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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조영상
6832 0 7


감독 : 김기덕

주연 : 조재현, 전무송, 우윤경 등등



대학이라는 곳에 다닐 때에 가장 후회 없이 한 일을 꼽으라면 딱 한가지가 있는데... 비디오로 영화를 많이 보았다는 것이다. 다른 건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은 듯 하지만 비디오 감상 하나 만큼은 나름데로 엄청나게 했던 것같다. 특히 호러 영화나 B급 영화를 많이 보았던 것같은데... 신작 비디오를 빌리러 갔다가 대여 중일 경우 무조건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를 골라서 보던 기억이 난다. 주로 비디오 감상은 밤에 식구들 다 잘 때 했던 듯 하며 주말에는 물론이고 평일날에도 어김없이 비디오를 보면서 하루를 마감하거나 라면을 먹으면서 비디오 감상을 하곤 했다. 지금도 그 시절을 회상하면 다른 대학생들처럼 생기 발랄하게 대학 생활은 하지 못했지만 올빼미 생활을 하면서 보고 싶은 비디오는 열심히 보았던 기억이 있다. 특히 B급 호러 영화를 대여할 때면 비디오 가계 주인의 반응은 두 가지이다. 어딘가 이상한 사람처럼 쳐다 보면서 돈을 받거나 아니면 '당신 정체가 뭐냐... 혹시 영화 공부 하는 사람이냐'라고 물어 보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어째건 당시 비디오 대여를 자주 했으며 반납 또한 기일 내에 꼬박꼬박 잘 하던 습관 때문에 우수 고객 리스트에도 오르고 했었는데... 그렇다고 무슨 국물 하나 없었던 것같다.



여튼 이 시기에 본 영화 중 하나가 김기덕 감독의 '악어'이다. 당시만 해도 김기덕 감독이 지금처럼 알려지지 않았었고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거나 하지도 않았던 때라 이 영화를 볼 때 김기덕 감독이란 존재를 아예 모르고 보았던 것같다. 그렇다고 조재현씨를 알았던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해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지 잘 기억은 않나지만 그냥 무심코 대여하여 보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이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첫 작품으로 쓰래기 같은 인생에 대해 그리고 있다. 악어(조재현 분)는 한강에 노숙을 하면서 투신 자살하는 사람들의 시신을 몰래 건진 뒤 유가족들에게 뒷돈을 받고 넘기는 파렴치한이다. 그런 식으로 번 돈은 도박을 통해 날리기 일쑤이며 같이 노숙을 하는 노인(전무송 분)과 어린 사내아이를 구박 하기를 밥 먹듯이 하는 인간 말종이다. 어느날 악어는 한강에 투신하는 여자 한 명(우윤경 분)을 구해준 뒤 그녀를 강간한다. 시도 때도 없이 생각만 나면 강간을 하는 통에 노인과 사내 아이의 저항을 받기도 하고 성기가 잘려 나갈 위험을 겪기도 하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고 생각만 나면 여자를 강간하려고 든다. 악어가 하는 짓거리는 이런 것 말고도 다양한데 한강에서 카섹스를 벌이는 커플을 위협하여 돈을 뜯고 상대방 여자를 강간하거나 동거하는 사내 아이에게 앵벌이를 시키거나 소위 바이오 세라믹이라고 하여 가짜 정력 강화 기구를 팔거나 하는 일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쓰래기인데 영화 대사 중에 스스로 쓰래기라고 칭하기도 한다. 이렇게 살아가는 악어는 세상에 대해 증오가 차오를 데로 차오른 인물이기도 한데 그런 면에서는 정말 불쌍한 생각이 들게도 하는 인물이다. 어느날 악어가 한강의 다른 깡패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돌아왔을 때 물에서 건져 올린 여인의 보살핌을 받고 서서히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기도 하지만 이는 오래 가지는 못하고 세상의 더럽고 추한 자들에 의해 핍박을 당하게 된다.



대락적인 스토리는 위와 같은데 1996년 개봉 당시에는 어느 정도 충격적일 수도 있는 내용이 아닐까 여겨진다. 당연히 메이져급 배우들이나 관객을 대상으로 할 수는 없는 영화일 것인데 이런 작품이 개봉된 것 자체가 괴이할 정도로 당시로서는 좀 파격적이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이 영화를 처음 감상할 때는 몰랐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뜯어 보면서 느끼는 바는 그 동안 한국 영화가 약간의 진보를 보인 것같다는 점이다. 우선 동시 녹음이 당시에 비해 훨씬 자연스러워 졌으며 영화의 화질 또한 2000년을 기점으로 확실히 좋아진 듯하다. 그렇지만 '악어'의 경우 동시 녹음이 좀 부자연스럽고 화질이 좀 떨어진다는 점을 빼면 역시 김기덕 영화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독의 특색을 잘 살리고 있지 않나 여겨진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사회로부터 소외 받은 쓰래기 같은 인물들이 많으며 이러한 인물들이 벌이는 사건들이 꽤 엽기적인 경우가 많다. 또한 몇몇 장면을 통하여 강렬한 색상이나 미술적인 구도 등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러한 모든 특징이 그의 첫 작품인 '악어'를 통해 이미 다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의 영화에 자주 출연했던 조재현씨도 이미 첫 작품에서부터 등장하고 있으므로 그의 연기력을 감상하는 재미 또한 아주 솔솔하다.



