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엣 비노쉬 배우님 올해 열일하시네요. 😊

올해 극장가에 상영되고 상영할 줄리엣 비노쉬 영화만 4편이 있어요.
<논-픽션>, <트루 시크릿>, <하이 라이프>,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만 기다리는 중에 세 편의 영화를 통해 올해 볼 수 있었던 비노쉬 얼굴을 정리해 봤어요.
올해 초엔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논-픽션>에서 약간은 얄밉고 보다보면 가련한 셀레나 역을 맡았죠.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갈등을 빙자해서 다섯 남녀의 연애를 고찰한 이 영화에서 비노쉬는 본인이 코미디 연기도 무척 잘한다는 걸 일깨워줍니다.
스포가 되서 자세한 설명을 피하자면, 비노쉬는 숨겨야 하는 비밀을 가지고 뻔뻔스럽고 태연하게 굽니다. 그러나 상대방은 이미 그 비밀을 눈치챘습니다. 마지막에는 비노쉬도 상대방이 눈치를 챘다는 걸 눈치채죠. 여기서 비노쉬의 표정 연기가 일품입니다.
이 인물도 직업이 배우인지라 배우로서의 줄리엣 비노쉬를 코멘트한다 느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에 박장대소할 배우 개그까지 있습니다.
10월에는 사피 네부 감독의 <트루 시크릿>이 개봉했습니다.
SNS시대의 자아를 얘기하는 이 영화는 무엇보다 비노쉬라는 배우의 용기와 진면목이 빛이 났던 것 같아요.
비노쉬는 안경도 쓰고 웅크리는 자세를 많이 취해서 평소보다 훨씬 위축되고 더 나이 들어 보입니다. (평소에 너무 젊어보인 탓도 있지만요.)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의 마리아 역처럼 자신감이 없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영화는 주연 중 한 명이나 조연에 가까운데 이 영화는 원톱 주연이라 상영 내내 비노쉬의 얼굴만 보입니다.
(좀 뒤틀린 인간이지만) 울고 웃고 사랑하고 상처 받는 비노쉬를 실컷 볼 수 있어요.
비노쉬가 얼마나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배우인지 확인하고 싶다면 꼭 봐야하는 영화입니다.
이번 달에는 클레르 드니 감독의 <하이 라이프>를 보고 왔습니다.
사형수들이 실험대상으로 블랙홀 탐험을 하는 이 SF 영화는 창세기와 메데이아 신화까지 끌어들이며 극단적으로 달려나갑니다.
비노쉬는 이 영화에서 <논-픽션>이나 <트루 시크릿>과 비교해도 더 충격적이고 기괴한 인물을 연기합니다.
사형수들을 대상으로 우주에서의 생산 실험을 강행하는 딥스 박사 역할을 맡았는데요.
분장을 했는지 머리카락이 엄청 길어서 안 그래도 광기에 찬 과학자 역할인데 더 마녀 같아 보입니다.
이 인물은 여러 인상적인 면모들을 보여주는데, 그 중 어떤 방으로 들어가서 하는 행위는 압권입니다.
일종의 행위 예술이나 현대무용에 가까워 보였어요. 아무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다지만 정말 대단한다는 말 밖에는...
+)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에서 같이 연기했던 라르스 아이딩어 배우가 여기서도 나옵니다. 처음에 못 알아봐서 나중에 크레딧 보고 알았어요.
+) 로버트 패틴슨은 여기서도 연기를 무척 잘 하고, 미아 고스는 <서스페리아>에 이어 또 피가 철철 흐르는 역할을...
이 세편의 영화에서 비노쉬의 연기톤은 당연히 다 다릅니다.
<논-픽션>에선 상처받기는 싫어하면서 남에게 상처는 잘 주는 뻔뻔스러움을 잘 연기해냈고, <트루 시크릿>에선 뒤틀린 인간 내면의 심연을 본인의 얼굴로 체화해냈고, <하이 라이프>에선 전문직 종사자 특유의 태도를 가지면서도 동시에 정신이 이 세상이 아니라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은 인물을 연기해냈습니다.
놀라운 점으로 세 편 모두 전라노출 연기가 있었습니다. 베드씬도 있구요. 한국 영화에서 비노쉬 나이대 여배우에게 나체 장면이나 베드씬이 있었나 생각하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애초에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영화를 안 만든 탓이 크겠지만 그럼에도 비노쉬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이제 마지막으로는 12월에 개봉할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 남았습니다.
감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에, 카트린느 드뇌브, 에단 호크라는 미친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입니다. 당연히 기대가 될 수 밖에 없구요.
고레에다, 드뇌브, 호크 다 좋아하지만 저는 올해 특히 왕성하게 얼굴을 비춘 비노쉬가 또 어떤 얼굴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추천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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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스러운 리뷰 잘 읽었습니다. 생각 못한 좋았던 부분도 짚어주셔서 좋았어요.


저는 올해 특히 좋아져서 <나쁜 피>도 찾아보았답니다.
이 세상 미모가 아니었어요..


열일해주셔서 너무 좋습니다! ^^#






<논-픽션> 정말 좋았죠. 이 영화에서 빈센트 맥케인은 개인 적으로 <비거 스플래쉬>의 랄프 파인즈를 떠올리게 했어요. 에너지 과잉에 머리 벗겨진 것도 그렇고.. 이 사랑스럽게 얄미운 떠벌이들..

트루 시크릿과 하이 라이프에서 역시나 대단했습니다.
하이 라이프는 언급하신대로 흡사 오묘한 매력을 지닌 마녀 같았어요.
아쉽게도 논픽션만 못봤는데 기회되면 챙겨봐야겠네요.

조금만 보헤미안 적이거나 신비로워도 마녀라고 부르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 영화에선 너무 딱 마녀 느낌이 드는데다 그게 또 잘 어울렸습니다.
<논-픽션>은 놓치지 마세요. 일단 재밌습니다. ☺️


줄리엣 비노쉬 배우님 확실히 요즘 영화에 많이 보이더라구요..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