34 700
1135228
image
GI GI 10시간 전20:30 529
1135227
image
crazylove 10시간 전20:21 1242
1135226
image
카란 카란 10시간 전20:20 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