이 영화는 1996년 서울에서 외환위기 이전에 종신고용과 실업률 0 %대에 가까운 고도 성장기에 생산 보다는 소비 위주의 대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그러는 와중에도 한강의 노숙자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왠지 외환위기 이후의 자유 경쟁 체제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넘쳐 날 것을 미리 내다 보고 찍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한다. 여튼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세상에서 소외된 쓰래기에 불과하지만 주류 사회의 인물들의 실상을 파해쳐 보면 더 추악하기 그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예로 경찰에서 몽타주를 담당하는 형사의 경우 동성애자에 비열한 보복을 자행하는 소인배이며(동성애자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악어가 강간하는 여인이 잊지 못하는 옛 애인은 그녀를 윤간하도록 사주하고 그 비디오를 녹화한 천하의 악한이었던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겉으로는 깨끗하고 선량하며 고귀한 척하는 주류 사회의 인물들도 따지고 보면 악어와 같은 쓰래기 보다 더 타락한 자들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오늘날에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 기득권을 많이 지닌 높은 지위의 사람들일수록 그 실상은 추한 경우가 있다는 점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세상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묘사된 악어가 한강물 밑바닥으로 향하는 장면은 한강변에서 노숙을 하는 것 조차 자유롭지 못하는 추악한 한국 사회의 현실로부터 완전히 도피하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듯 하다.



여튼 이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팬이라면 당연히 보아야 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분이더라도 10년전 한국 영화를 감상하면서 오늘날과 비교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여겨진다. 영화의 단점이라면 아역 배우와 우윤경 씨의 연기가 약간 부자연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는 것이지만 단점 보다는 장점이 커버해줄 수 있지 않나 싶다.



후기 1: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오이로 후장 찍는 장면은 언제 보아도 통쾌하다.



후기 2: 이 영화에서 악어에게 구출된 여인을 연기한 우윤경씨는 본 작품 외에 박중훈, 김지호 주연의 '인연'이라는 영화에 조연급으로 출연한 것을 빼면 출연작이 없는 듯 하다.


후기 3: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꽤 오랜 시간 동안 보여지는 수중씬은 그야말로 압권인데... 무언가 몽환적이면서도 슬픈 느낌의 아주 회화적인 명장면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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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지옥인간
그 부패한 경찰이나 강간비디오를 사주한 성공한 기업가들.. 그들이 진정한 사이코패스가 아닐까요.. 저도 이 영화 무척 좋아합니다. 이 영화 보고 김기덕 감독님 팬이 됐죠.. 테이프로 소장하고 있습니다..'수취인불명'이란 영화도 추천합니다..
23:40
08.04.10.
3등
주류가 추악하다고 해서 비주류의 추악함이 감해진다거나 하진 않다고 보는데요 영화를 안봐서 모르겠지만 악질경찰에 사업가들도 나쁜 놈이고 악어도 나쁜 놈 맞네요 -_-
23:40
08.04.10.
아직 보지 못한 영화네요.. 움..
감상평을 보니 은근히 땡기는군요. 시간 내서 함 감상 해 봐야겠습니다.

역시 영화는 라면을 먹으면서 봐야 제 맛이죠..
특히, 선혈 낭자.. 살점이 턱턱~ 떨어지는 영화라면.. ㅡ,.ㅡ

참고로, 요즘은 끓이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해서..
메뚜기 맛있는 소면(끊는 물에 일분이면 오케..) 먹고 있슴다..
130 칼로리(궁물까정 다 머거더..)람다..

..레벨 올라따.. 언제 올랐지.. ㅡ,.ㅡ??
23:40
08.04.10.
지옥인간
지온님 남자분인 줄 알았는데 여자분이신가요? 칼로리 따지시는 걸 보니 혹시나해서요..- -
23:40
08.04.10.
( ' ' .. 움.. 시큼 털털한 냄새 풍기는 남자입니다.
(ㅡㅡ .. 옆사람이 하두 칼로리 같은거 따지기땀시 옮았나봅니다.
(ㅡㅡ+.. 칼로리는 따지기만 하구 실천에 옮기는 일은 드뭅니다.(주머니 사정에 도움이 안됩니다..)
(^^ ; .. 오해가 있으셨다면 푸시고.. 악어.. 라는 영화는 아직 보지 못한 상태.. 구하기 힘드네요..
(^^ / .. 그럼, 좋은 밤 보내세요~
23:40
08.04.10.
정영욱
이 영화 내용이나 주제니 뭐 그런걸 떠나 색감이 참 인상적인 영화였어요 .... 늘 지나다니면서도 탁하고 지저분하게만 보였던 한강이 저토록 아름다운 푸른빛의 공간이었나 싶었던 .....

김기덕 월드의 시발점이자 그 원형이 고스란히 담겨진 멋진 영화죠 .....
23:40
0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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