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떠올려보는 터미네이터2에 대한 기억
두서없이 기억으로만 써봅니다. 기억에 대한 이야기라.
터미네이터 1편.
당시 개봉할 때가 '84년 겨울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동시개봉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크리스마스 즈음이었지 않을까 여겨져요.
이때 터미네이터는 흥행에서 고스트 버스터즈에게 상당히 밀렸던 것으로 떠올려집니다.
1985년 외화 순위에 고스트 버스터즈는 있어도 터미네이터는 없었을 거예요. 제 기억이 맞는다면요.
하지만 이 당시는! 비디오의 시대였습니다.
비디오 가게 천정이나 바닥, 또 벽면을 한 번 열면 소위 (포르노가 아닌 극장보다 빨리 수입된)불법 비디오가 무더기로 비디오키즈를 기다리던 시대입니다. 물론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대가 그랬다는 것뿐.
고스트 버스터즈는 볼거리에 비해 재미는 좀 삼삼했습니다.
그런데. 와. 터미네이터. 입이 쩍 벌어지더군요. 무려 실사 로봇이라니요. 그리고 미래에서 과거로 온다는 스토리텔링에 여전사 린다 해밀턴. 그리고 진짜 로봇 같이 생긴 사람이 나오죠. 아놀드 슈워제네거. 이미 코난으로 저에게 각인이 되었던 배우였습니다.
친구들을 모아 놓고 비디오를 틀어 영화를 봅니다. 비디오 시대에 나타난 새로운 놀잇거리였습니다.(아 문득 바이오맨 생각나...)
미래에서 로봇이 오고. 사람이 오고. 현 시대의 사람을 쫓고 또 도망치고. 그러다 최후의 결투! 그리고 미래의 전사가 현재의 여인과. 보면서도 믿기지 않던 이야기였고 몇 번이나 되돌려보고 되돌려보던 영화가 되었습니다.
아놀드는 이 영화 이후, 당대 최고의 근육질 스타라고 불리던, 실베스타 스탤론과 쌍벽을 이루는 쾌거도 이룹니다. 코브라가 나오니 고릴라가 나오고. 람보에 맞선 코만도. 라이벌을 즐기게 만들던, 정말 흥겹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다 대망의 '91년 혁신을 넘어 그야말로 개혁적인 영화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터미네이터2였죠. 터미네이터는 비디오 시장에서 메가히트를 기록했던 만큼 터미네이터2가 나온다고 할 때 와, 그 기대치는 말해서 무엇하겠습니까. 거기다가 TV광고와 예고편. 액체 로봇 정도로 부르던... 와 눈이 띠용...
개봉주말 사수를 위해 친구와 아침 일찍 극장 앞에서 기다렸죠. 요즘이야 평일이지만 이때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신작 개봉을 할 때입니다. 제 앞으로도 50미터. 제 뒤로도 4백 미터 정도는 줄이 늘어섰던 듯합니다. 지방은 요때만 해도 좌석제가 아닐 때였습니다. 극장 입석이 있던...
조조 때 들어가서, 웃기게도 이 영화는 조조가격이 적용 안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볼 만큼 보고 나오는 거죠. 아마 3번 정도 봤었던 듯해요. 점심 한참 지나서 친구와 나오기까지.
그야말로 터미네이터2는 신세계였습니다. 와 말해 무엇하리요!
꽃미남 에드워드 펄롱에 여전히 건재한 여전사. 그리고 이제는 정의의 편이 된 아놀드. 와, 그리고 영화의 화룡점정, T-1000까지.
아마도 매트릭스가 나오기 전까지 최고의 영화로 손꼽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몇몇 잔인한 장면이 잘렸다더군요. 그 장면을 봐야만 터미네이터를 다 본거다, 라는 팬심 뿜뿜하던 풍문. 더불어 그 장면이 언컷 버젼으로 레이져디스크에는 나온다는 말에 직접 터미네이터2 레이져디스크를 사러 친구를 서울로 출장 보낸 기억도 납니다. 어디인지는 모르겠는데 무슨 상가, 어디 거리를 가면 구할 수 있다!
