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오아시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네요 (스포)

이창동 감독님 작품들 좋아합니다.

밀양, 박하사탕은 한국 영화사에 남을 걸작이라 생각하고

호불호가 심하게 나뉘던 버닝도 좋게 봤습니다만,

오아시스는 도저히 영화가 온전히 영화로만 보이지가 않아요.

그 강간 장면이 너무 불쾌했고,

그 이후로는 몰입이 깨져서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예술에서 다뤄선 안되는 소재는 없다고 믿고는 있습니다.

여성장애인이 강간당하는 일은 뉴스에도 종종 나오고

정신적으로 미숙한 장애인이 그것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일도 있을 법한 일입니다.

그래서 이런 일들은 영화 소재로 다뤄질 수도 있겠죠.

문제는 이걸 '세상은 이해못하는 전과자와 장애인의 순수한 사랑'으로 포장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차라리 이 사랑이 얼마나 기괴하고 이상한지를 그렸더라면

장애인의 욕망과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영화가 됐을 것 같네요.

그런데 영화는 전과 3범 (그것도 이미 강간미수 저지른 경력이 있는)

홍종두를 철없고 사고 치고 다니지만

의리 있고 (뺑소니 살인을 저지른 형 대신 교도소 가고)

순정있는 (장애인인 한공주를 지극히 사랑하는) 캐릭터로 그립니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인간 쓰레기일뿐일 캐릭터를 영화는 지나치게 쉴드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 주변인들은 한공주에게 겉으로만 친절할 뿐 속으로는 인간 취급하지 않는 속물로 그려지며, 그들의 사랑을 이해 못하는 비인간적인 인물들로 만들어버리죠.

지나치게 평면적이고 작위적인 설정이예요. 

한공주가 홍종두를 사랑할 수 밖에 없게끔 일부러 고립시켜 놓은 것 같아서 끔찍했습니다.

왜 하필 강간미수범이 장애인을 강간하려는 장면을 굳이 넣었어야 했을까요?

그 장면을 넣을 거면 그 캐릭터와 사랑을 순정으로 포장하지 말았어야했어요.

문소리 배우의 엄청난 연기를 하셔서 더 안타깝습니다.

영화적으로만 보면 잘 만든 게 영알못인 제 눈에도 보여서 너무 짜증납니다.

제 윤리적 기준으로 이 영화는 언급할 가치도 없는 데

영화자체는 훌륭하니 ... 

제가 최초로 별점을 매기지 못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ㅠㅠ