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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랜드: 더블 탭] 간략후기

jimmani
2365 6 9

좀비 호러 코미디 <좀비랜드>의 10년만의 속편 <좀비랜드: 더블 탭>을 보았습니다.
우디 해럴슨, 제시 아이젠버그, 엠마 스톤, 아비게일 브레스린 등 4명의 주연배우와 루벤 플레셔 감독이
10년만에 그대로 다시 뭉친 이 영화는 폭력과 유머, 묘한 인간미가 공존하는 전편의 매력 또한 계승하며
10년이 지나도 계속되는 네 사람의 '좀비랜드' 생존기를 유쾌하게 풀어나갑니다.
영화가 특히 유쾌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배우들이 10년 만에 뭉쳐 좀비들을 때려잡는 이야기를 만든 것이
단순히 팬들을 위한 이벤트인 것만은 아니게 하는, 기분 좋은 메시지 때문이기도 합니다.
 
현실에서의 10년이 영화에도 그대로 적용돼, 네 주인공이 10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좀비랜드라 명명된
망한 세계를 생존해 나가고 있더라는 설정은 생각해 보면 새삼 숨이 턱 막힙니다.
10년의 시간을 그대로 떠안은 '좀비랜드'는 무슨 바이러스 백신이나 청정구역 같은
구원의 가능성이 1도 없는, 이미 완전히 망했고 거기서 그냥 끝나버린 듯한 공간입니다.
이런 곳에서 어느덧 유사가족이 된 탤러해시(우디 해럴슨), 콜럼버스(제시 아이젠버그),
위치타(엠마 스톤), 리틀 록(아비게일 브레스린) 네 사람은 1편부터 콜럼버스가 누누이 강조해 온
생존 수칙을 준용하거나 응용해 가면서 파워풀하게 생존을 이어갑니다.
'15세 관람가' 등급이 무색할 만큼 그들의 무기는 좀비들의 신체를 신명나게 해체하고요.
(영등위는 아마도 좀비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의 폭력 수위를 등급 안에서 허용한 듯 합니다.)
곱씹어 보면 몹시 절망적인 세계인데, 정작 그들에게서 어떤 피로감이나 좌절이 느껴지진 않는 것이 신기합니다.
 
원없이 터지고 날아가고 흩어지는 좀비들의 신체와는 대조적으로, 이들 네 사람의 관계는
흘러온 시간만큼 서로를 걱정하고 마음에 두는 가족의 모습으로 더 굳건해집니다.
탤러해시는 10대 초반에 처음 만나 여정을 함꼐 해온 딸뻘의 리틀 록이 자기만의 삶을 필요로 하자
예의 마초적인 모습으로 애써 눙치는 듯 하면서도 마음에 걸려 어쩔 줄 몰라하고,
떠도는 생활을 접고 정착을 갈망하는 콜럼버스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위치타와 이견을 보이며
부부로의 연을 맺으려는 중요한 전환점 앞에서 뜻하지 않은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단지 같이 다니면 병력에 도움이 되니까 뭉친 것 뿐이었던 네 사람이 어느덧 10년을 함께 하면서,
서로의 진심과 관계의 의미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깊은 유대 관계에 놓이게 됨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이러한 유대 관계는 네 사람의 관계를 넘어 여정 사이사이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에게로 연장되는데,
보통의 좀비 영화들이 생존자 공동체 사이에서 일어나는 배신과 충돌을 필연적인 요소처럼 여기는 반면
이 영화 속에서는 어떤 사람들과 만나든 각기 다른 방식의 교감이 이뤄진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 점이 전편에 이어 이번 편까지 피칠갑이 난무함에도 기분 좋게 즐길 수 있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물론 이러한 유대 관계가 할리우드가 늘상 보여주는 낯간지러운 가족애처럼 나타나진 않습니다.
그보다는 정들까봐 본명이 아닌 행선지의 이름으로 서로 통성명했던 이들이 함께 산전수전 겪으면서 쌓게 된
일종의 '전우애'에 가까워 보이는데, 급작스러운 휴머니즘이 썩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좀비물 장르 안에서
인간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효과적인 감정이자, 현실적으로 나타날 법한 감정이기도 합니다.
네 사람이 따로 또 같이 다니는 여정 속에서 만나는 별의별 사람들과 서로 되게 안맞다 싶으면서도
어느덧 휘뚜루마뚜루 어우러지는 것은, 사람과 대화할 기회를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세계 속에서 말이 통하고
또래가 얼추 맞고 힘을 합할 수 있는 것만으로 일정 수준의 유대감이 형성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난무하는 살상 속에서 어느덧 인간도 눈 깜짝할 사이 죽임을 당할 만큼 그 존재가 가벼워지는 여타의 좀비물과 달리,
좀비들이 난무하는 세계를 오히려 인간이 더욱 소중해지는 세계로 받아들이는 영화의 이런 낙관주의가
피만큼이나 난무하는 유머와 비꼼, 조롱 속에서 간지럽지 않게 꽃핀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렇게 갈수록 사람이 중요해지는 좀비 영화이기에 배우들의 연기도 그 이름들의 무게에 걸맞게 탄탄합니다.
탤러해시 역의 우디 해럴슨은 선망하는 우상에 대한 '덕심'과 아끼는 이들에 대한 애정을
함께 보여주며 여전히 네 주인공 중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를 그려냅니다.
제시 아이젠버그와 엠마 스톤은 살짝 날카롭고 예민하며 비뚤어졌던 10년전의 모습을 그대로 되살리며
코미디로 성공리에 귀환했고, 아비게일 브레스린은 흐른 시간에 따라 성장한 모습만큼 성숙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참 답이 없는데 정이 가고 사랑스러운 새 캐릭터 '메디슨' 역의 조이 도이치가 신스틸러로 활약하며,
탤러해시와 대등한 포지션에서 '우먼 크러쉬'를 제대로 보여주는 '네바다' 역의 로자리오 도슨도 눈에 띕니다.
전편에서 잊지 못할 존재감을 새긴 빌 머레이는 이번에도 뜻밖의 순간에 나타나 예상치 못한 대활약을 펼칩니다.
 