당시에 무려 10만 원 정도의 거금을 주고 레이져디스크를 샀던 것 같아요. 촌놈이 바가지 쓴 것인지도 모르죠. 구해놓고 보니 자막이 없어서...ㅠㅠ 그래도 잘린 장면을 얼마나 많이 돌려봤는지 모르겠습니다. 비디오랑 같이 틀어놓고 재빨리 고개를 요리조리 돌리며 친구랑 봤던...
터미네이터2가 3D 재개봉 한다는 글을 보니 그때 기억이 두서없이 떠오르네요. 함께 줄을 서서 3번이나 영화를 봤던 친구는 꼴통 중에 상 꼴통으로 세월을 보내다 횟집 사장님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그야말로 백수 생활을 즐기는 사람이 돼버렸고요.(ㅎ 액면 그대로 믿으시는 건 아니쥬?)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나버려 그 친구는 기억을 잊었으려나요? 지금처럼 저장장치나 플레이어가 이토록 바뀐 시대가 올 거라는 사실은 예견조차 못했죠. 언제든 터미네이터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되다니!
돌이켜봐도 터미네이터2는 시대에 방점을 하나 찍었던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또 시대에 방점을 찍을 영화들은 계속해서 나타나겠죠. 그 오래 전 슈퍼맨. 매트릭스. 아바타. 반지의 제왕. MCU 등등등.
영화.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즐기면서 살아야겠습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이겠죠. 다만 터미네이터2를 다시 극장에서 보는 순간 만큼은 '91년 그때로 돌아가 앉아있고 싶네요. 무람없던 이십대 초반 그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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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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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공원. 와....극장에서 보는데 입 떡!!! 타이타닉도 장난 아니었잖아요. 다크 나이트도...와...진짜 입 벌어지는 영화 많았습니다.
전 1991년 서울극장에서 보았는데
라스트 용광로 씬에서 엄청 오열해서
같이 관람한 남동생들한테 놀림 받았네요 ㅠㅠㅠ
잊을 수 없는 명작입니다
진짜 말씀처럼 잊을 수 없는 명작입니다.
저도 고3때...야간자율학습을 과감하게 제끼고 서울극장에서 봤었는데...
그때는 아놀드가 정의의 편인지도 모르고 봐서 진짜 잼나게 보고 그래픽에 충격을 받았었죠...
당시 영화 좀 보던 사람들이 했던말이...영화는 터미네이터2 이전과 이후로 바뀌었다고.....말이죠...
3D로 보면 또 새로울것 같습니다....
이 영화 전과 후가 나뉜다는 말씀은, 진짜죠. 실제 그랬으니까요. 3D로 보면 완전 또 새로울 것 같아요.
저는 터미네이터 2를 운좋게 극장에서 본 경우에 속해요.
그때만 해도 폭력 묘사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있었던 터라
부모님이 터미네이터 2 관람을 허락하지 않으셨거든요.
그 대신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로빈 후드를 보러 갔는데,
로빈 후드가 끝나고 부시맨 후속편이 상영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터미네이터 2를 보러 갔죠.
정말 운좋게도, 줄 서는 일 없이 바로 표를 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세계의 도래를 목격했습니다.... 오, 마이 갓....
진짜 신세계였죠...와...
이 영화랑 꿈의 구장이 아마 비슷하게 개봉했지 싶어요.
인생 충격 쇼크 영화죠 저를 포함한 많은 영화팬들에게. 어떤 거대한 전환점을 만든 작품. 아바타도 그렇고요.
신문 광고 사진까지. 이 영화야말로 진짜 어벤저스처럼 난리였었죠.