속편이 나오기까지 10년 사이에 <좀비랜드>는 네 주연 배우 전원이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경력이 있고,
그 중 한 명은 아카데미 주연상 수상의 경력이 있는 보기 드문 스펙의 좀비물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이번 속편이 10주년 기념 팬 이벤트에 머물 수도 있겠지만 10년 만에 만난 그들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생존과 모험의 단순한 연장이 아닌 깊어지고 확장되는 관계의 모습은 시리즈에 더욱 유쾌한 인상을 남기는 동시에
동시에 이제는 몸값이 한껏 올라갔을 그들이 10년 만에 뭉치게 한 적절한 명분 또한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 본편 끝나고 쿠키 영상이 엔딩 크레딧 초반과 종료 후, 총 2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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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인물들의 드라마가 참 따뜻하고 말랑말랑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ㅎㅎ

쿠키를 포함해 액션 장면도 섭섭치 않게 넣어서 스트레스 풀기도 좋았구요ㅋㅋ

00:28
19.11.15.
jimmani 작성자
알폰소쿠아론
즐기면서 보기에 딱 좋았죠.^^
01:22
19.11.15.
profile image 2등
진짜 재미있고, 유쾌 상쾌 통쾌해서 저도 기분이 괜히 좋아지더라구요 ㅎㅎ
00:47
19.11.15.
jimmani 작성자
LINK
시원하게 때려잡고 기분도 상쾌해지죠 ㅎㅎ
01:23
19.11.15.
jimmani 작성자
비밀정원
먼저 나오는 1개는 거의 번외편 수준이라 보시는 게 좋고요, 뒤에 나오는 1개는 거기에 살짝 웃음 더 얹은 정도입니다 ㅎㅎ
09:58
19.11.15.
profile image
재미와 유쾌함 거기에 통쾌함까지 있다면 지금 제 상태에서는 가장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ㅎㅎ
09:56
19.11.15.
jimmani 작성자
carpediem
사정없이 때려잡히는 좀비 비주얼만 즐기실 수 있다면 문제 없겠습니다.^^
09:58
19.11.15.
profile image
jimmani
아주 좋지요! 간만에 스트레스 좀 팍 풀리겠네요! 감사합니다~
10:02
1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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