극장 시간표 물으려고 전화했더니 할아버지가(극장 근무는 거의 할아버지가 했었던 듯 ㅎㅎ) '터미네이터 2' 상영한다고 해서 이상하다고 몇 번이나 전화했던 기억이 알고 보니 '엘리게이터 2' ㅋㅋ
당시에 개봉과 동시에 불법 비디오가 나왔는데 T2가 나오면서 비디오 대여료도 오르고 테이프도 2개였었던 기억이 나요.
매진 극장에서 볼 여력은 없다. 우루루 몰려서 기다렸다 비디오 봤었어요.
저도 터미네이터 2에는 이런 추억이 있네요. 아련한 추억팔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엘리게이터2...
아마 터미네이터2는 저마다 추억 하나씩 있을 듯해요.
다들 이렇게 나이 인증을 ...ㅎㅎㅎㅎ
전 개봉당시엔 국민학생 저학년일때라.
나중에 비디오로 엄청나게 돌려본 .. 1인이죠
해적판비디오 저희집에도 몇개 있었네요 ㅎㅎ.자막없이 본 인디아나존스 ㅎㅎㅎㅎ
비디오. 정말 불법 해적판 비디오는 시대를 풍미했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아마 이번 3D 상영판은
몇몇 옥의 티를 CG로 수정하고
색상을 약간 어둡게 보정한 버젼일 거예요.
그리고 확장판이 아니라 최초 극장 상영본일 겁니다.
크... 터미네이터2는 아직 극장을 가기엔 그당시 어린 나이여서 비디오로 봤지만... ㅎㅎ
비슷한기억은 타이타닉때 서울극장앞 지하철역 입구까지 줄서서 기다리던 기억이~^^
쨌든 최고의 명작이죠!
ㅎㅎㅎㅎㅎ 뭔가 상상이 되는 그림이네요.
아재인증? 당시에는 조조 선착순으로 굿즈를 (당시에는 기념품이라 했죠)주던 시절이라 새벽같이 줄서서 기다렸다 받아서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영화보고 충격먹은건 당연하고요. 그동안 재개봉할때마다 극장에서 꼭 보았고 몇년 전 일본유니버셜스튜디오 T2관에서 3d?를 보고 입이 쩌억(삼면스크린에 내용도 별도로 찍은거라 새삼 스케일이 놀랐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3d로도 개봉한다니 너무 설레이네요
진짜 다시 개봉한다니 설렙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기록상으로 터미네이터는 30만이 넘어서 당시기준으로 대박이었고 흥행10위권 내에도 들었다고 합니다. 개봉 첫날 극장이 꽉 차있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무슨 영화인지 전혀 안알려져있었을 테니까 단지 명절 특수로 사람들이 많이 왔었던 거겠지만(^^) 그 뒤로 입소문이 나서 장기상영했었죠.
제가 서울에 있는 극장에 처음 갔을때, 영화 끝나고 나니까 직원들이 와서 사람들한테 나가라고 하는 걸 보고는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살면서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어서....ㅎㅎ
진짜 한 회 끝나고 또 보려는데 나가라고 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군대있을 때인가... 친구 보러 서울 왔을 때던가... 영화는 기억 안 나고 놀란 기억만 저도 있습니다. 아마 단성사였지 않나 싶은데...지금 서울 사는 저를 보며 또 길을 가르쳐줄 때는 간혹 제가 놀랍니다.ㅋㅋㅋㅋㅋ
90년대에 나온 할리우드 영화들을 당시 극장에서 따끈따끈하게 본 사람들이 너무 부러워요 ㅠㅠ 80-90년대에는 명작들이 진짜 많이 나와서 그러네요 (저는 21세기로 넘어와서야 태어나서ㅠ)
그래도 또 지금은 지금대로 매력이 있습니다.
터미네이터 2와 쥬라기 공원, 타이타닉, 아바타... 아이맥스 화질의 다크 나이트..
이 영화들이 정말 시각적 충격을 준 걸로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